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 후 음식과 정담 나누기에서 세뱃돈으로 변화
음력 설 쇠는 나라는 7개국...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몽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화그룹 충청봉사단이 주최한 2013년 다문화가정 음식 경연대회.(에듀인뉴스 자료사진)

[에듀인뉴스] 설날은 우리나라 명절 중 추석과 함께 2대 명절의 하나다. 음력으로 1월 1일로 양력으로는 보통 1월 말이나 2월 초순에 다가온다. 이 날은 보통 구정, 정월 초하루, 또는 음력설로 불리며 한자어로는 신일(愼日),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 단월(端月), 원일(元日) 등으로 불린다.

또 영어로는 'Chinese New Year's Day', 'Korean New Year's Day'로 번역된다. 이는 주로 음력 설을 쇠는 곳이 중국과 동양권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설날" 풍습 등에 대해 얘기할 때는 "Seollal"이라고 쓴다. 

중국에서는 춘절, 베트남에서는 뗏, 한국은 설날 등으로 불리는 음력 1월 1일(정월 초하루)는 주로 중국, 한국, 북한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몽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다.

일본에서도 '쇼가쓰'라고 설을 쇠었지만 탈아입구를 주창한 메이지유신 이후 음력설을 금지하고 설날을 1월 1일로 완전히 바꾸었다. 한국과 북한도 일제시대와 해방후 한동안 음력 설을 쇠지 않았는데, 1980년대 이후 한국은 민속의 날로 정해서 쇠고, 북한은 1월 1일을 설날로 하는 반면, 음력 1월 1일은 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이렇게 주로 한자문화권에서 쇠는 설날의 유래에 대해 대략 3가지 설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새로 온 날이 낯설다는 의미에서 낯설다의 어근인 "설다"에서 온 것으로 본 시각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한 해가 새롭게 개시되는 날을 의미하는 "선날"이 설날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중하고 근신한다는 의미의 옛말인 "섦다"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주로 '설익은'이라는 말을 쓸 때의 낯설은 의미의 '설'로 인식하고 있다. 

동요 설날.(사진=유튜브 캡처)

까치 까치 설날이라고 할 때의 까치는 동물 까치가 아니라, '작은 설'이라는 '아치'의 뜻이다. 

여기에 설날 전날을 '까치설날'이라고 부르는데, 정작 동요에서 보는 '까치 까치 설날'이라는 '까치설'은 까치와는 상관이 없다. 즉, '까치설'에서 까치는 작은 설을 뜻하는 '아치설' 또는 '아찬설'이 변한 말이다. 하기야 까치라는 단어도 까치의 울음소리 '꺅'과 작다는 의미의 아치가 결합되어 생긴 단어이니, 그 까치가 이 까치라고 주장해도 크게 다르진 않는 것이다.

또 구정(舊正)이라는 단어는 옛구 자를 쓴 한자어인데, 일본의 구쇼가츠라는 단어가 연상되어 일제 잔재라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꼭 일제 영향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이러한 설날이 언제부터 유래된 것인가를 살펴보면, 중국과 한국 등이 모두 다르다. 중국에서는 하, 은, 주의 역법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어느 역법을 쓰느냐에 따라 정월이 변했다. 참고로 하나라는 인월을, 은나라는 축월을, 주나라는 자월을 정월로 정했다.

중국에서도 황제가 만들었다는 황제력은 로마와 마찬가지로 동짓달 첫날을 새해 첫날로 사용했고, 진시황의 진나라는 동짓달 전달인 해월(10월)을 새해 첫날로 사용했다. 그러던 것이 서양의 태양력이 들어온 청나라에서 음력 1월을 정월로 정하고 1월 1일을 설날로 쇠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여에서 자체적인 역법을 시행했다는 기록도 있고, 신라에서도 설날 풍습이 있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즉, 수서에 의하면 신라인들은 원일, 즉 새해 첫날에 서로 문안을 드리고 왕이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군신들을 격려하며 일월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또 삼국사기에는 백제 고이왕과 책계왕이 정월에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내고, 시조 동명왕에게 정월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려와 조선에서도 항상 중요명절에 설날이 꼭 들어가 있다. 

오곡밥과 정월대보름 나물.(사진=픽사베이)

특히 정월 초하루인 설날부터 정월 보름까지 각종 세시풍속과 함께하는 축제가 이어졌고, 그 기간에는 빚 독촉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그런데, 서양식 개혁이 시작된 갑오개혁(1894)과 을미개혁(1895)이 시행되면서 없어졌다.

또 1910년 한일합방이 되면서 조선총독부에서 "조선인들도 일본인들처럼 양력 1월 1일을 명절로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음력설을 쇠는 경우에는 엄벌에 처한다는 공포를 내리기도 하였다. 실제 일제는 음력설을 쇠러 가거나 세뱃길을 방해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몰래 몰래 음력 설을 쇠었고, 일제가 끝날 때까지 음력설을 완전히 폐지하지는 못했다. 해방후 이승만 정부에서도 양력 1월 1일만 공휴일이었고, 박정희 시대에는 아예 음력 설을 쇠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전두환 정권에 들어와서 민심을 달래는 차원에서 음력 설을 '민속의 날'로 정하고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 후 노태우 정권 때 '민속의 날'을 '설날'로 바꾸고 지금과 같이 3일 연휴를 쉬게 했다가 김대중 정권에 들어와서 공휴일이 너무 많다며 1일만 쉬도록 했다. 하지만 다시 3일 연휴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아주 다양한 세시풍속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차례를 지내는 것, 윗 어른께 세배하는 것, 떡국을 먹는 것, 설빔을 입는 것, 덕담을 하는 것, 복조리를 돌리고 거는 것, 윷놀이, 널뛰기 등 아주 다양한 세시풍속이 전해지고 있다.

그중 세배는 차례를 지내고 집안 어른들께 새해 첫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술과 밥, 과일 등 먹을 음식을 내놓고 정담을 나누었다. 그것이 지금은 봉투에 돈을 넣어 주는 세뱃돈으로 변화되었다. 

(사진=KBS 캡처)

이렇게 세뱃돈으로 변화된 것은 시대의 변천에 따른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주로 중국쪽 풍습이 전해져 정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우리 풍습은 주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었는데, 중국은 돈을 많이 벌라는 의미로 붉은 봉투에 용돈을 담아서 주는 풍습이 있었다.

또 일본에서도 작은 봉투에 용돈을 담아서 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러한 것이 시대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정착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슬림이나 일부 기독교인들처럼 종교적 이유로 세배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 '죽은 사람이 절받는다는 인식' 때문에 아픈 사람에게는 세배를 하지 않는 풍습도 전해진다. 

​이렇게 음력 설을 쇠는 나라는 한자문화권으로 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몽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총 7개국이다.

북한과 일본은 한자문화권임에도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탈아입구 정책으로 설을 쇠지 않고, 북한도 양력 1월 1일을 설로 쇠고, 음력 1월 1일(1989년부터)은 그냥 휴무를 하는 식으로 설을 쇠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은 양력설을 쇤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설날 세시풍습보다 중국과 대만의 춘절은 그 규모나 행사에서 훨씬 압도한다. 즉, 중국에서는 음력 설을 춘절이라고 부르는데, 주말을 포함해 7일간 휴무를 한다. 대만도 음력 12월 말부터 1월 3일까지 휴일이며, 역시 주말을 포함해 1주일 정도를 휴무일로 잡고 있다. 일본은 오키나와 등 일부 지역에서만 음력설을 쇠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비슷한 휴무일을 갖고 있는데, 양력 1월 1일은 우리처럼 하루만 쉬고, 음력 1월 1일은 1월 9일까지 9일간이나 쉰다. 국가에서는 양력 1월 1일을 공식적인 새해 첫날로 여기고 있지만, 음력 1월 1일은 뗏 암 릭(음력설)로 정하고 전통명절로 여기고 있다.

이때에는 전통적인 불꽃놀이를 즐기고, 바잉 쯩이라는 돼지고기와 완두콩을 넣고 찐 쌀떡을 나뭇잎으로 싼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또 붉은 색 봉투에 세뱃돈을 담아 아이들에게 준다. 

중국의 춘절 불꽃놀이.(사진=MBC 캡처)

몽골에서는 한국과 같이 설을 쇠지는 않지만, "차강사르"라는 전통설을 2-3월 경에 쇤다. 이때 우리와 달리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뱃돈을 건네고, 윗 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을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설을 쇠는데, 이들 나라도 설날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종교와 인종이 복잡한 말레이시아에서는 양력설, 음력설, 인도설, 이슬람설, 석가탄신일, 크리스마스, 마울리드 등을 모두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설 당일과 다음날 이틀만 쉰다. 

​설날에 가장 유명한 노래가 윤극영의 '까치 까치 설날'이다. 노래엔 우리의 전통 설날의 세시풍속이 잘 녹아들어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노래에서 나오는 '까치'는 우리가 아는 까마귀, 까치 할 때의 그 '까치'가 아니다. 작은 설이라는 의미의 '까치'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세요/ 우리 집 뒤 뜰에는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 까고 호두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 나는 나는 정말로 참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리 우리 내 동생 울지 않아요/ 이집 저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br>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