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신 서울 창도초등학교 교사

태블릿을 활용해 아이가 직접 한해살이 벼와 여러해살이 감을 비교하는 모습.(사진=홍성신 교사)
태블릿을 활용해 아이가 직접 한해살이 벼와 여러해살이 감을 비교하는 모습.(사진=홍성신 교사)

매너리즘에 빠진 순간 만난 '디지털교과서'

[에듀인뉴스] 본인은 5년차 교사로 젊은 편이지만 나름대로는 약간의 매너리즘이 생기는 순간이 있었다. 이 시기에 나는 디지털교과서라는 것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처음 디지털교과서 연수를 들었을 때 나는 서책형 교과서에 대한 맹신이 있었고, 아이들은 책을 통해 배우고 책에 쓰며 학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연수를 조금씩 듣고서는 교과서에 대한 내 생각의 틀이 깨지기 시작했다.

나만하더라도 일상에서 종이와 펜을 사용하는 경우보다는 핸드폰과 패드에 하루를 기록하며 살아가는 일이 많다는 것을 함께 느끼며 아이들에게도 오직 종이와 연필이 아닌 디지털기기와 디지털 매체로 학습하고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그 옛날 그리스 시대의 지식 학습과 공유 방식은 서로 말을 주고받는 산파법이 주를 이루었다. 종이가 발명되고 글이 생기면서 그 방법은 책으로 옮겨 갔고, 지금 이 시대에는 많은 정보를 책 뿐 아니라 인터넷 속 여러 플랫폼에서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직 책과 연필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잘 개발된 디지털교과서의 활용을 통해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래세대를 살아가면서 정보를 얻고 조직하여 향유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교과서는 2018년도부터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학교 현장은 조금씩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었으며 많은 연수를 통해 선생님들께서도 디지털교과서의 존재와 사용법을 인지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의 벽은 그리 높지 않다. 조금 먼저 사용해 본 디지털교과서로 인해 바뀐 우리 반 학습풍경을 이야기해보겠다.

디지털교과서만 있으면 책상 앞이 아닌 모든 곳이 학습 공간이다.(사진=홍성신 교사)
디지털교과서만 있으면 책상 앞이 아닌 모든 곳이 학습 공간이다.(사진=홍성신 교사)

학습 공간의 범위 확장..."교실을 벗어나도 학습 가능"

아이들은 디지털교과서와 태블릿을 통해 교실 속에 있는 교과서 뿐 아니라 다양한 학습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예로 4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교과서 지식 내용보다는 답사나 조사 학습이 주를 이룬다. 학생들은 방과 후 학원 등의 일정으로 방과 후에 이러한 프로젝트 수업하는 것을 부담으로 여긴다.

아이들은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한 조사를 교실 속에서 이루어내고 ‘위두랑’이라는 학습커뮤니티를 통해서 정보를 나누고 함께 조직할 수 있다. 또한 구청 답사를 사이버답사로 이루어내는 등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인터넷 속에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게 되었고, 이러한 학습은 교과 학습과 동시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향상할 수 있었다.

또 아이들은 디지털교과서를 집에서 컴퓨터에 태블릿에 핸드폰에 다운 받아서 학습할 수 있다. 동기화 기능을 통해 학교에서 한 학습 그대로를 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책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된다.

재미와 흥미로 잡은 '자기 주도적 학습'

그림과 글자만 있는 교과서와는 달리 디지털교과서 속에는 영상, 실감형콘텐츠, 간단한 조작이 가능한 콘텐츠 등이 함께 실려 있다.

교사로서 가장 만족도가 컸던 점은 학생들이 학습에 필요한 영상을 볼 때 넓은 교실 구석에 있는 티비로 볼 때는 크게 집중하지 못했지만 디지털교과서 속 영상을 본인 이어폰을 끼고 볼 때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본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본인이 더 궁금하거나 다시보고 싶은 장면은 다시 보기도 하면서 개별적으로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한다. 또한 보충 심화로 주고 싶은 영상이 있을 때는 링크나 영상을 위두랑에 올려주면 아이들은 그 영상을 쉽게 태블릿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과학책 속에는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는 콘텐츠도 포함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무게를 재는 단원에서 양팔 저울에 클립을 단위로 무게를 재는 차시에서 교과서 속에 클립을 움직여 무게를 재볼 수 있는 게임 같은 콘텐츠가 포함되어 아이들이 수업에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은 디지털교과서에 있는 콘텐츠를 직접 실행하고 디지털교과서에 자기만의 흔적을 만들어가며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고 있다.

태블릿을 통해 나뭇잎 화석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아이.(사진=홍성신 교사)
태블릿을 통해 나뭇잎 화석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아이.(사진=홍성신 교사)

딱딱한 수업은 가라! "생생한 수업 만드는 실감형콘텐츠"

디지털교과서는 크게 세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교과서콘텐츠, 위두랑, 실감형콘텐츠이다.

아이들에게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서 좋은 점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실감형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처음 아이들에게 AR마커를 나눠주고 화석을 관찰하게 했을 때 곳곳에서 나오는 탄성이 교실을 꽉 채웠다. 아이들은 화석을 직접 만져보는 것처럼 이리저리 굴려보고 확대해서 구석구석 관찰 할 수 있었다. 과학 단원에서는 핀치새를 분류하는 활동 시 여러 종류의 핀치새 AR을 통해 핀치새를 내 손바닥 위에서 관찰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AR은 과학, 사회 교과서 적재적소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을 제공해주고 아이들은 큰 흥미를 느끼고 실제만큼 생생한 경험이 가능하다.

360도 콘텐츠는 자연사박물관, 난지공원 등 특정 장소에 대한 360도 사진을 제공하여 아이들이 간접적으로 그 곳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반 한 아이는 “자연사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라고 360도 컨텐츠에 대해 이야기했다.

VR의 경우에는 교과서에 두 가지 방식으로 제공된다. 3D모드와 VR모드가 그것인데 3D모드는 태블릿 화면을 통해 VR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다른 HMD기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손으로 들고 화면을 좌우 상하 움직이며 관찰할 수 있다.

VR모드는 화면이 이중으로 분할되어 안경처럼 쓰고 볼 수 있게 만든 화면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태블릿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보통 3D모드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초등학생의 경우 오랜 시간의 VR체험은 시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VR콘텐츠는 3D모드 보기를 통해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아이들도 그 현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

교사가 수업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 아이들이 배움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감형 콘텐츠는 그러한 교사의 고민을 줄여주고 교과서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준다.

아이들이 먼저 찾는 디지털교과서

디지털교과서는 처음에는 “에이 저거 힘들어서 어떻게 해”라는 생각에서 이제는 없으면 허전하고 불편한 존재로 바뀌어버렸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디지털교과서 없이 수업하자”라고 하면 원성이 자자할 것이다. 그만큼 디지털교과서는 현재 우리 반 풍경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콘텐츠와 체험 도구, 그리고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홍성신 서울 창도초등학교 교사
홍성신 서울 창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