한동규 충남 송산중 교사

학생이 중심이 되는 즐거운 수업, '디지털교과서'

2018년 11월 중학교 1학년 빛과 파동 단원 수업 중 학생들이 탐구실험결과를 디지털교과서의 펜쓰기 기능을 이용하여 정리하는 모습.(사진=한동규 교사)
2018년 11월 중학교 1학년 빛과 파동 단원 수업 중 학생들이 탐구실험결과를 디지털교과서의 펜쓰기 기능을 이용하여 정리하는 모습.(사진=한동규 교사)

[에듀인뉴스] 최근 ‘디지털교과서’라는 용어는 누구나 한 번 쯤 들어 봤을 만한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교과서를 수업에 적극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요즘은 학생참여형 수업, 거꾸로수업, 배움중심수업 등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수업이 많이 활성화되고 장려되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배움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잘 만들어진 교육용 콘텐츠이다.

사실 디지털교과서를 처음 교실수업에 투입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따른다. 학생들의 에듀넷 회원가입부터 시작하여 뷰어 설치, 무선망 점검 등 디지털교과서를 온전히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여건이 조성된 뒤에는 디지털교과서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색하고 조금은 부담이 갈 정도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에 많은 즐거움을 갖게 된다. 필자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학생들은 디지털교과서의 특별한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수업 시간에 서책이 아닌 디지털교과서를 본다는 자체만으로 많은 흥미를 갖고 수업에 임하게 되었다.

가끔씩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긍정적이지 않을 때면, “너희들 이렇게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으면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할거다”라는 말 한 마디에 아이들의 태도와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디지털 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자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수업에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는 학생들의 디지털 교과서 활용 수업 후기.(사진=한동규 교사)
디지털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자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수업에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는 학생들의 디지털 교과서 활용 수업 후기.(사진=한동규 교사)

디지털교과서,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했나

디지털교과서는 PC와 스마트기기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주로 교사용 PC에 디지털교과서를 설치하여 수업에 활용하며, 학생들은 스마트기기에 디지털교과서 뷰어 앱을 설치하여 수업에 참여한다. 지난 7년 간 디지털교과서와 함께한 여러 수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수업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학교 1학년 과학 중 ‘광합성’ 단원을 수업할 때였다. 광합성 단원의 학습 진도 마무리 즈음에 학생들에게 ‘관다발’, ‘증산작용’, ‘공변세포’ 등 광합성 단원에서 중요하게 익혀야 할 용어 36가지를 학습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 학습지에는 36개의 용어의 의미를 기술하고, 그 용어가 설명되어 있는 교과서 쪽을 찾아 적도록 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디지털교과서 뷰어의 ‘하이라이트’ 기능과 본문 ‘검색’ 기능을 활용하여 36가지 용어를 검색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색으로 하이라이트 밑줄을 그었다. 그러고 나서 ‘내 자료함’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하이라이트 통계를 참고하여 학습지를 작성하였다. 그 후 제한된 시간 동안 2인 1모둠으로 해당 용어를 서로 설명하며 맞추는 방식의 스피드 퀴즈를 진행하였다.

약 3차시에 걸쳐 위와 같은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이때 교사는 안내자의 역할만 할 뿐 학생들이 주도가 되어서 즐겁게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며 학습 효과 또한 매우 긍정적이었다. 퀴즈를 공부하기 위해 열심히 디지털교과서를 검색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힘과 운동’ 단원에서 시간과 속력의 관계를 수업할 때였다. 시간-속력 그래프를 학생들과 함께 보며 시간-속력 그래프에서 밑넓이는 물체의 이동거리에 해당한다는 개념을 학생들에게 설명하였는데 여러 학생들이 해당 내용을 어려워하고 지루해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때, 학생들에게 디지털교과서 뷰어의 ‘녹음’ 기능을 활용하여 ‘시간-속력 그래프에서 밑넓이는 물체의 이동거리에 해당 한다’라는 문장을 외워서 녹음한 후 위두랑 클래스에 전송하라는 미션을 주었다. 그러자 그렇게 지루해하던 학생들이 서로 간에 깔깔대고 웃으면서도 해당 내용을 암기하여 녹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게 되었다.

중요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문장을 ‘녹음’ 기능을 통해 즐겁게 공부했기 때문인지, 이후 실시한 정기고사에서 해당내용의 문항 통과율이 다른 문항에 비해 유독 높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디지털교과서는 즐겁게, 그리고 스스로 공부하는데 좋은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학습커뮤니티 '위두랑'을 활용해보자

디지털교과서를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학습커뮤니티 ‘위두랑’이다. 2013년 초창기 위두랑도 사용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지만, 2019년 새롭게 개편된 위두랑은 그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보다 학습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다.

특히 ‘위두랑 팝’을 이용한 마인드맵 그리기와 ‘메모/체크리스트’ 기능을 활용한 학생 과정중심평가의 기록은 교실수업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위두랑은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을 할 때 함께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교과서 소단원 말미에 있는 확인 문제 등도 교과서에 직접 답을 적으라고 하는 것보다 위두랑에 질문을 게시한 후 댓글로 정답을 적으라고 제시했을 때, 학생들은 빠지는 사람 하나 없이 집중하며 댓글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받아 본 학생들의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소감에서 위두랑에 댓글을 다는 방식의 수업이 재미도 있으며 유익하다고 말하는 모습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무언가 복잡하거나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활용하지 않아도, 위두랑이나 디지털교과서 뷰어의 단순한 기능만으로도 학생들이 즐겁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적용된 실감형 콘텐츠는 디지털교과서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현재 사회와 과학 교과에 다양한 내용을 담은 AR, VR 실감형 콘텐츠가 디지털교과서에 탑재되어 있어, 학생들에게 많은 흥미와 호기심을 일으켜주고 있다.

2019년 3월 중학교 1학년 과학 '지권의 변화' 단원 수업 중 디지털교과서의 실감형 콘텐츠 '지구 내부 구조 탐사(VR)'에 대해 학습하고 있는 장면.(사진=한동규 교사)
2019년 3월 중학교 1학년 과학 '지권의 변화' 단원 수업 중 디지털교과서의 실감형 콘텐츠 '지구 내부 구조 탐사(VR)'에 대해 학습하고 있는 장면.(사진=한동규 교사)

중학교 1학년 과학 ‘지권의 변화’ 단원에 탑재되어 있는 실감형 콘텐츠 ‘지구 내부 구조 탐사(VR)’를 통해 학생들은 직접 탐방할 수 없는 지구 내부를 탐험하며 책에서만 보던 지구 내부의 구조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학생들이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하여 학습할 때 몇 가지 미션을 주었다. ‘지구 내부 구조 탐사’의 경우 지구 내부 구조를 이루는 구성 물질의 종류를 조사하는 것과 지구 내부로 깊이 들어갈수록 온도와 압력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주 미션이었다.

학생들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VR 콘테츠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며, 중요한 부분은 다시 관찰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학습목표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재미난 점은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재미난 게임의 미션을 수행한다고 여기며 활동에 참여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과학의 주요 개념을 익히는 휼륭한 학습을 수행한 것이다. 

이와 같이 학습 내용을 VR로 체험하는 과정은 공부를 한다는 것 보다 마치 즐거운 놀이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자연스레 과학을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중학교 2학년 과학 실감형 콘텐츠 ‘검전기로 물체의 대전 확인하기(AR)’는 실험 과정 중 맨눈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검전기 내부에서의 전자의 이동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검전기의 원리를 알기 쉽게 학습하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검전기 등의 실제 실험 도구를 활용한 탐구활동을 수행한 이후,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전자의 이동을 이해하는 데 AR 콘텐츠가 큰 도움을 주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한 결과 대다수 학생들의 수업 흥미도가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실제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미시적인 부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2019년 7월 본교 디지털교과서과학동아리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의 생물의 다양성 단원을 학습한 후, 학교 주변의 생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AR 콘텐츠로 제작하여 지도로 만든 장면.(사진=한동규 교사)
2019년 7월 본교 디지털교과서과학동아리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 생물의 다양성 단원을 학습한 후, 학교 주변의 생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AR 콘텐츠로 제작하여 지도로 만든 장면.(사진=한동규 교사)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난 2018년부터 2년간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를 수행하며 교실수업에 디지털교과서 및 실감형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올 해는 본교 학생들로 구성된 ‘디지털교과서 과학동아리’ 학생들이 ‘우리고장 AR 생태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동아리 활동을 수행하였다. 평소 수업 시간 디지털교과서 및 실감형 콘텐츠를 많이 접해서인지, 학생들은 큰 어려움 없이 소비자의 입장이 아닌 생산자의 입장에서 AR 콘텐츠가 포함된 생태지도를 제작하였다.

동아리 학생들이 제작한 ‘삼선산수목원 AR 생태지도’는 지역 신문에 보도되었으며, 동시에 지자체의 정책으로 채택되어 향후 지역 내 위치한 수목원의 학습자료로의 활용은 물론이거니와 지역 관광홍보자료로서 활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자기주도 학습 활동으로 인해 학생들의 역량이 함양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지털교과서 확대 적용 "반가워"..."여러 과목에서 개발, 적용되길"

올해까지는 디지털교과서가 중학교의 경우 1, 2학년만 적용이 되어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2020년부터는 중학교 1∼3학년 전체에 디지털교과서가 적용이 된다고 하니 어찌나 반가운지 모른다.

게다가 다양한 내용의 실감형 콘텐츠가 추가적으로 개발되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디지털교과서와 함께 할 새로운 수업이 기대가 된다.

또 현재 적용되고 있는 영어, 사회, 과학 3과목 외에 다른 과목들에서도 디지털교과서가 개발, 적용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더 많은 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이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즐겁고 유익한 수업을 만들어 가길 기대해본다. 아울러 교육현장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활동에 매진하시는 선생님들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