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 경기 평택 소사벌초등학교 교사

사진 및 동영상 촬영, 확대 및 축소 기능 "참여형 수업 넘어 주도형 학습 가능"
아이들 건강 외면 보도?..."실제 수업 봤으면 가능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일 뿐"

디지털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는 김동준 소사벌초 교사와 아이들.(사진=김동준 교사)
디지털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는 김동준 소사벌초 교사와 아이들.(사진=김동준 교사)

디지털교과서란 무엇일까 

[에듀인뉴스]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에 여전히 교과서를 단순히 스캔한 형태의 일차원적인 전자 저작물로 생각하는 반응이 많다. 과거 교과서와 함께 배부되었던 CD 형태의 전자 교과서 또는 e교과서를 디지털교과서와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용어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현재 사회, 과학, 영어 교과에 한정적으로 개발된 디지털교과서의 입지가 교과를 중심으로 하는 학교 현장에서 명확한 위치가 없다는 것도 디지털교과서가 10년 이상 연구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개념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현실을 만드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를 다년간 활용하면서 생각하게 된 디지털교과서가 차지해야 할 위치는 특정 교과가 아닌 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현재도 교과서 내용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자료 및 실감형 콘텐츠와 같은 다양한 학습 콘텐츠가 추가되어 있고, 시작 퀴즈, 마무리 퀴즈와 같은 형성평가도 반영되어 있다.

물론 위두랑 학습 커뮤니티를 이용해 교수‧학습 및 과제 제출‧관리, 평가까지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개인별 세밀한 분석으로 학사 전반에 관한 분석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디지털교과서, 교실 모습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이런 관점에서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교과서의 수업 장면은 과연 어떨까? 지난 1년 동안 우리 교실에서 이루어진 몇 가지 모습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아이들이 직접 수업시간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배울 내용을 블록 처리하거나 중요 사항에 하이라이트 친 모습.(사진=김동준 교사)
아이들이 직접 수업시간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배울 내용을 블록 처리하거나 중요 사항에 하이라이트 친 모습.(사진=김동준 교사)

“이번 단원에서는 무엇에 대해 배우게 될까요? 단원 들어가기 빙고 게임을 준비하겠습니다.”

안내와 함께 학생들은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새롭게 배우게 될 단원을 살펴보면서 단어를 블록 지정하여 하이라이트(형광펜) 처리하거나 검색 기능을 실행하여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검색된 의미를 읽어본다.

노트를 실행하여 배경을 3×3 빙고판으로 설정하고 펜 기능을 이용해 찾아본 단어들을 빈 칸에 열심히 써넣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때로는 단원 도입 부분에 들어있는 단원 소개 동영상을 실행해서 살펴보기도 한다. 9칸의 빙고판을 모두 채운 학생들은 3줄 만들기 빙고 게임에 참여하여 각자의 노트 기록내용을 꼼꼼하게 살피며 게임 활동에 참여한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교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로운 단원에 들어가는 수업장면의 일부이다. 새 단원에서 배우게 될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는 활동을 빙고 게임 형태로 진행하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단원내용을 파악해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과학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번 실험은 일정한 양의 식용 소다가 들어있는 유리컵에 식용 구연산을 각각 다른 양으로 넣었을 때 발생하는 탄산수 거품의 최고 높이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식용 구연산이 들어가면 ‘쏴’ 소리와 함께 거품이 올라오는데 빠르게 가라앉으므로 최고 높이를 빠르게 표시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유리컵에 집중을 하게 된다.

실험 수업에 있어서 실험 장면을 다시 되돌려볼 수 없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지만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학급에서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교과서 실험장면에 있는 동영상 버튼을 이용해서 실험 영상을 눈으로 확인하거나 소리 자료를 이용해 거품이 발생할 때 생기는 소리도 다시 들을 수 있다. 태블릿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기능까지 활용한다면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실험 수업을 완벽히 보완해주는 도구로 활용이 가능해진다.

물론 위두랑을 통해 실험 과정과 결과를 정리하고, 카드형 위두랑 팝에 결과물을 탑재하여 상호 평가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발표자 중심의 수업 공간에서 모든 학생 중심의 수업 공간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에는 핀치새의 부리 모양을 관찰하고 핀치의 부리 모양과 먹이의 관계를 추리하는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과서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으로만 제시된 친치의 부리 모양이 나무 틈에 사는 벌레를 먹기에 알맞은 형태인지, 여러 가지 씨를 먹기에 알맞은지 추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학생들의 관심사 주변으로 끌어오는 데는 약간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디지털교과서의 핀치의 부리 모양과 먹이 AR(증강 현실)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반응은 달라진다. 8종의 핀치 새 AR 마커를 비추면 각각의 핀치 새가 태블릿 화면을 가득 메우며 살아서 움직인다.

증강현실 콘텐츠의 손가락 제스처를 이용한 확대/축소 및 돌려보기가 가능한 생생한 관찰, 해당 핀치 새가 어떻게 먹이를 먹는지 동영상 감상, 분류 기준에 따른 플래시 기반 분류 활동까지 실감나는 수업에 몰입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에 나온 화석을 확대 축소하며 자세히 살펴보는 아이.(사진=김동준 교사)
디지털교과서에 나온 화석을 확대 축소하며 자세히 살펴보는 아이.(사진=김동준 교사)

과학 교과서의 자연사 박물관 꾸미기 활동 장면의 일부다.

지층과 화석을 주제로 한 자연사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종이 모형, 알지네이트로 만든 조개껍데기 화석 모형, 검색을 통해서 찾아낸 사진 자료와 소개 자료 등을 준비하여 모둠별 전시실을 만들고 다른 모둠의 박물관을 살펴보는 활동이 일반적이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우리 교실에서는 공룡 박물관 탐방 360도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하여 딱딱한 교실 공간을 실제 박물관의 모습으로 변신시키게 된다. 학생들은 태블릿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며 상하좌우 마음껏 공룡 박물관 여기저기를 살펴보게 된다.

콘텐츠의 눈 모양 아이콘을 클릭하여 상세 설명도 참고할 수 있고, 사진 자료, 다음 장소로 이동 등을 하며 생동감 넘치는 가상 체험 학습을 경험할 수 있다.

사회 시간 지도의 기호를 읽고 의미를 파악하여 범례를 참고하여 장소를 찾는 수업을 한다.

학교와 병원, 우체국을 찾아서 지도에 표시를 하게 되는 간단한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수업이지만 디지털교과서의 지도의 기호와 범례 읽기 VR(가상 현실) 콘텐츠를 활용하면 마치 실제로 거리에서 목표 지역을 찾는 듯한 가상 현실 체험이 가능해진다.

화면 상단의 지도를 통해 자신의 위치와 목표를 확인하고 가상 세계에서 실제로 이동하여 목표를 찾아가는 활동 자체가 게임 활동처럼 학생들이 집중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부정적 보도 "체험 후 보도 나섰으면 그렇게 못 썼을 것"

이와 관련해 최근 언론을 통해 초등학생용 VR 디지털교과서 콘텐츠라는 내용으로 보도된 내용을 보면 디지털교과서에서 활용하는 VR 콘텐츠가 기성제품들에서 권고하는 학생들의 건강 관련 주의사항을 외면한다는 형태로 제시가 되고 있는데 정확한 분석이 아쉬운 측면이 있다.

일단 보도에서 제시한 고가의 전문 VR 기기들은 고해상도, 고사양 콘텐츠를 위한 기기로 디지털교과서에서 제공하는 저사양 VR 콘텐츠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디지털교과서의 VR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태블릿 3D 모드와 스마트폰 및 HMD를 활용한 VR 모드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태블릿 중심의 3D 모드로 활용하고 있고, 스마트폰이 있을 경우 HMD와 결합해서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

물론 VR 콘텐츠의 개인별 체험 시간 자체가 2~3분에 불과해서 전문 기기 등에서 오랜 시간 사용할 경우 문제를 제기한 부분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공식적 의견 제시에 있어서 실제로 VR 콘텐츠를 체험해 보고 발표를 했다면 디지털교과서가 VR 교과서라는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자유롭게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사진=김동준 교사)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자유롭게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사진=김동준 교사)

참여형 수업이 주도적 학습으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면서 학생들의 수업은 참여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우리 학생들에게 어쩌면 서책형 교과서보다 익숙한 그들만의 교과서 모습에 가깝기에 더 주도적으로 참여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서책형 교과서의 콘텐츠 보완 차원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학습 자료를 관리할 수 있고, 위두랑을 통해 상호 활발한 소통과 공유가 가능하며, 교수‧학습이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현장과 소통하는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에듀넷 학생 회원 가입 문제도 올해 초 대폭 개선되어 담임교사의 약간의 수고를 통해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게 바뀐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앱 활용에 있어 최종 페이지의 자동 저장, 콘텐츠 목록의 범주화, 제스처를 이용한 확대/축소, 양면/단면 보기 문제점 해결 등 현장의 요구사항을 접수하여 발 빠르게 개선해 나가는 부분도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신뢰하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다.

5~6학년 초등학교 실감형 콘텐츠 개별 앱의 개발처럼 편리함을 요구한 의견을 수렴하여 3~4학년 앱 개발도 현재 진행 중이고, 교사들이 요구한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도 디지털교과서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 가고 있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면 교과서에 포함된 공룡알 화석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사진=김동준 교사)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면 교과서에 포함된 공룡알 화석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사진=김동준 교사)

디지털교과서 확산 위해 "교사의 역량과 선도학교 등 정책 지원 필요"

개인적으로 디지털교과서 활용의 확산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교사의 관심,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교사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무선 인프라 사업의 지속적 보급 확대로 현재 무선 AP를 설치하여 자유롭게 인터넷과 태블릿 또는 노트북을 활용할 수 있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교실에 학생망을 구축하여 값비싼 장비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수업에 편리한 무선 환경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도 완화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교과서 활용의 큰 벽은 기성 세대에겐 익숙치 않은 교수‧학습 환경과 그 중심에 디지털 기기가 존재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반적인 기기 관리에서부터 기기 오류, 프로그램 충돌 등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업 현장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 교사들의 수동적 자세가 선뜻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책적으로 연구학교는 수적인 면에서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고, 목적에 맞는 운영에 대한 부담으로 일반적인 교사들이 쉽고 편하게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연구학교의 연구 결과들이 쉽게 보급되지 않는 현실도 이와 같은 보이지 않는 벽을 의미할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할 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현장 일반화를 위해서는 2년째 이어져온 선도학교를 꾸준히 확대하는 정책을 제안해 본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현장정착을 위해 선도학교 운영범위를 매년 꾸준히 확대해왔던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선도학교의 긍정적 효과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선도학교 자체가 특별한 운영성과를 목적으로 운영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책적 지원 확대로 인해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공감대와 현장 접근성을 상당히 높인 것은 사실이다.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 운영도 같은 맥락에서 더 많은 교사와 더 많은 현장에서의 사용 경험 공유를 이끌어내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리라 생각한다.

미래 교육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우리 학생들에게 첨단 학습 환경의 경험을 제공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함께 소통‧공감하는 학습관리 시스템으로서의 디지털교과서가 더욱 쉽게 다가가며 현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는 그 날을 기대한다.

김동준 경기 평택 소사벌초등학교 교사
김동준 경기 평택 소사벌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