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수 "교사의 인공지능 활용이 가장 중요, 교실 속 교사 역할 변화해야"
정성윤 교사 "와이파이도 안 되는 교실, 인공지능 교육 인프라부터 깔아야"
김재현 교사 "OECD 국가 중 ICT 활용 역량 최하위권, 교사 능력 교실에서 막혀"

한선관 회장 "상·하향식 정책 상생 필요, 인공지능 가르치는 소양 교육부터"

12월20일 열린 '초중등교육과정에서의 AI 교육' 세미나 포스터
12월20일 열린 '초중등교육과정에서의 AI 교육' 세미나 포스터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지난 11월 교육부는 AI 교사 50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교육대학원에 인공지능 융합교육과정을 개설, 내년부터 연간 1000명씩 배출하겠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발맞추듯 2021학년도부터 모든 특성화고 신입생에게 인공지능 관련 과목을 필수 이수토록 하고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분야 학교 10개교를 만들고 교과서는 내년 8월까지 완성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지난 17일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AI 인재양성 및 전 국민 교육'에 나서겠다는 국가차원 인공지능교육 진행을 천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계획을 따라갈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에듀인뉴스>는 지난 20일 송년 기획으로 '초중등교육에서의 AI 교육'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인공지능 교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세미나 플로어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이주호 전 장관 "인공지능 교육, 이해 넘어 사회경제적 난제 해결하는 프로젝트 수행 능력 키우는 것"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관해 플로어 토론에 나섰다.

이주호 교수는 “인공지능 교육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이 무엇인지를 이해시키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며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사회경제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인공지능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인공지능을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교실에서 잘 할 수 있는 기능은 과감히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교사들은 소통, 협력, 창의 등 인간적 부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교실을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인공지능은 우리 교육을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이미 하는 것을 그대로 가져오겠다는 접근보다 우리가 인공지능 교육에서는 세계 선두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 커미셔너, 국제교직혁신기구 의장, 국제정책영향평가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 교육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과학 분야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싱크탱크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에 임명된 바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나이스는 한글 문서만, 와이파이 안 되는 학교 대부분...“무선 인프라 구축부터 서둘러야”

정성윤 대구 심인중 교사(영어과·정보부장)는 현재 학교 현장에 이루어지고 있는 AI 교육 현실과 종합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 간 현격한 상대적 온도차를 지적했다.

정성윤 교사는 “과거 학교 소프트웨어교육이 지체·정체되고 활성화 하지 못했는지 그 근본적 이유를 살펴야 한다. 정부나 대학에서 AI 교육 정책을 정하고 주도할게 아니라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과 실행·활성화 과정에서 그 시작점을 함께 찾아야 한다”며 “수능이라는 평가의 부정적 환류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어떻게 일반 수업시간에 시험에 나오지 않는 AI 교육을 할 수 있겠냐”고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또 “나이스 체제에서 모든 업무는 한글 문서만 첨부파일로 통용되는 게 현실이다. 클라우드 접근이 되지 않는 지역, 와이파이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지역과 학교도 부지기수”라며 “현장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교사의 선택적 자율성에 따른 AI 수업과 평가가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AI의 선두주자라 평가받는 미국의 경우, LMS(클라우드 학습관리시스템)를 모두 갖추고 융합수업 등을 하고 있다. 교실마다 설치된 와이파이로 학사 학업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등 수많은 에듀테크로 AI 교육에 접근하는 현실을 살피고 우리나라 교육에 적용할 길을 찾는 게 AI 교육 활성화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교육 현장의 무선 인프라 구축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2월까지 혁신학교 81개교에 무선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후 연내에 모든 혁신학교에 무선AP·스마트 단말기를 보급한다. 일반학교는 혁신학교 구축 후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비슷하다. 내년 70개교(초 30, 중 20, 고 20) 모든 교실에 무선인터넷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며, 1100개교에는 최대 4개 교실까지 무선 인터넷을 보급할 계획이다.  

김재현 수원 중앙기독중 교사 역시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보면 현장과의 온도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낀다. 길거리 카페에서도 무선와이파이에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 특히 교육기관에서는 막혀있는 경우가 많다”며 “클라우드 기반 무선인프라구축을 활발하게 해야만 IT 강국을 넘어서 AI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OECD 31개국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인터넷환경은 OECD 국가 중 1위이지만 ICT 활용 역량은 거의 꼴찌에 가깝다”며 “정부를 비롯한 교육기관에서 ICT 활용 역량이 강화되어야만 인공지능 활용이 원활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IT 강국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당장 무선인터넷이 안 되는 학교 교실 사정으로 훌륭한 교사들의 능력이 발휘되지 못 하는 게 현실”며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초중등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 보안이라는 명목하게 막혀있는 지나친 규제들이 풀리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발제 후 플로어 토론자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발제자들.(왼쪽부터)도경민 FEST 창의공학교육협회장, 나석규 (주)라이너스 대표, 한선관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장.(사진=지성배 기자)
플로어 토론자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발제자들.(왼쪽부터)도경민 FEST 창의공학교육협회장, 나석규 (주)라이너스 대표, 한선관 한국인공지능교육학회장.(사진=지성배 기자)

한선관 회장, 와이파이 등 인프라 구축 요구 동감..."지금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기초 소양교육할 때"

현장 토론을 들은 한선관 회장은 인공지능 교육을 위한 기본 인프라 구축과 플랫폼 마련에 국가가 조금 더 신경써야 한다는 정성윤 교사의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인공지능 교육을 내용학적 이해교육 방향으로 접근하다 보면 평가나 수능에 의한 부작용도 따른다. 사교육 시장 활성화로 암기식 수업이나 단편적 지식의 전달, 흥미위주의 놀이 활동으로 그칠 수 있다”며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탐구하고 도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가로 등급을 나누게 되는 현실에 인공지능을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어 “인공지능 교육은 결국 교육정책도 중요하지만 교육현장의 변화와 함께 교사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정부주도 하향식 정책과 함께 교사들이 주도하는 상향식 정책이 상생해야 비로소 새롭게 등장한 파괴적 기술 교육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전 장관의 토론에 대해서는 “교육 전반에 인공지능 활용 교육과 융합 교육 전개와 인공지능을 보조로 하는 교육 방법이 확산하면 좋다. 그러나 아직 인공지능 기술이 교사의 능력을 대체하거나 교육을 주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며 "교육의 미래를 길게 보고 준비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 소양교육과 인공지능 교육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