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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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지난해 12월27일 국회에서 가결된 선거법 개정안은 투표연령을 만 19세에서 만18세로 낮추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부터 고3 일부가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개 4~6월 즈음에 열리는 총선이나 지방선거도 그렇지만 보통 12월에 열리는 대선은 대부분의 고3 학생이 투표가 가능하다.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만 18세를 대상으로 하는 선거운동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염려들이다. 특히 학교 내에서 학생들끼리의 선거운동과 정치토론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일부는 고3은 대학입시에 중요한 시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외부의 정치적 영향력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나 그 동안에도 문제가 되었던 교사의 정치적 발언들은 이제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만18세=고3’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만18세의 상당수는 고3이다. 그러나 조기졸업하여 대학생이 된 만18세, 학교밖 청소년이 된 만18세, 이미 군대에 징병이 된 만18세,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만18세 등 꼭 고3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 18세로 투표권이 확장되었으니 무조건적으로 고3 대상 선거교육을 진행하자는 것은 학교밖 청소년을 비롯한 여타 만 18세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선거교육은 학교에서 진행할 필요가 없다. 만일 만 18세에게 교육이 필요하다면, 학교 끝난 시간 이후에 별도의 장소에서 듣고 싶은 학생들을 모집해서 진행하면 될 뿐이다. 만 19세일 때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교육이 왜 만 18세에게는 필요한건지 의문이다.

심지어 고3도 만 18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질병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이미 만 18세가 넘은 고등학생들이 존재한다. 혹은 진급이 유예된 늦깎이 고등학생들도 이미 존재한다. 이미 학교에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소수나마 존재했다. 내년 총선 때는 그 소수가 일부로 늘어날 뿐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만 18세=고3’이 아니다. 투표권 개정안의 대상은 만 18세지, 고3이 아니다. 이 나이를 무조건 고3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10대를 ‘청소년’이 아니라 ‘학생’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이미 학교에서 선거 교육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에 대한 사전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선거를 하게 내버려두자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교육에서는 이미 선거에 대한 사전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초중고 12년 동안 학급 반장 선거와 학생회 선거를 한다. 사회 시간에 선거에 대해서 배운다. 투표의 4대 의무를 어디서 배웠는지 떠올려 보라. 모두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들이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민주시민교육이라는 형태로 토론 등 다양한 방법의 의견교환법을 배운다. 굳이 ‘선거’에 국한한 교육을 별도로 진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에듀인뉴스>에 지난해 10월 학생회 선거가 지나치게 ‘필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학생회장, 투표하지 않을 권리는 없나요? 참고) 12년의 학생회 선거교육이 제대로 된 형태로 이루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교육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투표권은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자기 지역의 인물을 뽑는 선거다. 그러나 만 19세만 되더라도 대학 등의 이유로 주민등록거주지와 실제거주지가 달라서 인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사전투표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만 18세들의 상당수는 거주지가 일치하기 때문에 지역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일부는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생기면 교사의 영향력이 과도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투표권이 있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지지정당에 반대되는 발언을 하는 교사를 문제삼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그동안 투표권이 없었으니 굳이 지적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선거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수험생들의 투표권을 문제 삼는가? 중요한 회사프로젝트를 몇 달 째 하는 직원의 투표권을 문제 삼는가? 산에서 살고 있어서 세상물절 아무것도 모르는 자연인의 투표권은?

고3도 마찬가지다. 투표권이란 그냥 갖는 것이고 투표를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투표에 관심이 많든 없든 그것이 비단 만18세에게만 일어나던 일이 아니다.

그동안 괜찮았던 것이 만 18세들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 아닐까?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