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박정희 따라하기...법 대로, 교감연수 하나라도 제도화하길

교감자격연수 특강하는 이재정, 조희연 교육감.

[에듀인뉴스] 자사고와 외고를 둘러 싼 저간의 논쟁은 일괄폐지로 정부의 결론이 모아지는가 싶지만, 초중등교육법 제90조(특수목적고등학교) 등의 개정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처음부터 교육개혁은 하지말자는 분위기를 유지해 온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의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파동으로 불거진 대입제도 개혁의 드라이브도 교육부는 흉내만 낸 채 결국 ‘이대로 가자’고 눙쳤다.

교육부는 국민들에게 학점제의 전면 도입이 왜 대입제도의 개혁을 가능하게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고, 국공립대학의 혁신 프로그램 시간표도 제시하지 않았다. 학점제 도입과 대입제도, 국공립대학 개혁을 하지 않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교원정책의 핵심인 교장임용제도 역시 진보진영의 교장공모제 확대에만 국한해 시행령을 개정하는데 그쳤고, 전체 학교의 교장임용에 대한 제도개혁은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전교조 합법화 문제는 1961년 6월 8일 박정희 군사정권의 문희석 문교부장관이 “교원노조가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던 음모가 발각됐다”며 교원노조를 탄압했던 시점으로 되돌아갔다. 

전교조 합법화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교총에게만 독점적으로 정부 교섭협의권을 부여하는 특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963년 군사정권이 일제(日帝)의 잔재인 교감제도를 부활시킨 이래 승진점수제 교감‧교장자격제도는 불변의 적폐로 자리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바닥을 치고 있지만 더 절망적인 것은 앞으로도 희망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어느 시대에나 제도개혁은 시끄럽고 갈등을 증폭시켰다. 보수독재의 화신으로 불린 박정희 장군의 교육정책도 명암이 따랐다. 

교원노조 탄압과 교감제 도입, 고교와 대학의 군사교육 실시, 주임교사제 도입, 국민교육헌장 제정, 학도호국단 창설, 보건과목 폐지와 군사체육 부활 등은 교육의 병영화와 이데올로기화, 교원의 말단 관료화를 초래했다. 암(暗)에 해당되는 정책들이다. 

반면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제도개혁을 실시했다. 도서벽지교육진흥법 제정,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도와 대입자격 학력고사 실시, 초등 교과서 무상제공, 학생건강기록부 비치, 망국적인 명문중학교 입시광풍을 잠재운 고교 무시험입학제 단행, 예비고사 합격제와 고교 우열반 폐지, 고교 내신성적 절대평가제 도입, 초등학교 운동회 의무실시 등은 비교적 호평을 받은 정책들이다. 

이후 전두환과 노태우 장군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어두운 정책을 계승하고 강화시켰다. 고교의 교련시간 확대, 대학생의 병영훈련 실시, 부장교사제 도입을 통한 교사 승진경쟁 가속화, 전교조 교사 대량 해직, 고교 우열반 편성 허용 등 만행에 가까운 정책을 도입했다.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정책은 교복자율화와 성교육 실시 정도였다. 군사정권 이후 이미 폐지되었던 명문 중고등학교를 사실상 부활시킨 제도는 자사고 도입과 특목고의 확대 설립운영이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때 대거 도입되고 확대된 이 제도들은 군사정권의 어두운 면을 부활시킨 나쁜 정책이었다. 그나마 김영삼 대통령의 5.31교육개혁과 전교조 합법화는 현대 선진 교육의 도입과 나쁜 정책의 만회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었다.  

좋든 싫든 지금의 모든 주요한 교육제도의 근간은 박정희 정권의 산물이며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박정희 표 교육개혁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제도개혁이란 점에서 이후의 어떤 개혁보다 스케일이 크고 담대하였다. 허리에 권총을 찬 독재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꼬집어 비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교육정상화가 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하는 국민교육제도의 개혁은 갈 갈이 멀다. 

박정희 장군이 추진했던 교육정책에 견주어 부정적인 것은 반면교사로 삼고 긍정적인 것은 뛰어넘고자 하는 치열한 자기 들여다보기가 필요하다.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그 어떤 교육개혁을 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다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인드로 남은 임기 중 단 하나만이라도 권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 

일제의 망령이자 박정희가 부활시킨 교장자격증제나 교감직 폐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법대로 자격요건이 되는 교사라면 희망자 누구에게나 교감연수를 받게 하는 시책을 도입할 것을 권한다. 

초중등교육법 제21조 1항의 교감 자격기준을 살펴보면 “정교사(1급)자격증을 가지고 3년 이상의 교육경력과 소정의 재교육을 받은 자나 정교사(2급)자격증을 가지고 6년 이상의 교육경력과 소정의 재교육을 받은 자”는 교감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을 법대로 실천해보자. 

이 법에 나오는 경력 연한의 요건은 승진점수보다 우선한다. 현재 현직 교감과 교장이 근평을 통해 차기 교감 후보를 지명하는 나쁜 승진제도는 동법을 심각하게 위법하거나 초법하는 행위다. 그들이 매긴 점수를 통해 교육청에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도 없이 승진명부를 활용하여 교감연수 발령을 내는 편법은 20대부터 교사들이 아이들을 내팽개친 채 승진경쟁에 매달리게 하는 망국적인 악습이다. 

연한요건이 되는 교사는 누구나 희망자를 받아서 교육청이나 교육대학원의 리더십 코스를 이수하도록 하고 교감자격증을 부여하자.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전체 학교에 교감, 교장 공모제를 실시하자. 법대로 하자는데 누구도 반대할 명분은 없다. 

교사가 승진보다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좋은 제도를 만들어주어야 나라가 산다. 아이들의 눈에는 장관이나 교육감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교사가 보일 뿐이다. 연전에 조희연 교육감과 이재정 교육감에게 이 방법을 적용하자고 제안했을 때 많은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 장관이 못하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안건으로 다루어 볼 만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민주정부와 단군 이래 최대의 교육계 이변으로 꼽히는 진보교육감 체제에서 단 하나의 국민교육제도조차 수립하거나 개혁하지 못한다면 지하에서 박정희 장군이 웃을 노릇이다. 유은혜 장관과 진보교육감들이 제발 밥값 좀 했으면 좋겠다.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