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우리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Q. 학종의 어떤 점 보완할 수 있나
Q. 조선시대 과거 시험과는 어떻게 다른가

[에듀인뉴스] 지난 4월 IBO((International Baccalareaute Organization)와 대구교육청, 제주교육청은 서울에서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추진 확정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도입을 확정했다. 생각을 꺼내는 수업과 평가의 신뢰도 확보라는 도입 명분과 기존에 혁신을 추구해 온 교수 방법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서 IB는 뜨거운 감자였다. <에듀인뉴스>에서는 IB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그간 쌓인 질문을 중심으로 한 Q&A 기획을 1부 평가시스템, 신뢰할만한가 2부 우리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3부 국내 도입 시 우려와 혼란에 대하여 등으로 나눠 준비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학종 개선 및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 세부계획을 밝혔다.(사진=교육부)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학종 개선 및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 세부계획을 밝혔다.(사진=교육부)

▲학종의 어떤 점을 보완할 수 있나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성적(내신 성적) 외에도 각종 (교내)경시대회, 자격증·인증, 소논문, 동아리·학생회 같은 학생 자율 활동, 봉사, 독서,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등 매우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전형이다.

여러 요소가 정성 평가로 종합 반영되기 때문에 학생의 부담감이 크고 학교 교육만으로는 준비가 되지 않으니 사교육과 불공정 시비를 유발하고 있다.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은 학종의 전형 요소들 가운데 합리적 핵심을 끌어들여 정량적으로 체계화했기에 학종보다 훨씬 간소하면서도 공정하다.

 

앞서 말했듯 IB의 마지막 2년 동안에는 6개 과목군(언어(국어), 외국어, 개인과 사회, 과학, 수학, 예술)에서 1개 과목씩 선택해 이수하는 데 더하여 소논문, 지식론, 창의·체험·봉사 활동의 3개 필수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 3개 필수 과정은 학종의 비교과에 상응하지만,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에서는 교사의 지도와 할애하는 시간이 규격화되어 있어 정규 교과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를 현행 학종과 비교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이 3개 필수 과정은 학종의 전형 요소 가운데 소논문과 창의적 체험 활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단, 한국의 학종에서는 소논문이 대체로 작성 과정에 대한 지도나 관리 없이 결과물만 논문 경시대회 혹은 교과 세부 특기 사항의 내용으로 반영되는 반면, IB는 소논문 작성 과정을 교사가 직접 지도하고 관리하며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덕에 불공정 시비로부터 자유롭다.

IB에는 학종의 경시대회라든가 자격증·인증 등은 아예 없다. 그만큼 간소하고 공정하다.

한편 IB 학생은 현재 국내 대입 제도하에서는 학종으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IB 공식 성적표와 달리 실제 수업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교과 세부 특기 사항을 교사가 생활기록부에 별도로 기록하여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본래 IB에는 이렇게 교사가 기록하는 제도가 전혀 없다. IB에서는 학종에서 추구하는 다양한 학습 활동, 비교과 활동을 모두 교과 속에 넣어서 수행하지만 모든 교과와 지식론, 소논문은 정량화되어 점수로만 표기된다. 그 덕에 생활기록부처럼 학생의 수행 내용이 아니라 교사의 기록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부분이 없다.

 

창의·체험·봉사 활동은 정량적 평가를 하지 않고 이수 요건 충족 여부만 확인하면 되는데 그 이수 요건이 150시간의 활동을 모두 수행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이때 학생이 스스로 시스템에 내용을 입력하고 성찰 일지를 작성하는 방식이고 교사는 그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과 승인만 하기 때문에 사실상 교사가 직접 방대한 기록을 남길 일이 없다.

그리하여 교사와 학생은 교육 자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불필요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될 이유가 없다.

과거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관리를 뽑기 위해 시행된 시험 제도이다. 과거 제도는 문과와 무과, 잡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과 시험은 하나는 유교 경전에 대해 묻는 시험, 당시 정책에 대해 논술하는 시험으로 이뤄져 있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과거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관리를 뽑기 위해 시행된 시험 제도이다. 과거 제도는 문과와 무과, 잡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과 시험은 하나는 유교 경전에 대해 묻는 시험, 당시 정책에 대해 논술하는 시험으로 이뤄져 있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조선 시대의 과거 시험과는 어떻게 다른가

조선 시대의 과거 시험 문제는 사실상 매우 바칼로레아적이었다.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이슈에 대한 수험생의 생각을 물었다. 그러나 그런 시험이었음에도 여전히 한계는 있었다.

조선의 과거 시험은 전 국민이 보는 시험은 아니었다. 또 시험 형태는 객관식이 아닌 논·서술이었지만, 조선 말에 이르러서는 공부의 내용이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가 전혀 아니었다.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나라를 잃게 되어 그 전통과 문화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처절하게 경험했다.

각 시대마다 요구되는 역량은 다르다. 논·서술이라는 시험 형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기르는 능력이 시대적 역량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 교육 과정을 비롯하여 주요 대학들은 모두 21세기가 요구하는 비판적, 창의적, 협동적, 소통적 역량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평가되고 길러지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비전을 제대로 세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비전과 목표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IB가 1968년도부터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의 1970~80년대에 들어왔다면 그리 소용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나라는 추격형 경제 모델 체제였기 때문에 선진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경제 발전이 가능한 산업 구조였다.

이제 선진 지식을 따라 하기만 해도 되는 제조적 지식이 필요한 산업은 상당수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으로 옮겨 갔기 때문에 작금의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에 성공했던 교육으로 더 이상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

* 출처=IB를 말한다(창비교육) By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