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박사/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에듀인뉴스] 전 세계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한다. 사람은 각자 다른, 자기가 배우고 접한 것들을 토대로 세상을 본다. 내가 보는 세상도 그럴 것이다. 과학의 새로운 이슈들을 그 자체로 보는 것과 상상력 및 다른 분야 이슈들을 가미해 연결 짓기도 즐긴다는 필자는 과학자의 눈으로 보는 인문학, 인문학의 안경을 통해 전달되는 과학의 '크로스오버'를, 첫 시도는 아닐지 몰라도 흔하게 접하기도 쉽지 않을 그 시선을 <에듀인뉴스>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당신은 머리형 인간인가, 아니면 가슴형 인간인가? 흔히들 논리와 이성을 따지면 머리형, 감각과 공감을 우선시하면 가슴형이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그것을 알까? 따지고 보면 그 둘이 모두 머리, 정확히는 뇌가 관장하는 특성이란 것을. 

전자의 경우 좌뇌형이고 후자의 경우가 우뇌형이 되겠다. 

전체적으로 뇌는 좌뇌와 우뇌가 대칭으로 마주보는 모양인데, 뇌질환, 특히 치매 환자의 경우 그 대칭이 심하게 어긋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치매인지 교육에서는 양 손을 균등하게 쓰는 훈련을 하는데, 이는 좌뇌와 우뇌의 균형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유추했기 때문이며 오른쪽 신체의 기능은 좌뇌에, 거슬러 올라가면 왼쪽 신체는 우뇌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주고 또 받기 때문이다. 

나는 무거운 가방을 드는 것 같은 ‘단순노동’조차도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편한 사람이고 섬세한 손가락 운동도 왼손은 더 힘들어하는 걸 느끼는데 이런 것들은 후천적이라 볼 수 있다. 

어렸을 때는 왼손잡이였는데 그것을 교정하기 위해서 많은 고난(?)을 겪었다는 사람들이 내 세대에서는 제법 있다. 

외국에서 공부할 때, 강의실에서 왼손으로 필기를 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다. 책상 위에 공책을 시계 방향으로 한 70도 정도 삐딱하게 놓고 왼손으로 위에서 아래쪽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모습을 처음엔 굉장히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양손을 비슷하게 다 쓰는 양손잡이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여기며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도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뇌는 신체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관이고, 때문에 에너지 공급소기관 미토콘드리아가 빽빽한 신경세포가 그곳에 포진되어 있다. 그런데 그 신경세포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인체의 다른 부분이 있고 이 기관이 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비교적 최근에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출처=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

장뇌축(Gut-Brain-Axis, GBA)이라 불리며 뇌가 관장하는 중추신경계와 상호 밀접한 관계를 이루는, 장뇌축의 다른 한 쪽은 이름이 말해주듯 장이란 기관이다.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건강식품 광고 등을 통해 알고 있는데, 이들 장내미생물은 장뇌축 연결망을 통해 행동, 감정, 에너지대사, 뇌의 발달 등을 조절한다. 장은 그래서 제 2의 뇌라고 불리게 되었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유독 공격적이 되는 지인들의 데이터가 나에게 있다. 이들은 그 ‘본능적인’ 욕망이 채워지면 순식간에 그렇게 긍정적일 수가 없다는 공통점도 함께 보여준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 줘야 한다”는 인류애 가득한 말이 오늘날에 전해지고 있는데, 이렇듯 장의 편안함이 삶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옛사람들은 현상들을 통해 일찌감치 파악한 것이다. 오늘날의 연구 결과는 그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알려준 것이고. 

기원전에 생성되었다는 에니어그램을 살짝 접한 적이 있었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 유형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는데 가슴형, 머리형, 그리고 배형으로 나눈다. 

처음 접했을 때가 지난 세기라 마지막 배형이 조금 낯설었다. 비과학적이라고 비판을 받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또 그것을 믿는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여기에 배형이 언급되었다는 사실 하나가 21세기 들어 발표된 장뇌축 관련 논문을 보며 새삼스러웠다.

당신은 머리형 인간인가, 아니면 가슴형 인간인가? 그것도 아니면 배형 인간인가? 

대답의 보기가 하나 늘었지만 이런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좌뇌와 우뇌를 최대한 동등하게 배려해주고, 장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작은 노력을 보탠다면 더 건강한 뇌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강력한 명분으로 장뇌축에 대한 연구와 결과들을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현상을 보고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가 있고, 연구 결과가 뜻밖의 특정 현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상상력을 자극한다거나 자신만의 어떤 소소한 깨달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머리형 인간은 여행을 계획하고 배형 인간은 실행으로 옮기며 가슴형 인간은 누구와 함께 갈까를 생각한다는데, 이 사람들 하나하나가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도 있고, 내 안에 이 세 유형의 사람이 공존할 수 있다. 

내 안엔 좌뇌도 있고 우뇌도 있으며 당연히 장도 있으니까.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고 원활한 소통이 될 때 행복하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이든 생물학적 시스템이든 상관없이. 

이정은
이정은

이정은=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석사를 거쳐 같은 대학 생화학 연구실에서 특정 단백질에 관한 연구로 생물학 박사를 취득했다. 귀국 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충북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고 충북대와 방통대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복지관에서 세계문화와 역사교실 강좌를 담당하며 어린 시절 꿈이었던 고고학자에 한 걸음 다가갔다. 또 계간 '어린이와 문학' 편집부에서 함께 일하며 인문학에서 과학으로, 다시 인문학으로 넘나들면서 크로스오버적 시각에서 바이오필로피아를 담은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