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블랙독 블로그 캡처)
(사진=tvN 블랙독 블로그 캡처)

[에듀인뉴스] 교사들의 1년은 12월이 아니라 2월에 끝난다. 요즘은 봄방학을 없애고 1월에 종업식을 하는 학교들도 늘어났다지만 결국 한 학년도의 마무리는 2월이 되어서야 끝난다.

학생도 떠나고 선생님들도 떠나는 2월이다. 인사이동으로 다른 학교로 가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명예퇴임이나 정년을 다 채우고 퇴임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교사라는 직업을 갖기 전에는 이 직업의 특징을 미처 다 알지 못했다. 작년에 잘했다고 해서 올해 잘한다는 보장이 없고, 올해 실패했다고 해서 내년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다.

매년 가르칠 학생들이 달라지면서 교사는 늘 새로운 위기 또는 기회를 맞닥뜨린다. 무력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매번 새로운 내용을 고민하고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며 자기연찬에 힘쓴다.

그렇게 애써 1년간 키운 학생들을 떠나보내고, 다시 새로운 아이들을 맡아 끌어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교사의 일은 언덕 정상에 이르자마자 굴러 떨어지는 무거운 돌을 다시 정상까지 계속 밀어 올리는 벌을 받은 시지푸스의 그것과 같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피해갈 수 없는 이 상황을 30년 넘게 반복해가며 퇴임하시는 분들을 보면 경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퇴임하시는 선생님들은 다들 퇴임의 변에 항상 자신의 초임시절을 언급한다. 처음 교사가 되었던 자신의 모습에 비추어 자신을 반성하거나, 잊고 있었던 꿈을 떠올린다.

초임 때 나는 학생들 앞에서 세 번을 울었다. 엉뚱한 학생을 혼내놓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하는 내 자신이 싫어 학생들 앞에서 공개사과를 하면서 울었고, 연구수업 때 평소에 수업준비를 이렇게 하지 않았던 내 자신을 반성하면서 울었고, 졸업식 날 마지막으로 펑펑 울었다.

그 해 너무 마음을 쏟은 탓인지, 새로 담임을 맡았건만 마치 내 자식을 남에게 보내고 남의 자식을 입양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로부터 만난 학생들에게 그만큼 정을 주거나 함께 해 본 적이 없다. 어차피 내 손을 떠날 아이, 처음부터 마음을 주지 않으면 아픔이 덜할 거라고 생각하며 그저 1년 1년을 보냈다. 퇴임하시는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몇 년 되지 않는 교직생활이지만 벌써 타성에 젖어 초심을 잃은 나를 꾸짖는 것 같았다.

공자의 제자 증자는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는 말을 남겼다. ‘남을 위함에 최선을 다했는가’, ‘벗과 사귐에 있어 신용을 잃지는 않았는가’, ‘스승에게 배운 바를 실천으로 옮겼는가’ 이 세 가지를 그는 매일 되돌아봤다고 한다.

증자만큼 훌륭한 사람은 아니라 매일 반성하진 못하지만 일년삼성(一年三省)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했는가’, ‘내 편의를 위해 학생들을 속이진 않았는가’, ‘연수를 듣거나 책에서 배운 바를 실천으로 옮겼는가’

다시 3월을 준비한다. 애써 올려놓은 돌은 또 다시 굴러 떨어져 처음부터 밀어 올려야 하지만 그 동안 시지푸스는 근육이 생겼다.

여러 번 올렸던 언덕이라 이 언덕의 경사도 알고 있고, 어디가 움푹 패어서 올리기 힘든 곳인지도 알고 있다. 시지푸스가 근육과 경험이 생기듯, 교사도 마음의 근육과 경험이 생긴다.

내년 2월에는 3가지 반성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