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태블릿을 활용해 아이가 직접 한해살이 벼와 여러해살이 감을 비교하는 모습.(사진=홍성신 서울 창도초 교사)
태블릿을 활용해 아이가 직접 한해살이 벼와 여러해살이 감을 비교하는 모습.(사진=홍성신 서울 창도초 교사)

[에듀인뉴스]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고민해봤을법한 질문이 있다. E-book(이북)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인가? 특히 밀리의 서재처럼 한 달에 얼마씩 내고 책을 자유롭게 구독할 수 있는 월정액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나 역시 이북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높게 평가했다.

핸드폰은 물론 별도의 이북리더기나 아이패드를 구입하여 이북을 읽었다. 가지고 있던 책들은 중고서점에 팔고 이북으로 대체했다. 그런데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핸드폰을 이용해 스크롤을 내려가며 읽는 웹사이트들의 글은 1~2시간을 거뜬히 읽는데, 이북은 15분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특히 앞뒤로 넘겨가며 읽는 버릇을 가진 내게는 이북으로 왔다갔다하며 읽기가 매우 번거로웠다. 

왜 그럴까?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F자형 읽기를 한다고 한다. 처음 한두줄을 읽어보고 시선을 쭈욱 아래로 내려간다고 한다. 이것은 아마 스크롤형 읽기에 맞춰 변화하는 것일테다.

그러다보니 차곡차곡 시선을 좌우로 옮겨가는 것을 반복해야하는 독서와는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곳곳에 연결되어있는 링크를 타고 넘나드는 인터넷식 읽기는 뇌를 끊임없이 자극에 중독되게 만든다. 

스크롤이 익숙한 전자기기로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를 하는 것은 이질적이다. 스크롤로 이루어진 웹툰들도 출간 작업을 위해선 넘기는 행위에 맞게 페이지를 편집하는 작업들을 거친다고 한다. 읽는 방식이 다르니 편집도 다른 셈이다. 이북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북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교과서는 그런 문제들이 없을까? 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교과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디지털 교과서가 가진 콘텐츠들이 학생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디지털 교과서에 다양한 링크를 걸고, 바로바로 사진이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더욱 흥미로운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에서 또 다른 우려가 발생한다. 이것이 뇌를 자극에 중독시키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니콜라스 카는 그의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긴 하지만 결국은 우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구글 수석디자이너 제이크 냅과 전 구글 디자인 파트너 존 제라츠키가 쓴 '메이크타임'에서 그들은 '인피니티풀'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마치 수영장과 바깥의 구분이 보이지 않는 인피니티풀처럼 우리의 인터넷은 계속해서 끝없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 결과 우리는 끝없는 주의분산에 시달린다.
 
이런 얘기는 과연 다양한 정보와 쉽게 연결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옳은지에 관한 의구심을 품게 한다.

디지털 교과서를 읽다가 해당 내용이 담긴 영상 링크를 터치한다. 터치하면 나오는 영상을 보고 바로 다시 교과서로 돌아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뉴스 기사를 보려고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들이 나도 모르게 이메일을 체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연결된 링크들은 사람들의 집중력을 계속해서 깨트린다. 읽기라는 것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하는 행위임을 감안하면, 디지털 교과서가 추구하는 방향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부분인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최근의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티비나 휴대폰 등 ‘번쩍이는 것’을 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 뇌가 그런 자극을 계속 기대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니콜라스 카는 “소프트웨어가 밝아질수록 사용자는 침침해진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잘 알려져있다시피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자녀가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고 한다. 빌 게이츠 역시 만 14세가 될 때까지 자녀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제한된 규정을 만들어 관리했다고 한다. 심지어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도 자신의 자녀들에게 일반 유튜브 대신 유튜브키즈만 허용하되 시간도 제한한다고 말했다. 

정보접근성이 좋아지고 제공량이 많아지는 것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편향해서 접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당장 SNS를 이용하는 것만 생각해보더라도 팔로잉을 늘리면 늘릴수록 관심있는 사람의 글만 더 지켜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어왔지만 계속해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는 이것이 디지털 교과서가 흐름을 선도하거나 주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디지털 교과서라는 도구 자체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은 늘 놀랍고 따라가기조차 힘들다. 심지어 요즘 아이들처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 어쩌면 핸드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들은 너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러한 방식이 어떤 영향을 낳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학교교육의 기초가 되는 교과서의 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