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연 경기 부천 수주중 교사

초코곰과 젤리곰이 찾는 '가장 맛있는 나라'는?
월드카페 토론법으로 ‘다름’ 이해·인정·존중하기

[에듀인뉴스] 학급운영, 생활교육의 핵심은 대화를 통한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다. 관계 형성을 위해 우선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림책이 학생들의 얼어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마치 마법처럼. <에듀인뉴스>는 ‘그림책 학급운영’을 집필한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이 주는 마법의 비밀을 공유하고자 한다.

임수연 경기 부천 수주중 교사
임수연 경기 부천 수주중 교사

[에듀인뉴스] 부모님이 외국인인 것을 알리고 싶지 않은 학생이 있었다. 가정통신문을 걷을 때면 부모님 서명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반장에게 제출하지 않고 직접 나에게 제출하곤 했다.

아이들이 부모님의 국적이나 인종을 숨기는 이유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교실 분위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산에 있는 나무, 길가에 있는 잡초마저도 서로 다른 생김새를 갖고 있고 우리 인간 또한 생김새와 사는 모습, 생각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왜 다른 것을 다름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편견과 차별의 눈으로 보게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아이들에게 마련해주고자 했다.

그림책 '초코곰과 젤리곰'(글 얀 케비, 박정연 옮김, 한솔수북, 2015) 표지
그림책 '초코곰과 젤리곰'(글 얀 케비, 박정연 옮김, 한솔수북, 2015) 표지

초코곰과 젤리곰은 과자 공장에서 처음 만났다. 초코곰은 과자 만드는 일을 하고, 젤리곰은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함께 있어 행복하고 즐거운 초코곰과 젤리곰이지만, 집 밖에서는 함께할 수가 없다.

초코곰은 초코곰이랑만 놀아야 하고, 젤리곰은 젤리곰과만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은 함께 있을 수 있는 ‘가장 맛있는 나라’를 찾아 떠난다.

그림책에서 찾은 차별과 편견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이 책 어땠어?”, “무엇을 말하는 것 같아?”라는 질문을 했다. 학생들은 “차별하지 말라는 거잖아요”라며 이 책의 주제를 쉽게 찾는다. “맞아. 차별하지 말라는 거야. 그러면 우리 다시 그림을 자세히 하나하나 보면서 편견, 차별 장면들을 찾아볼까?”라고 제안했다.

그림을 자세히 보는 것이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자세히 보는 것만으로도 문화적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과론적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번뜩이는 창의력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페이지에 초코곰과 젤리곰이 일하는 장면이 나온다. 학생들은 초코곰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단순 노동직이고 젤리곰은 자판을 치는 사무직이라는 것을 금방 찾아낸다.

그 외에 초코곰이 일하는 장소에는 무섭게 생긴 그림이 있는데, 그것은 초코곰을 감시하는 사람이라는 것과 태엽 위에 선 초코곰은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말한 학생들도 있었다.

또한 젤리곰 책상 위에 있는 다양한 간식과 젤리곰 입 주위에 묻어 있는 과자부스러기, 비행기를 날리거나 전등에 매달려 있는 젤리곰을 보고 젤리곰은 간식을 먹으면서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초코곰은 아래에, 젤리곰은 위에 그려져 있는 배치가 사회적 계층의 높고 낮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얀 케비가 그림책을 쓸 때 아이디어를 얻었던 ‘로사 파크스’ 사건을 표현한 그림을 보며 사건을 설명해주었다.

1955년 흑인 여성인 로사 파크스가 버스 앞 쪽 백인 좌석에 앉자 백인 버스 운전사는 흑인 좌석으로 옮길 것을 명령했고 로사 파크스가 끝까지 흑인 좌석으로 옮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까지 받은 사건이다.

이 장면에서는 차별하는 모습을 찾기가 쉽다. 버스 내부는 색깔과 위치, 표지판 등으로 초코곰과 다른 과자들의 자리를 구분해 놓고 있다.

초코곰이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받는 장면에서는 “의사 선생님은 젤리곰일까. 초코곰일까?”, “초코곰은 어떤 상태일까?”를 질문했다.

초코곰이 상담을 받을 때 그린 그림을 통해 초코곰이 가장 상처받은 곳은 일상생활과 맞닿아있는 ‘버스 안’ 같은 곳이라고 이야기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상처 받는다”라고 한 학생의 답변에서 착안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벌어지는 차별과 편견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월드카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초코곰과 젤리곰이 가고자 했던 ‘가장 맛있는 나라’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편견과 차별에 관한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한 월드카페 토론법.(사진=임수연 교사)
편견과 차별에 관한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한 월드카페 토론법.(사진=임수연 교사)

월드카페 토론법으로 알아가는 다른 사람의 생각

편견과 차별 장면을 찾아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거나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를 기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월드카페를 했다.

월드카페는 ‘지식과 지혜는 딱딱한 회의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열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 간 토론을 통해 생성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4~5명 단위로 팀을 구성하여 대화를 시작하여 테이블을 이동하며 새로운 사람과 토론을 이어나감으로써 대화를 양성하고, 집단 지성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를 도출한다.

①모둠 4~6명씩 마주보고 앉도록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테이블 위에는 낙서를 할 수 있는 전지와 색깔이 다양한 필기구(매직, 사인펜)을 제공한다.

②사고를 촉발할 수 있는 핵심 질문 3가지 정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질문은 교사가 준비해도 되고 전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협의하여 정해도 좋다. 질문은 문제 상황과 의도에 따라 모둠별로 주제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③모둠 내에서는 한 명씩 진행자(호스트)를 정한다. 진행자는 토론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모둠 이동 때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새로 구성된 모둠의 모둠원에게 기존의 토론 내용을 전해주어야 한다.

모둠 내 토론을 시작한다. 3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첫째,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를 긍정문으로 표현한다면? 둘째, 우리 주변에서 편견을 갖는 경우나 차별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셋째, 초코틴과 젤라코(초코곰과 젤리곰의 자식들)가 우리 학교에 다닌다면,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 질문으로 토론을 시작한다. 모둠원 모두가 각자 테이블 위에 있는 전지에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 전지에 적은 내용을 읽으면서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모둠원끼리 토론을 한다.

모둠에서 토론이 끝나면, 이제 새로운 모둠으로 옮겨 두 번째 질문으로 토론을 한다. 진행자만 남고 기존의 모둠원들은 자리를 이동해 앉는다. 자리 이동은 순서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둠별로 주제가 다를 경우에는 자신이 토론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가고, 주제가 한 가지인 경우는 토론하지 않은 다른 모둠으로 가면 된다. 이동 후 모인 새로운 모둠에서는 진행자가 이전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요약해서 알려주고, 새로운 모둠원들과 두 번째 질문으로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

두 번째 질문은 그림책을 보며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질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편견이나 차별 장면을 나누어 보면서 이런 편견들이 다양한 형태로 우리 일상에서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다.

토론 과정에서 생김새와 관련해서 놀리는 것, 학생이라고 혹은 나이가 어려서 철이 없다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태도, 버스 운전사가 여성이거나 또는 간호사가 남성일 때 드는 거부감, 특수학급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또 편견과 차별의 의미에 대해 점점 정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정의하였다.

편견과 차별에 관한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한 월드카페 토론법.(사진=임수연 교사)
편견과 차별에 관한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한 월드카페 토론법.(사진=임수연 교사)

세 번째 질문까지 토론이 끝나고 원래 모둠으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나왔던 이야기를 정리한다.

먼저 쓴 친구의 글에 내 생각을 덧붙이기도 하고 친구들의 의견을 보며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과 친구들의 의견을 비교하고 종합하는 토론을 통해 변화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진행자를 중심으로 발표할 내용을 정리한다. 이후 각 모둠의 진행자가 나와서 모둠의 이야기를 낙서하듯 기록해둔 전지를 바탕으로 발표한다. 시간이 없을 경우에는 전지를 칠판, 벽에 붙이고 갤러리워크 형식으로 다른 모둠의 의견을 살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