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잘츠부르크 선수들이 지난해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리버풀을 상대로 동점골을 넣자 포효하며 선수들에게 달려가는 잘츠부르크 제시 마치(Jesse Marsch) 감독.(사진 출처=https://cafe.naver.com/spurskoreaspurs)
잘츠부르크 선수들이 지난해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리버풀을 상대로 동점골을 넣자 포효하며 선수들에게 달려가는 잘츠부르크 제시 마치(Jesse Marsch) 감독.(사진 출처=https://cafe.naver.com/spurskoreaspurs)

[에듀인뉴스] 얼마 전 한국 축구선수인 황희찬 선수가 뛰는 잘츠부르크 fc와 리버풀 간의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있었다. 이 경기는 황희찬 선수가 득점을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경기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전반전이 끝나고 0:3으로 지고 있던 잘츠부르크의 감독이 라커룸에서 열정적인 연설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시키는 장면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영상 속에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의지’를 강조하며 투쟁심을 불어넣는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잘츠부르크는 황희찬의 득점을 시작으로 3:3 동점까지 따라붙었으나, 후반 막판 1골을 내주며 아깝게 3:4로 경기를 내줬다. 전년도 우승팀인 리버풀을 상대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접전이었다.

교사와 감독은 유사한 점이 있다. 특히 담임교사는 더욱 그렇다. 학생들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야 하고,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해 문제를 파악하고 개입해야 한다. 열정을 불어넣어주기도 하고, 안 되는 부분을 반복적으로 지도하기도 한다.

학교만큼이나 시대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스포츠 구단이다. 지난 몇십년간 학생들이 변해왔듯이, 스포츠 선수들도 변해왔다. 엄격한 규율로 선수단을 운영하던 방식을 고집하면 요즘 선수들은 버티지 못한다고 지도자들이 투덜대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작전타임’ 때 감독의 모습이다. 특히 작전타임은 보통 지고 있는 상황에 사용하는 것이니 더욱 그렇다.

프로배구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몇 년간 감독의 변화를 알 수 있다. 2013-14시즌까지 우승을 양분한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과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은 초창기 감독이자 백전노장 감독이다. 이 두 감독은 경기 중에 잘 안 되는 부분을 꾸짖고 혼내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때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2014-15, 2015-16 시즌에 우승을 한 김세진 감독은 전혀 다른 타입이었다. 이전 감독에 비해 훨씬 젊은 축에 속한 김세진 감독은 팀이 수세에 몰려 작전타임을 불러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무엇이 안 되지는지, 어떻게 하면 상황을 반전할 수 있을지 차분하게 전달했다. 바깥에서 경기를 파악한 내용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힘썼다. 때론 화가 난 듯한 모습도 있었지만 바로 앞선 두 명장과 비교하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2016-17 시즌에는 김세진 감독보다 한 살 어린 최태웅 감독이 돋보였다. 감독 첫 해였지만 그는 다양한 어록을 남겼다. 그의 작전타임은 마치 명언집을 보는 듯 해서 배구팬들은 그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가 작전타임에 한 얘기들은 어록이 되어 기사가 되었다. 대표적인 어록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계속 발전되는 팀이지, 지금 잘하고 있는 팀이 아니야.”
“오늘 너희들 지면 두 번 지는거야. 배구도 지는 거지만 자존심도 지는 거야. 오늘, 경기는 져도 되는데 자존심은 지지 마. 그거 보여주고 나와.”
“수봉아, 너의 큰 힘이 뭔지 알아? 너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뛰어 다니는 거야. 그게 너한테 가장 경기력이 좋을 때 나오는 모습이란 말야. 지금 그런데 그게 없어졌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너희들을 응원하고 있는거야. 그 힘을 받아서 한 번 뒤집어봐. 이길 수 있어.”

최태웅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웃을 수 있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북돋아주는 타입이다. 이러한 힘인지 첫 해부터 바로 우승을 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리더십만 있는 것은 아니다. 51년생 박기원 감독이 그렇다. 최태웅 감독의 현대캐피탈이 우승한 16-17시즌에 이어 17-18시즌은 박기원 감독의 대한항공이 우승을 거뒀다. 박기원 감독은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감독을 해본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감독이다. 특히 작전타임 때 특별한 말을 하기보단 선수들이 숨을 돌릴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준다. 

감독별로 스타일을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열정적으로 다그치기도 하고 감정을 쏟는 타입(신치용, 김호철)
-자신의 감정을 참고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려 하는 타입(김세진)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자극하는 타입(최태웅)
-선수가 직접 헤쳐나가도록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타입(박기원)

감독마다 작전타임에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듯, 교사들 역시 다양한 지도법이 존재한다. 김세진 감독, 최태웅 감독처럼 젊은 교사들의 지도방식도 있지만, 박기원 감독처럼 노련한 교사가 지도하는 방식이 먹힐 때도 있다. 요즘은 학생들에게 이해와 격려가 트렌드처럼 되었지만, 한편으론 학생들에게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 때도 있다. 또는 노련한 교사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프로배구가 보여주는 것은 어떤 한 타입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잘츠부르크의 감독 역시 열정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선수들에게 쏟아붓는다. 물론 우리는 작전타임 시간의 모습만을 보았을 뿐이다. 실제로 감독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선수들과 훈련하며 보낸다. 작전타임은 팀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감독의 대처방법이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수업하며 보낸다. 학급에, 혹은 학생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의 대처방법은 무엇일까? 감독들의 리더십이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하나, 몇해 전 학급별 배구대회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반은 예선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1세트를 이기고 2세트를 내줬다. 3세트에 학생들이 점점 지치는 모습이 보였다. 작전타임을 걸고 학생들에게 "지쳐서 그렇다. 잘해왔다. 서로 탓하지 말자"라고 얘기하고 다시 경기로 보냈다. 경기흐름은 변하지 않았고 무기력하게 졌다. 

아직도 그 때 그 장면이 떠오른다. 어쩌면 내가 학생들의 한계를 그 순간 단정지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그로 인해 학생들 역시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던 건 아닐까?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