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설화 속 다문화 이야기: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영화 신데렐라 포스터 

[에듀인뉴스] 지구상의 어느 종족이나 민족은 그 나름대로의 설화(신화, 전설, 민담, 동화)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그 종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신화의 형태로, 때로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전설을 형태로, 또는 시기도 장소도 특정되지 않는 구전 동화, 민담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그 중 신화처럼 그 종족이나 민족, 또는 씨족의 시조설화처럼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것이 있다면, 때로는 구전동화나 설화처럼 인류에게 전해내려오는 다양한 이야기와 컨텐츠가 얽히고 설킨 것들이 있다. 

그렇다고 신화가 전적으로 그 종족, 씨족, 민족만의 내용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그리스 로마의 신화도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등지의 신화들이 지역의 주민에 맞게 각색되고, 변형되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들어냈듯이, 신화를 구성하는 그 바탕에는 그 종족의 정신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신화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군신화에 나오는 다양한 요소들, "하늘", "신단수(나무)" "호랑이와 곰" "마늘(달래)과 쑥"의 요소들은 시베리아 샤먼의 정신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또 주몽과 박혁거세, 김알지, 수로왕의 신화에서는 남방 아시아계의 신화에서 보이는 "알"과 북방의 "말" "나무" "우물" "거북이(자라)"가 공통적으로 등장함으로서 남방과 북방계의 혼합형 신화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즉, 북방 유목민족과 남방 농경민족의 정신세계가 서로 혼합되어 하나의 시조신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의 구성적 특징을 드러내준다고 볼 수 있다. 

​민족이나 종족의 정체성에 기반한 신화도 개별 요소는 보편성을 띤다

이처럼 신화가 그 종족이나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탄생하고,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다 하더라도, 인류의 보편적 기억에 기반하여 신격화되었기 때문에 인류 공통의 요소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모세의 출애굽기에 나오는 홍해나 동명왕 신화나 고주몽 신화에서 강을 도망쳐 건너는 모습은 어찌보면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다양한 종족과 민족의 신화속에서도 공통의 요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다. 예를 들어 신라 경문왕 때의 일로 이야기되고 있는 "임금님의 당나귀 귀"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의 귀"는 거의 같은 내용이다.

다만, 신라의 "임금님 귀" 이야기가 보다 교훈적인(언로를 막지 않는 것, 백성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라는 것) 것이 가미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신화가 그 종족이나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이야기 구성은 공통된 요소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신화보다 더 극명하게 인류의 공통의 기억과 컨텐츠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각종 경험이 각색된 설화들이다. 창세기 신화에 나오는 홍수 이야기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즉, 수메르신화의 홍수이야기와 구약성경의 노아와 홍수이야기는 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확히 빼닮았다. 이러한 홍수 이야기는 중국에서도, 또 아메리카 인디언의 창세 이야기속에서도 공통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중의 하나다. 

이렇듯 그 민족만의 고유한 창세신화나 건국 신화도 그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분리해서 살펴보면, 결국 인류 보편적인 기억이나 "유목"과 "농경"이라는 인류의 "양대 축 생활환경"에 기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보편적인 요소들이 민족이나 종족 고유의 정신세계와 연결되어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됨을 알 수 있다. 

뮤지컬 콩쥐팥쥐. (사진=김대범 소극장)

이야기구조조차 보편성을 띠는 설화들

이런 신화보다 더 공통적인 요소와 이야기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구전설화(동화)"들이다. "구전 설화"는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또 각각의 경험과 지식을 녹여서 풀어낸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인류 공통의 기억이 훨씬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서양의 신데렐라"와 "콩쥐팥쥐" 이야기, "백조처녀"와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데델라와 콩쥐팥쥐, 백조처녀와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처럼 보편적인 이야기구조를 갖고 있는 설화가 있는 반면, 그 민족이나 종족, 또는 씨족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설화들도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화 중의 하나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 외에도 각 지역에서 전승되어오는 민담이나 동화에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이야기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인류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고, 오래된 설화일수록 이를 공유하는 종족이나 민족도 많을 수밖에 없다. 앞서 이야기한 신데렐라 이야기나 콩쥐팥쥐 이야기가 가장 넓게 퍼져 있는 경우이다. 신데렐라와 유사한 이야기는 유럽에서 퍼져있는 버전만 해도 50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또 분포하는 지역도 유럽과 중국과 동북아는 물론,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지역과 아메리카 인디언까지, 거의 전 지구에 퍼져 있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는 만주와 몽골지역, 러시아와 유럽, 인도 등지에서는 "백조처녀"이야기로 분포하고 있다. 그 버전도 매우 다양한데, 특히 한국의 "나무꾼과 선녀"이야기 구조가 가장 드라마틱하고 다양한 버전으로 존재한다. 이는 신데렐라의 한국버전인 콩쥐팥쥐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신데렐라가 단순한 이야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면, 한국의 콩쥐팥쥐 이야기는 뚜렷한 권선징악의 구조와 함께 매우 복잡하고 선명한 이야기구조를 지니고 있다. 

선녀와 나무꾼.(사진=오픈키드) 

​"백조처녀"와 "선녀와 나무꾼"이야기

​먼저 나무꾼과 선녀이야기와 백조처녀 이야기를 살펴보자. 만주족의 시조신화, 바이칼 지역 브리야트족의 시조신화 외에 서양과 인도지역의 백조처녀 이야기는 넗게 퍼져 있다.

그 내용은 백조로 변신하여 지상에 내려와서 호숫가에 깃털을 벗어놓고 목욕(수영)하는 천녀(선녀)의 깃털을 사냥꾼(나뭇꾼)이 몰래 숨겨놓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줄거리다(백조의 호수에서는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공주로 나온다). 그런데, 사냥꾼이 숨겨논 깃털을 건네자, 천녀(선녀)가 깃털을 입고 하늘로 승천했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다. 

기본적으로는 위의 1단계 이야기구조에서 끝을 맺지만, 지역과 나라에 따라선 남편도 호박(박)씨를 심어 그 줄기를 타고 하늘로 따라 올라가 천녀의 도움으로 옥황상제의 시험을 통과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 추가된다.

그런데, 한국의 나무꾼과 선녀에서는 노루의 도움으로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고, 옥황상제의 시험을 통과해서 천상에 살다가 지상에 두고온 어머니가 그리워 천마를 타고 내려왔다가 어머니가 끓여준 호박죽을 먹으려다 천마가 놀라는 바람에 땅에 떨어져 죽게 되고, 죽은 후 수탉으로 변해 하늘을 향해 꼭 올라가겠으니 기다리라는 뜻으로 매일같이 "꼬끼오(꼭이오) 꼭꼭"하고 울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다른 나라의 백조처녀와 한국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가 다른 것은 백조의 깃털과 선녀의 옷, 사냥꾼과 나무꾼, 자녀를 데리고 천상으로 올라가는 것(백조처녀는 자신만 올라간다), 나무꾼 어머니의 등장이다.

즉, 한국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에서 다른 점은 모성애(효심)가 특히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시조신화인 백조처녀에서는 천녀가 하늘로 올라간뒤 남겨진 아이들이 자신들의 시조가 되었다는 식인데, 한국의 이야기에서는 선녀가 낳은 아이들까지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버리는 것이다. 

또 하늘로 올라간 나무꾼이 다시 지상에 내려오는 이유도 지상에 남겨진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이고, 나무꾼이 다시 천마를 타고 올라가지 못하게 되는 이유도 어머니가 끓여준 호박죽을 먹으려다 말 잔등에 떨어뜨려 말이 놀라 속구치는 바람에 땅에 떨어져 올라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즉, 어머니의 모성애가 뜻하지 않게 아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신데렐라"와 "콩쥐팥쥐" 이야기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보다 더 보편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설화가 콩쥐팥쥐(신데렐라) 이야기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유럽은 물론, 동아시아나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물론 아메리카 인디언의 설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구조가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이야기구조가 인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신데렐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친어머니의 죽음, 새로 들어온 계모와 자식들간의 갈등, 상층계급(왕자, 고을 원님, 부유한 상인)등장, 도움(요술, 신령스런 동물), 신분상승의 이야기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선징악의 이야기도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나 여타 다른 설화들보다 훨씬 더 뚜렷하다. 까치에 의해 눈이 파먹힌다든지(신데렐라), 원님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깍두기로 담가져서 보내지고, 결국 계모마저 죽게 된다는, 어찌보면 잔혹하리만큼 선명한 징벌도 눈에 띤다.

그런데, 서양의 신데렐라와 한국의 콩쥐팥쥐 이야기가 다른 것은 서양의 신데렐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반해, 한국의 콩쥐팥쥐에서는 주인공마저 죽은 뒤 원혼이 되어 원한을 갚는 형태의 비극으로 결말을 맺는다. 

즉, 서양의 신데렐라는 신분 상승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반면, 언니와 계모는 까치에 의해 징벌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데 반해, 한국의 콩쥐팥쥐는 그 후에도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결국 콩쥐가 계략에 말려 죽게 되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고을 원님이 팥쥐를 처형하고 깍두기를 담가 계모에게 전달하여 계모마져 놀라 까무라쳐 죽게 만드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콩쥐팥쥐가 훨씬 복잡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맺고 있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와 달리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나 콩쥐팥쥐 이야기에서는 도움을 주는 동물(노루, 참새, 두꺼비)들이 등장한다. 이는 서양의 신데렐라 등에서 요술 등 도움을 받는 반면, 한국의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의 선행에 감복한 동물들이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설화가 서양이나 다른 나라의 이야기 구조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국 설화 이야기의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구조는 다른 다양한 설화에서도 나타난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한국만의 대표적인 설화의 하나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에서는 어머니와 호랑이가 등장하고, 총명한 오빠가 호랑이를 속여먹는 장면과 순진한 누이가 호랑이에게 비밀을 가르쳐줘서 추격을 허용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리고 결국엔 밧줄을 타고 올라가서 오빠는 해, 누이는 달이 되고, 썩은 밧줄을 타고 올라가던 호랑이는 떨어져서 수숫대에 떨어져 수숫대가 빨갛게 된 이유까지 설명하며 끝을 맺는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차이코프스키에 의해 발레로 거듭 태어난 백조의 호수는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의 다른 버전인 백조처녀의 독일판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사진=유튜브 캡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차이코프스키에 의해 발레로 거듭 태어난 백조의 호수는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의 다른 버전인 백조처녀의 독일판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사진=유튜브 캡처)

설화의 보편성과 독창성

이렇듯 설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각종 경험과 지식, 그리고 흥미를 끄는 요소가 결합되며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인류가 겪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에 입각한 기본적 줄거리가 형성되게 된다.

권선징악, 해피엔딩 등은 대체적인 교훈이지만, 개별 요소들은 생활환경에 따라 변형되고 각색된다. 선녀(천녀)의 옷이 백조의 깃털이 되거나, 사냥꾼이 나무꾼으로 변모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 호수가 계곡과 산으로 변형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야기구조는 대체적으로 동일하다. 백조처녀가 주로 종족과 부족의 시조신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하지만,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훨씬 더 복잡한 이야기구조를 띠고 있다. 노루나 참새 등이 등장해 도움을 준다든지, 모성애와 어머니의 역할이 지대하고, 또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의 기본 구조에서 권선징악은 유지하면서 해피엔딩보다는 비극으로 끝을 맺어 아쉬움을 자아내는 것 등 보다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우리만의 고유한 전래동화로 여겼던 것들도 알고보면 인류가 함께 공유하고, 다른 곳에서 전래된 것들이 적지 않다. 또 우리에게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컨텐츠는 결코 우리만의 컨텐츠로 남겨지거나 전승되지 않고, 다른 나라나 장소로 전파되어 새로운 전래문화를 만들어낸다.

마치 예전에 없던 고추장 등이 지금은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이 된 것처럼.. 인류의 문화는 강물처럼 흐르고, 흐르다 어느곳에서 머물며 커다란 호수를 만들다, 다시 흘러가게 된다. 단일민족이 신화에 불과한 것처럼 고유한 전통문화도 알고보면 우리의 거대한 착각이거나 신화에 불과할 뿐이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는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홍보국장, 민관협력포럼 창립 및 운영위원을 거쳐 한국다문화청소년센터 이사장, 한중경제문화교류센터 이사장을 지냈으며 총리실 산하 재한외국인정책위원회 실무위원, 교육과학기술부 다문화 교육정책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김&nbsp;대표는 다문화 자녀의 자존감을 세워주고자 2008년 한국다문화센터와 국내 최초 다문화 어린이 레인보우 합창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G20정상회담 특별만찬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초청 공연 등 대한민국 대표 어린이 합창단으로 활동 중이다.&nbsp;<br>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는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홍보국장, 민관협력포럼 창립 및 운영위원을 거쳐 한국다문화청소년센터 이사장, 한중경제문화교류센터 이사장을 지냈으며 총리실 산하 재한외국인정책위원회 실무위원, 교육과학기술부 다문화 교육정책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다문화 자녀의 자존감을 세워주고자 2008년 한국다문화센터와 국내 최초 다문화 어린이 레인보우 합창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G20정상회담 특별만찬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초청 공연 등 대한민국 대표 어린이 합창단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