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최근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은 크게 부각되었고 정치적 현안이 되었다.

그러나 역사교과서는 사회과의 한 과목에 불과하다. 사회과목에는 일반사회 혹은 통합사회를 비롯해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 사회문제 탐구, 한국지리, 세계지리, 여행지리 등 11종의 교과서가 있고, 각 교과서마다 많게는 8종 적게는 2종의 민간출판사가 검정을 통과해 검정도서를 발행하고 있어서 고등학교 사회과목 교과서만 60여종에 이른다.

그 외에도 도덕과목으로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고전과 윤리 등 3종의 교과서가 있으며 여기에도 검정을 통과한 검정도서가 교과서별로 수권씩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 과목과 도덕 과목 교과서에 서서히 빨간 불이 켜졌지만 교육 당국은 이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채 심각한 세대갈등 및 계층 갈등의 요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라도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여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먼저 사회 과목과 사회문화 과목의 국가교육과정을 분석하였다. 결론적으로 심각한 편향이 존재했다.

▶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본 '불평등’과 '준법정신’

1981년의 고등학교 사회과목 교육과정 내용체계에는 불평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고 다만 '사회의 구조와 기능’이라는 소단원 제목이 등장할 뿐이고 오히려 4단원 「국민생활과 법」에서는 '법의 의의와 준법 생활’을 제시했다.

1992년에는 5단원 「법 생활의 문제와 해결」에서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 '법 질서 유지’를 소단원 제목으로 제시했고, 1997년 즉 제 7차 교육과정 시기에도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내용체계는 7단원 「정치 생활과 국가」에서 '시민 사회의 규범 확립’을 소단원으로 제시하며 준법정신을 강조했다. 따라서 7차 교육과정 시기에 만들어진 고등학교 사회 과목 검정교과서에는 준법정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권리 의식의 성장과 함께 책임 의식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자신의 권리만을 내세워 다른 사람의 권리와 충돌할 수 있다. 이 때 막무가내로 자신의 입장만 고집한다면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중략)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인 법을 자발적으로 지키려는 준법정신이 모든 시민 참여의 전제가 된다.”(중앙교육진흥연구소 발행 고등학교 사회)

이 교과서는 준법정신에 대해 아주 상세하고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 물론 교과서 뒤편의 색인에도 준법정신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다가 2007년 교육과정에서는 7단원을 「정의」라는 별도의 단원명을 설정하고 '민주 시민으로서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세부 목표를 부여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준법이나 법질서 유지 혹은 규범 확립과 같은 단어는 교육과정의 내용체계에서 사라진다.

물론 교과서의 단원명이나 교과서 뒤편의 색인에서도 사라짐은 물론이다. 그러니까 이때부터 집필기준이 크게 달라진 것인데 2015년에는 고등학교 공통사회 과목의 내용체계에서 별도의 단원을 신설해서 「사회 정의와 불평등」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여기에도 물론 준법정신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회문화 교과서의 불평등과 준법정신

연도별로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 교육과정 내용체계를 살펴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먼저 1988년 사회문화 교육과정 내용체계에는 '사회계층’이라는 간단한 단어가 제시된다. 그리고 4단원의 소제목으로 법의 준수와 사회 발전을 제시하고 있다.

1992년의 사회문화 교육과정에서 처음으로 '사회의 불평등 구조’라는 소단원이 제목으로 제시되다가 1997년에는 2단원의 소제목 '사회 계층 현상의 이해’에서 기능론과 갈등론을 제시하며  '사회적 불평등 현상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007년에는 본격적으로 '사회계층과 불평등’이라는 별도의 단원이 등장했으며, 2015년 교육과정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 과목 교과서처럼 사회문화 과목 교과서도 강조되던 준법정신 대신에 불평등을 강조하며 복지정책으로 불평등을 해소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불평등은 차별과 관련된 용어

본래 불평등은 차별과 관련이 되어 있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은 차별을 없애는 길이다. 그런데 차별해소 주장보다 복지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객관적이지도 못하고 설득력도 없다. 이는 교육 당국이 교육과정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된다.

이렇게 사회 과목 혹은 사회문화 과목은 특정 정파적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그 교육과정이 서서히 변질되었다. 사실 불평등의 해소를 복지로 제시하는 것은 사회학이나 문화학이 아닌 정치학이며 정치적 주장의 일부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회불평등을 설명하면서 기능론과 갈등론을 동시에 설명하고 오히려 갈등론에 의한 사회 구조와 계층 현상을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교과서는 갈등론을 설명하면서 마르크스의 계급이론과 베버의 계층이론을 토대로 사회불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사회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마르크스 이론으로 사회불평등을 해결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려니 인위적인 평등 즉 공산사회를 꿈꾸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렇게 편향된 교과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유령을 부활시켜 어린 학생을 선동하는 운동권 의식화 교재"라고 할 수 있다. 그 유령은 마르크스이다.

사회문화 교과서는 사회불평등을 설명하면서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거나 한국사회와 전혀 무관한 과거의 노예제도나 신분제사회, 카스트제도 등을 그 사례로 설명하거나 마르크스의 계급이론을 설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노동자가 노동자를 지배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의 사회불평등을 설명하려면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한만큼 대접 받지 못하는 사회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고 이것이 고착화상태라면 고등학교 사회과목에서 당연히 다뤄야 한다.

또한 법치와 준법정신을 소홀히 다루면서 시민불복종을 강조하는 사회과 교육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과목 혹은 사회문화 교과서의 목차는 물론 색인에서조차 준법정신 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복면을 착용하고 익명성에 기대어 불법폭력시위에 적극 가담해 놓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은 바로 이런 편향되고 왜곡된 교육과정도 한 이유라 할 수 있다.

▶ 대안은?

국가교육과정을 올바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교과서 집필진은 국가교육과정에 충실하게 만들어야 검인정에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집필기준 즉 교육과정만 올바로 잡으면 교과서는 고쳐진다. 그러나 국가교육과정 즉 집필기준이 부실한데 교과서를 아무리 잘 고친다 해도 도로 그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 역사교과서 논쟁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 이 글은 필자와 자유경제원의 동의 아래 게재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