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업이 되려면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관계 형성을 위해선 먼저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림책은 마치 마법처럼 학생들의 얼어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관계 형성을 통한 수업에서 그림책은 그림책 작가의 삶, 교사의 삶, 학생의 삶을 연결시켜준다. <에듀인뉴스>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을 통해 그림책 작가, 교사, 학생이 동행하는 그림책 수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아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그림책을 읽고 있다.(사진=조승연 교사)
아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그림책을 읽고 있다.(사진=조승연 교사)

[에듀인뉴스] “선생님, 이 책으로 읽어도 돼요?”

선생님은 도서실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빌려 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한 책을 가져오면서 하는 말입니다.

“선생님, 이 책으로 읽어도 돼요?”

그 책은 한 아이가 1학년 때부터 직접 쓴 책입니다. 학생이 쓴 책을 다른 학생이 빌려 읽는 것은 저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이 충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책을 빌려 읽은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책을 만들고 서로 빌려주면서 읽습니다.

이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해 좋은 책을 많이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즐기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마치 매일 밥을 먹고,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10분 그림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은 재밌고, 쉽고, 짧다. 심지어 그 내용은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나요?

매일 아침 모둠의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첫째, 모둠에서 1명씩 책 1권을 골라옵니다. 각 순서에 맞는 학생은 전날 또는 9시 전에 그림책을 한권 빌려옵니다. 집에서 자기가 읽던 그림책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가끔 빌려오는 것을 깜박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한주에 재미있을 만한 그림책을 학교 도서실에서 10여권 정도 빌려옵니다. 아니면 주말에 중고 서점에 들러 아주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그림책을 대량으로 구매합니다. 그 중에 하나를 깜박한 학생에게 빌려줍니다.

둘째, 학생이 나머지 3명의 친구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교사가 읽어주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재밌는 건 평소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장난치던 학생도, 자신이 고른 책을 읽어줄 때에는 굉장히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짧게 기록한다.(사진=조승연 교사)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짧게 기록한다.(사진=조승연 교사)

셋째, 한줄 글쓰기를 합니다. 독후감은 쓰지 않습니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우면 아이들이 그림책 읽기를 싫어하게 됩니다.

그림책을 읽은 뒤 ‘생각이나 느낌’ 또는 ‘질문’을 하나 이상 한 문장으로 적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적은 문장 옆에는 자신의 이름을 기록하도록 합니다.

‘생각이나 느낌’ 또는 ‘질문’을 적도록 하는 이유는 적을 때에 학생들이 그림책을 읽는 시간에 더욱 집중하여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다른 생각을 하거나 장난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무언가를 적기 위해 열심히 그림책을 읽어야 합니다.

이때 ‘생각이나 느낌’ 또는 ‘질문’을 적을 때, 그 어떤 생각이라도 서로 평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들은 평소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또는 ‘질문’을 보고, 친구들이 무시하거나 놀리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에는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지만 용기 내어 적게 됩니다.

넷째, 읽어주는 사람을 남기고 다른 모둠으로 가서 다른 그림책을 읽습니다. 이 활동은 아침에 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일 아침 시간 그림책을 읽다가 색다를 활동을 하고 싶다면 수업시간에 이 활동을 추천합니다.

이때는 각 모둠에서 고른 그림책을 반 전체 학생들에게 제목과 표지로만 간단히 소개합니다. 끌리는 그림책을 찾아 다른 모둠으로 찾아갑니다. 매일 10분 그림책 읽기 활동을 그대로 합니다. 그림책을 읽고 나서도 ‘생각이나 느낌’ 또는 ‘질문’을 적도록 합니다. 원래 모둠에서 적은 ‘생각이나 느낌’ 또는 ‘질문’과 합쳐지면 더욱 학생들의 활동지가 풍성하게 이루어집니다. 시간에 맞게 2~3회 반복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원래 모둠에서 읽을 때보다 더욱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모둠에서는 골라준 그림책을 읽지만, 이때는 자신이 선택한 그림책을 읽기 때문입니다.

원래 모둠으로 돌아가서는 같은 책을 읽고 자신들의 ‘생각이나 느낌’ 또는 ‘질문’과 다른 모둠의 친구들의 의견과 비교하면서 즐거워합니다.

조승연 필봉초 교사
조승연 필봉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