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교사의 행정업무는 왜 줄지 않을까

(사진=교육공무직 서울본부)
(사진=교육공무직 서울본부)

[에듀인뉴스] 교육공무직의 반발과 집단행동이 교육청마다 거세지고 있다. 정규직 공무원처럼 무기직으로 근무하는 공무직은 물론이고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 초등보육 전담사 등 단기간 종사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하루 8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근무하는 무기공무직은 일반 교육공무원과 비교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단기간 공무직 노동자들은 공무원과 달리 근무 시간에 따라 교통비와 급식비를 차등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항의한다. 

교육청은 그들의 요구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은 계약직 학교노동자들이 무기공무직이 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한 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애초에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 정규직만큼은 아니어도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제도가 보장되고 인간다움의 분위가 있었다면, 오늘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는 그리 큰 화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제도의 산물이고 인감다움의 보장은 제도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세상사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행정이 아니라 정치다. 지금의 공무직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애환과 교육청의 애로는 다 같이 제도의 부실로 인해 생기는 슬픔이고, 그 애환과 애로가 다 같이 살길은 또한 정치에 있으니 교육감들의 고뇌는 한층 더 깊어질 판국이다.

교육공무직은 학교나 교육청 등 각급 교육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를 총칭한다. 공무원 시험을 거치지 않고 지역별 채용시험과 면접 등을 통해 고용된다. 이들은 대체로 무기계약직 또는 기간제 계약직 근로자로 나뉘며 시간이 갈수록 그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교육공무직의 애환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거지고 있다.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에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두어달 동안 쉬어야 하는 직종이 있는가 하면 방학 날에 맞춰 해고하도록 장치된 직원도 있다. 

따라서 학교에 다양한 교육공무직의 전입이 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학교장의 직무도 만만치가 않아졌다. 

학교는 이미 비정규직의 백화점이다. 교직원의 현황도 다양하다. 학교회계직으로 통용되는 용역과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있고, 계약직에 해당하는 기간제교사, 상담사, 복지사, 학교지킴이, 행정실무사가 있으며, 계약직이되 근무기간이 유연한 강사, 스포츠 강사, 수학강사, 보조교사, 사서, 영양사, 조리원, 실험조교, 전산보조원, 수위 등이 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의 직종은 40여개에 달한다. 전체 규모는 헤아리기도 어렵다. 2017년 기준으로 대략 살펴보면 각종 강사 16만5000명, 학교회계직 14만2000명, 기간제 교사 4만7000명, 위탁업체 파견용역 2만7000명에 단기간 근무, 반나절 근무 인원 등을 합치면 37만명을 웃돈다.

이는 학교에 종사하는 총인원의 41%에 달한다. 2006년 정도만 해도 우리나라의 교사 대비 직원의 비율이 8:2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강산이 변할 정도의 놀라운 변화다.

우리나라 학교 ‘비정규직’의 규모는 적어도 외형적인 면에서 이제 선진국 수준 ‘교사 대 학교직원의 비율’에 도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나 교육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교사 대비 비교사(행정직원 등)의 비율이 1:1 수준을 이루고 있다. 

미국 교육기본 통계를 보면 평균적으로 교사(50.8%), 보조교사(11.4%), 행정직(30.6%), 사서와 상담사(2.6%)가 배치되어 교사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의 대학 수준에 비추어 보아도 초중고의 비정규직 비율은 높다. 전국 국립대 중에서 교직원 현황이 가장 열악한 모 교육대학의 경우 정규 교수 대비 비정규직 교직원 수는 1:1이다. 

그렇다면 학습을 보조하기 위한 직원 규모가 선진국이나 대학 수준에 이르렀는데 교육은 정상화되고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은 줄어들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올시다’이다. 

교사들은 여전히 행정업무에 시달린다. 행정업무가 거의 전부인 학급담임과 사무분장 업무는 정부시책에 따라 갈수록 늘어난다. 새로운 시책에 따라 장학사와 교감, 부장들의 지시와 감독이 심해지고 심지어 교사들을 돕기 위해 배치한 상담, 진로, 사서 등 새 직급의 교사와 직원들은 교사의 사무분장과 중첩되면서 충돌이 잦아졌다. 

교직원회의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고, 오직 ‘교사들이 이것저것을 해야 한다’는 말뿐이라고 교사들은 한탄한다. 비정규직 교사 입장에서는 하는 일은 똑같은데 교사들에 비해 차별받으니 억울한 일이고, 공무직 입장에서는 교사들과 똑같은 사무행정업무를 맡고 있는데 차별받으니 울화가 치민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교사가 우대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위기를 맞이한 것은 평교사 집단이다. 학교에 평교사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데 절반 이상의 관리자, 부장, 비교사(공무직 등)들이 평교사들을 부리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평교사들의 등은 휘어지고 늘어져 마침내 교육개혁의 물길을 가로막는 긴 둑이 되어버렸다. 평교사의 위기는 교육의 질적 위기를 초래한다. 보조 인력이 늘었는데 교사들은 뭘 하느냐는 학부모와 정치권의 잇따른 비난에 평교사들은 말문이 닫혔다.

학습을 보조하기 위한 비정규직 숫자는 증가했는데 왜 교사들의 행정업무는 도리어 늘었을까? 우리나라의 학교 비정규직 도입방식이 처음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업무가 정규직 교사의 수업 및 사무분장과 거의 모두 중복되고, 그 모든 책임은 담임교사가 지는 방식 또한 전근대적이다. 앞서 예를 든 미국의 경우 학교직원(Support Staff)의 개념은 철저히 교사의 행정업무 보조와 학생의 학습보조에 있다. 학생과 교사를 중심에 두고 학교직원을 배치한다. 

보조교사는 교·강사가 아니다. 교사가 가르치는 행위를 보조하는 조교 역할이다.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들 입장에서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다. 행정직원은 한국의 담임교사가 맡는 사무분장, 등하교지도, 봉사활동, 교과시간 이외의 출결확인, 생활지도 등을 담당한다. 

상담사와 사서는 상담과 숙제를 돕는다. 학생들은 특정한 담임교사에게 전인격을 저당 잡히며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직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교사는 안심하고 자기 수업에 전념할 수 있다. 이는 각자의 업무가 중복되지 않고 비교우위를 따질 필요가 없는 구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보조교사는 학습을 보조하기 때문에 정규직 교사와 동등한 신분과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 행정직원은 교사와 학생을 지원하기 때문에 굳이 교사와 상호 비교하며 힘겨루기를 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합리적 구조 속에서 교사와 행정직, 비정규직 보조교사의 갈등은 최소화된다. 

그러나 한국의 학교직 고용구조는 처음부터 갈등과 대립의 구조를 배태하고 있다. 한국의 교직원 배치는 중복업무와 관료적 운영이 뒤섞인 악성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예산과 인력은 낭비되고 교사와 학생, 비정규직 모두에게 불만과 상처를 남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정치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교육공무직이 교사 복수전공처럼 소정의 교육을 통해 사무분장 업무자격을 갖게 하고, 그로써 교사와 학생을 보조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교사와 학생, 공무직이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 청와대 이광호 교육비서관의 혜안을 기대한다.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