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 부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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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국회는 자유한국당의 결사 반대 속에 여당과 3+1 야당세력의 대화와 타협으로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내년 4월 15일 국회의원을 뽑는 게임의 룰이다. 주목되는 것은 처음 도입된 연동형비례대표제와 만18세 투표권(선거권)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는 이번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을 타게 되고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 막게 된 결정적인 조항이다. 찬성표를 던진 범여권 4+1 협의체가 4월 합의안을 재협상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을 때도 협상이 깨지지 않은 것은 오로지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연비제는 오래 전부터 국회의 극한 대립 정치를 해소할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에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보수-진보 거대 양당 대신 더 많은 정당의 원내 진출을 촉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정치적 선택지를 넓혀 준다. 사표를 줄임으로써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장에 나오게 한다. 다당체제의 출현이 가능해진다.

우리 국민은 2017 대선에서 이미 다당체제의 유용함을 느꼈다. 1990년대 이후 역대 대선에서 주요 후보가 2~3명이었던 것과 달리, 2017년은 다섯 명이나 되어 정치적 선택지가 가장 넓었다. 투표율은 지속적인 감소추세 속 되려 증가했다. 이미 당시에도 높은 투표율이라 평가받던 2012 대선 투표율을 넘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할 정도였다.

다당체제의 유용함은 양당체제였다면 이번에도 실현되지 못했을 만18세 선거권 도입을 통해서도 살필 수 있다. OECD 34개국 중 한국을 포함한 단 2개국만 만18세에게 선거권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에, 중앙선관위는 2016년에 이미 권고한 사안이기도 하다.

양당체제에서는 거대정당 둘 중 한곳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경우 어떠한 법도 통과될수 없었다. 그 사이 한국 사회에는 해묵은 과제가 늘어났다. 특정 거대정당의 기반이 되는 특정 집단(태극기부대 또는 일부 노동계 특권층 등)이 반대하면 어떠한 개혁도 이뤄낼수 없던 것이다.

대한민국이 특정 이해관계집단의 포로가 되어서 국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막혀서는 안될 것이다. 다당체제는 그게 막힐 가능성을 낮춰줄수 있다.

한편 만18세 선거권은 학교 현장에 과제를 던졌다. 투표권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당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더 높은 수준의 정치교육이 필요하다. 정치적 갈등이 중등교육 현장에도 더 생길수 있다. 다만 고등교육기관에서도 학내 구성원 사이 정치적 갈등이 이미 있으나 성숙하게 관리된다는 점도 감안하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정도'는 아닌 셈이다. 유관순 열사는 만16세에 정치적 활동에 나섰다는 점과, 4.19로 독재자를 몰아냈던 한 축은 우리 학생들이었음을 기억하자.

미래 세대의 자율성과 긍정적 에너지를 지나치게 걱정하고 제약하는 기성세대를, 우리는 '꼰대'라 부른다.

(사진=한국청소년재단)
(사진=한국청소년재단)

진통 끝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이 남긴 과제

위와 같은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지만, 이번 선거법 통과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우선 각 정당이 추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의 중요성이 훨씬 더 높아졌는데 이것이 보완됐어야 했다.

비례 의원 한사람 한사람은 국민들이 직접 뽑지 않기 때문에 각 정당의 비례 의원 추천 과정은 제도적으로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 이미 국민은 2008년 친박연대 비례 1번으로 돈을 주고 공천을 받은 양정례의 사례를 겪은 바가 있다.

비례 의원후보 공천은 현재 각 당의 지도부나 소규모의 당원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각 정당의 비례 추천 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일정 부분 보장하게 법적으로 규율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법 하다.

선거권은 만18세까지 순차적으로 낮춰졌는데 피선거권이 1947년부터 아직까지 그대로 멈춰져 있는 것도 오래된 과제다.

상당수 민주 국가는 피선거권이 만20세 또는 그 이하로 낮춰져 있다. 공직선거에 나서려면 만25세가 넘어야 하는데, 이는 제도적으로 특히 젊은 여성 정치인의 출현 가능성을 낮춘다.

대학 교육을 마치고서도 수년간 출마가 봉쇄당하기에, 정치에 나서기보다는 다른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 30대 초반 여성 총리와 야당 대표를 가진 핀란드 사례는 먼 꿈같은 얘기가 된다.

코앞의 선거를 앞두고 각 국회의원들의 내년 재당선에 매달린 협상 과정도 비판받아야 한다.

강행 규정은 아니나 현행 선거법대로라면 새로운 선거법은 이미 올 봄에는 의결이 마무리되었어야 했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선거 1년 전에 확정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면 국회의원들이 자기에게 더 유리한 룰을 짜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양이가 스스로 자기에게 손해되는 방울을 달 리 만무하다.

따라서 선거법은 중앙선관위 같은 외부기관이 권고안을 선거 2년 전까지 확정하고, 국회는 그 권고안을 단순히 통과만 시키는 관행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내년 4월에 새로운 국회의원들을 뽑게 된다. 이번 패스트트랙을 통한 선거법 개정은 국민들의 효과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에 한발짝 더 나아갔음에도 여전한 숙제를 남겼다. 이런 숙제에 관심을 가지고 국민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치 활동을 보장하려는 정치세력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각 정당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건설적인 경쟁을 하기를 국민들은 기대한다.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 부대변인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