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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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육이론이 교육현장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에듀인뉴스] 학교에서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방법을 활용한다. 수업방법은 가르치는 과목에 따라서 다르고, 동일한 과목일지라도 지도할 내용에 따라서 달라진다.

교사들은 일반적인 수업원리와 교과별 특기사항을 배운 수업전문가로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효과적인 방식을 터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간다. 아울러 교사들은 교수법 전문가들이나 수업 우수 교사들이 개발한 최신 기법들을 소개받아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교사에게 직접 경험을 통해 터득하여 선호하는 방식으로 정착된 것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기법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고 적용해보지만 노력한 만큼의 학력 향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몇 번쯤 확인해 보았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는 파격적으로 새로운 교육이론들이 자주 등장한다. 하나의 이론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연구와 실제적인 적용 과정을 거치는 만큼 새로운 교육이론이 등장하는 것은 학교교육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이론들 중에는 기존 교육학 이론과 완전히 정반대의 논리를 가진 것들도 있다. 그리고 실제 수업에 적용하기 극히 어려운 이론들도 있다.

한 예로, 학교교육에서 교과지식을 가르쳐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이기 때문에 지양해야 하며, 학생들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끄집어내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학생주도의 수업이론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수업에서 주체는 교사이고, 학생은 객체이며, 교과서를 매개체로 한다는 기존의 교육학 이론과 정반대의 관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생주도의 다양한 액티브 러닝 기법들이 한창 도입되기도 했지만 실제 적용이 어렵고 학력 향상 효과도 불확실하여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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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가르치는 교육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 교육현장에서 정답 없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이 초·중등학교 교육원리로 적절한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주장이 학교교육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다수의 교육감이 교육혁신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 검토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미래교육은 정답의 노예가 아닌 질문의 주인이 되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정답을 찾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찾아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정답을 고르는 객관식 평가이기에 반대한다거나, 단답형 정답 찾기 교육에서 탈피하는 대책으로 국제 바칼로레아(IB)를 도입하여 자기 생각을 꺼내는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 교육청에서 교실수업 혁신 방안으로 정답을 가르치는 교육 대신 질문 있는 교실 운영을 제시하기도 한다. 질문 있는 교실 운영은 창의와 융합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변화에 맞게 새로운 정답을 만들어 내는 교육을 지향한다면서 정답 없는 교육과 연계시킨다.

심지어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중심의 과거지향적인 지식 중심 학력관에서 벗어나 배움과 삶이 일치하는 ‘참학력(authentic knowledge)’신장을 공교육 혁신의 핵심 정책으로 채택하기도 한다.

정답 없는 교육을 미래교육, 혁신교육의 방안으로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학교현장에서 정답을 가르치고 찾는 교육이 사라졌을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사와 학생 간에 지식 습득을 확인하기 위해 정답을 묻거나 답변하는 수업의 모습, 정답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 그리고 가장 타당한 정답을 선택하거나 기술하도록 하는 평가 방법 등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거의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어떤 교사도 정답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정답이 아닌 것도 정답이 될 수 있다고 답변하지 못한다. 시험에서 학생이 정답 아닌 것을 정답이라고 주장해도 정답 여부를 분명하게 따져 정답 아닌 것은 틀린 것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들의 혁신 마인드가 부족해서 정답 없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분석은 교사들의 수업 개선 노력을 무시하는 잘못된 평가인 것 같다. 그 원인을 초·중등 학교교육의 본질적 특성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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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학교교육은 성인교육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초·중등학교에서 실시되는 교육의 원리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교육이나 사회생활에 적용되는 교육원리와 달라야 한다. 초·중등학교는 학습 이외 분야에는 경험이 거의 없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지식 내용을 교육전문가인 교사가 주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다.

반면에 다양한 사회생활과 특정 직업 분야에 경험이 많은 성인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배우고 싶은 내용을 스스로 선정하여 주도적으로 학습한다.

그래서 성인교육에 해당하는 교육원리를 초·중등 교육현장에 적용하게 되면 교사와 학생들은 매우 혼란스럽게 되고, 학력 향상 등 초·중등학교 교육의 효과를 성취할 수 없게 된다.

정답 없는 교육과 관련하여 학교교육과 성인교육을 비교해 보자.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 내용은 어휘나 수리, 과학이나 역사 등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의 기억과 이해에 중점을 두지만, 성인교육 내용은 학교에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통해 터득한 기본적인 지식을 다양한 실생활 상황에 적용하고 분석하며 새롭게 창조하는 더 고차원적인 지식을 다룬다.

실생활 문제는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 않는다.

혁신교육에서 중시하는 참학력은 정해진 답을 정리해 놓은 교과서의 지식이 아니라 실제 사회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재구성하고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을 뜻한다.

참학력은 다양한 정답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학교교육 내용이라기보다는 성인교육 내용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성인들은 초·중등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을 경험을 통해 비판적으로 재구성한다.

선생님으로부터 정답이라고 배웠던 지식이 수정되기도 하고, 교과서에 제시되었던 하나의 정답만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정답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성인학습을 통해 깨닫게 된다.

성인학습의 주요 이론인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은 경험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행동의 변화를 갖게 되는 것을 뜻한다.

정답 중심으로 배운 기존의 지식을 비판적으로 의심해 보고 새로운 정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초등학생이나 중등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지적 활동이 아니라 성인들의 경험에 기초한 지적 활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성인교육에 적용되는 정답 없는 교육, 새로운 정답을 만드는 교육을 기본적인 정답부터 배워야 하는 초·중등학교 교육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려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그 결과는 초·중등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모든 학생들의 기초·기본 학력 성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교사와 학생들의 학력관, 수업방법 및 학습방법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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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과 달리 학교교육에서는 정답을 가르쳐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요령을 터득한 사람들(Street Smart)이 교과서에 나오는 정답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들(book Smart)보다 사회생활 적응력이 더 뛰어나고 유리한 편이다.

초·중등학교는 학생들이 미래의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일정 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준비시켜 주는 곳이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시간적 한계로 인해 다양한 현실 상황을 가정하여 다양한 요령을 가르칠 수 없다.

오히려 학교에서 정답을 제대로 배운다면 현실 사회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상황에 맞게 요령껏 응용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다.

앞에서 정답 교육을 비판하는 이유를 몇 가지 제시했다. 객관식 평가를 반대하는 논리로 사용하기 위하여, 미래교육이나 혁신교육을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그리고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을 위하여 정답 없는 교육을 주장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주장들 때문에 정답을 주로 포함하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가르쳐야 할 학교가 본질에서 벗어난 교육활동을 전개한다면 가장 손해를 많이 보는 대상이 교사들과 학생들일 것이다. 그래서 정답 없는 학교교육을 쉽게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글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는 전남대학교 사범대학에서 독어교육을 전공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목포여고를 비롯한 중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화순고 교장, 한국외대와 조선대 강사, 전남교육청 장학관과 정책기획담당관,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현재 교육성장연구소를 운영하며 세한대 초빙교수 및 광주교대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 제3회 대한민국공무원상을 수상했다. 논문으로 '학교교육의 책무성에 대한 비판적 논의', '21세기 핵심역량으로서의 국어 문해력 논의', '혁신학교 운동의 성격 변화 과정 분석과 전망' 등이 있다. 공저서로 '수능영어 독해전략', '평생교육 방법론', '국어사전 활용교육' 등이 있으며 최근 번역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출간했다.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는 전남대학교 사범대학에서 독어교육을 전공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목포여고를 비롯한 중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화순고 교장, 한국외대와 조선대 강사, 전남교육청 장학관과 정책기획담당관,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현재 교육성장연구소를 운영하며 세한대 초빙교수 및 광주교대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 제3회 대한민국공무원상을 수상했다. 논문으로 '학교교육의 책무성에 대한 비판적 논의', '21세기 핵심역량으로서의 국어 문해력 논의', '혁신학교 운동의 성격 변화 과정 분석과 전망' 등이 있다. 공저서로 '수능영어 독해전략', '평생교육 방법론', '국어사전 활용교육' 등이 있으며 최근 번역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