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기후행동 정상회의서 세계 정상에 책임 묻다
"학교 교사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는 거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 없다"고 세계 정상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사진=https://cafe.naver.com/gotjawal/9062)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후 위기에 대해)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는 거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 없다"고 세계 정상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사진=https://cafe.naver.com/gotjawal/9062)

[에듀인뉴스] 요즘 16세의 소녀가 전 세계 화제다. 그레타 툰베리라는 스웨덴 출신의 소녀다. 그녀는 뉴욕에서 진행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여해 전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기후변화 책임을 물었다. 심지어 뉴욕에서 진행하는 정상회의에 참여하려고 15일 동안 480km 바닷길을 태양광 보트를 타고 이동했다고 한다. 이산화탄소배출을 반대하는 자신의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2018년 8월 처음 1인 시위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녀는 그저 특이한 1인의 소녀에 불과했다. 그러나 툰베리의 외침은 1년 만에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가 펼쳐졌다.

4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퍼포먼스를 벌였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전주, 순천 등 10여개 지역에서 이뤄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150여개국에서 청소년 400만명이 참가한 세계적 규모의 집회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10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를 채택했다.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기준과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다. 별도의 제한 없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4.5도 오를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다. 심지어 2016년에는 영국의 ‘기후행동추적’이라는 연구기관이 평가한 기후위기 대응책에서 100점 만점에 28.5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함께 기후 4대 악당에 꼽혔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18.5%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세웠지만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각국의 감축량 기준은 18.5%가 아니라 45%다.

"위기라는 말 보다 실천 필요한 때"

지구 온도가 더 올라가지 않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육식을 줄이는 것, 가급적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 플라스틱 용기보단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들이 개인 실천 가능한 일들이다.

그러나 지난 1개월간 학생들이랑 환경수업을 하면서 개인적 실천으로는 해결의 가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자전거를 이용하기엔 우리나라 도로는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곳이었다.

학교 급식을 비롯해 대부분의 단체급식 역시 항상 육식이 제공된다. 식당에 채식주의자용 메뉴가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소고기 1kg을 얻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배출량이 자동차 250km를 운행하며 발생하는 양과 같다고 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육류 요리 제공을 포기할 수 없다면 주 1회 만이라도 채식 식단을 공급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한편, 마트에는 필요하지 않은 포장지들이 즐비했다.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플라스틱들을 만들면서 그것을 어떻게 버려야 하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기업 서비스센터들이 많았다. 노(no)플라스틱을 실천하려던 학생들은 매일매일 벽에 부딪혔다. 윤리적인 소비자가 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지 않겠다고 구매한 재활용 빨대마저 비닐 포장 상태로 배송되기도 했다.

개천절을 전후해서 또 태풍이 왔다. 올 가을 벌써 세 번째다. 태풍 역시 해수 온도 상승으로 더 강력하고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를 대비한다고 시끌시끌하지만, 당장 우리에게 찾아오는, 그리고 다가올 위협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다.

현재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하면 2030~2050년 사이에 1.5도 이상 기온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여름 이상 기온으로 소개됐던 폭염이, 10~30년 뒤에는 보통의 여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레타 툰베리는 9살 때 학교에서 “전기를 아껴 쓰라, 종이를 아껴 쓰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 이유를 묻자 선생님께서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듣고 툰베리는 ‘그렇게 지구가 위험하다면 왜 어른들은 변함없는 생활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의문을 품고 자란 툰베리는 기후 정상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긴급함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어른 세대에 대한 비판이다. 학교에서라도 기후 대비를 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였다면, 툰베리는 지금 뉴욕의 정상 회의가 아닌 스웨덴의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많은 학생이 수업 파업을 하고 있고, 지난 27일에는 한국에서도 500여명의 청소년들이 수업을 가지 않고 시위에 참여했다고 한다.

미래세대를 기르는 학교 교사 입장에서 그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벌써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에서 교사 선언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개인 단위의 실천과 요구라는 한계가 있다.

학교 단위에서 학생들에게 에너지 교육을 시킬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을 위한 대토론을 하는 것은 어떨까?

교사들과 학생들 스스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약속을 통해 학교의 움직임을 정해보자. 각자 실천할 수 있는 저탄소 방법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단계를 넘어서 학교 단위의 움직임을 보이자.

개인들의 실천과 요구가 아니라 학교들의 실천과 요구가 이루어질 때 더 파급력이 크지 않겠는가? 청소년들이 학교 교실이 아닌 길바닥에 나서게 하지 않도록 실천 가능한 방법을 교사들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