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IB에 대한 흔한 인식 중 하나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지금껏 국내에서 운영되어 온 IB 학교들은 모두 영어판을 쓰면서 외국인 교사를 채용·연수·유지하는 비용을 모두 학생이 부담했기 때문에 학비가 매우 비쌌다. 그러나 현재 시도교육청에서 공립학교에 추진하는 IB 시범 도입은 학생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지 않는다.

일단 전 과목 영어판인 기존의 국제 학교와 운영 방식이 전혀 다르다. 별도의 외국인 교사를 채용하지 않고 우리 교사들을 연수시켜 운영한다. 연수 비용은 해마다 교육청에 책정되어 있는 교원 연수 예산을 활용하면 된다. 초기에 번역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그것은 초기에만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고 한번 한국어화를 잘해 놓으면 우리나라 전체가 다 사용할 수 있다. 교원 연수도 초기에 비용이 들어가지만 연수를 받아 교원 역량이 강화되면 그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된다.

스위스에 있는 IB 본부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IB 인증 학교가 되기 위해 IB 본부에 내는 연회비 같은 비용이 있다. 그런데 이 연회비는 로열티, 즉 상표권 사용에 대한 비용이 아니다. IB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컨설팅과 관리를 받는 비용이다. 즉 연간 관리비의 개념으로 대략 한화로 연간 1000만 원 남짓인데 학교 급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2019년 현재 비용은 디플로마 프로그램 1만1650달러, 중학교 프로그램 1만50달러, 초등학교 프로그램 8520달러, 직업 학교 프로그램 1480달러로 정해져 있다. 이 연회비는 학교당 산정되는 비용으로 한 학교 전체 학생 수가 100명이든 1000명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일단 인증이 완료되면 IB 본부에 지불할 비용은 연회비와 대입 시험 비용뿐이다. 대입 시험 비용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해당하지 않고 12년 교육 과정 중에 고등학교에만 한 번 드는 비용이다. 과목별로 약간씩 다르나 9개 디플로마 과목을 모두 이수할 경우 1인당 약 100만 원(일본은 9만 엔) 정도 발생한다.

여기에는 내신 관리 및 조정 비용과 3주간 치르는 전 과목 논·서술 시험의 출제, 보안 관리, 시행, 채점, 결과 통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용이 포함된다.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역 교육청별로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시범 운영하는 일정 기간 동안은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능도 연간 수천억 원의 국가 예산을 배정하여 시행한다. 대학별 논술 고사를 출제하고 시행하여 채점하는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 장기적으로 수능과 내신을 선진화하는 이른바 한국형 바칼로레아를 개발하는 방향이 결정되면 기존의 수능과 논술 고사를 개발하고 시행하는 데 쓰였던 비용이 새로운 대입 평가를 위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시범 학교가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에 극소수 학교와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시범 학교라고 해도 특정 학교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예산은 각종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 한국 교사들로 연수 강사와 채점관을 양성하는 것, 한국어로 교원 연수를 진행하는 노하우를 한국 교사들에게 내면화시키는 것 등 한번 해 놓으면 국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자산과 생태계 구축에 지원한다.

모두 우리 교사들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므로 소수만 혜택을 입는 것이 아니다. IB 학교가 아니더라도 교원 연수를 받을 수 있고 이러한 연수 효과는 각 학교 학생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한 학교에만 특정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일반적인 혁신 학교나 연구 학교에 지원하는 범위를 넘지 않는다.

▲교사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닌가

IB는 총체적인 교육 과정 패키지지만, 국내 교육의 맥락에서 볼 때 가장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부분은 ‘평가 혁신’이다. 이 평가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학교에서 ‘리더십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 리더십 혁신은 특히 ‘행정 지원의 혁신’이라는 선결 과제와 관련이 깊다.

현재의 학교는 교육이 중심인 체제라기보다는 평교사가 부장으로, 교감으로, 교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능력으로 인정받는 관리자 양성 행정조직의 성격이 더 강하다.

서구 선진 교육 체제에서는 교사가 행정 업무를 거의 하지 않는다. 행정 업무 대부분은 행정직인 교장의 몫이다. 한 학교에서 연간 처리해야 하는 공문이 핀란드는 5건 미만인 반면, 대한민국은 수신과 발신을 합쳐서 1만 건이 넘는다.

교장의 리더십에도 새로운 교장상이 필요하다. 새로운 교장상이 정립되려면 교육부-교육청-일선 학교로 이어지는 행정 업무의 구조 자체가 혁신되어야 한다.

현재 교육부의 권한들이 교육청으로 이양되는 과정에 있는데, 관리와 감독을 위한 대다수의 업무와 권한은 ‘이양’이 아니라 ‘소각’되어야 한다.

교육을 관리하고 감독한다는 명분하에 보내지는 수많은 공문은 소각되어야 하고, 장학은 교육부나 교육청보다 개별 학교 차원에서 이루어지도록 구조화되어야 하며, 교육 당국은 그러한 학교 교육을 그야말로 ‘지원’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일선 학교에서 다루는 공문이 현재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야 학교 교육이 정상화 된다.

IB는 본부에서 학교별로 혁신된 상황을 검토하고 인증해 주는 시스템이다. 우리 교사들이 기존에 하던 모든 업무를 그대로 하면서 거기에 IB가 추가되어 업무가 가중된다면, 그래서 IB 교육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면, IB 학교 인증 자체가 안 될 것이다.

시도교육청에서 IB 학교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행정적 지원도 함께 진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물론 중앙 정부에서 오는 여러 공문 요구가 하루 이틀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각 교육청들도 교육과 무관한 행정 업무로 교사들을 지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뜻에 공감하고 있어서 IB 교육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별도 지원하는 등 방안을 찾고 있다.

* 출처=IB를 말한다(창비교육) By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