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중간고사 수행평가 대체 권장 안내
과정중심평가 "물리적 시간 확보와 공정·전문성 담보 필요"

결석자와 평가점수 처리도 곤란..."중간고사도, 수행평가도 쉽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한 수업과 접촉형 수업에 대한 대안 궁리할 때"

(출처=https://blog.naver.com/expressioni/221290029706)
(출처=https://blog.naver.com/expressioni/221290029706)

[에듀인뉴스] 지난 12일, 서울시교육청은 ‘2020학년도 학업 성적관리 지침’ 등을 안내하며 중간고사의 과정중심 수행평가 평가 대체를 권장했다. 개학이 3주 연기된 상황에서 수업시수를 확보하려면 중간고사 등 별도 지필고사를 실시하는 것보다 수업시간 중에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도 과정중심 수행평가를 확대해 지필고사를 1회만 실시할 것을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도 이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험의 수행평가 대체가 과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몇 가지 염려되는 점을 지적해보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학기 수업은 대부분 강의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몇 해 동안 학생 중심으로 넘어가던 수업 방향이 올해 1학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급적 접촉을 하지 않도록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학생 중심 수업들은 모둠을 형성하여 자유롭게 대화하고 토론하며 진행하는 형태를 띄었지만, 올해 1학기에 이러한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 역시 올해 CEDA식 토론 수행평가와 프로젝트 평가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토론을 준비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코 학생들의 접촉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상황으로는 모두 엎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수행평가의 비중과 횟수를 늘리는 것은 교사나 학생 입장에서 모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한창이다. 김승호 교사는 "근접 관찰이 필요한 수행평가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이미지=대한민국정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한창이다. 김승호 교사는 "근접 관찰이 필요한 수행평가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이미지=대한민국정부)

둘째, 수행평가를 ‘과정중심’으로 진행하기 위한 교사의 근거리 관찰지도가 쉽지 않다.

과정중심 수행평가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하는 과정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과정을 지속적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는 학생을 근거리에서 관찰하고 지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앞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접촉을 줄이고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 방식이 극히 제한된다. 이 상태에서 과정중심 평가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오히려 강의식 수업으로 진행되는 비중이 늘어난다면 역으로 시험 횟수가 늘어나고 수행평가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더 고려해 보아야 할 방안이 아닐까?

교육과정평가연구에 2018년 발간된 ‘교사별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교사의 인식’에 따르면, 과정중심평가를 할 때 교사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복수응답 가능)은 물리적 시간 부족(93.2%), 객관성과 공정성 우려(89.1%), 평가 전문성 부족(84.9%) 등으로 나타났다.

시험을 줄이고 과정중심평가로 대체하는 것이 ‘수업시수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과정중심평가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피드백을 해주어야한다는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과정을 볼 수 없다면 결국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을 보게 되는 ’평가일 뿐이다. ·

셋째, 과정중심 수행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석자’에 대한 처리다.

만일 개학 이후 교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최소한 그 학생은 2주간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 밀접한 접촉자들도 자가 격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외부에서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동선이 겹치거나 주변인들은 격리를 해야한다.

과정 중심 수행평가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 학생들에게 별도의 ‘과제’를 내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시험은 결석을 할 경우 내규에 따라 그 사안에 해당하는 ‘인정 점수’가 부여되지만, 현재 수행평가의 경우는 대체 점수라는 것이 부여되지 않는다.

과제도, 인정 점수도 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 평가 점수를 줄 수 있을까?

짧아진 학사일정에서 자칫 2주 격리로 인하여 평가에 응할 기회조차 없게 될 경우, 그 학생에게 어떤 점수를 주어야 마땅할지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시험을 줄이고 수행평가를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다.

게다가 수행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지적도 크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지속적으로 수행평가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대한 개선 노력을 해왔으나 여론은 여전히 수행평가에 대해 좋지 않다. 교육부 및 교육청은 올해부터 수행평가를 과제형으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 역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다. 올바른 개선이긴 하나, 현장에서 안착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더해 수업방식과 평가방식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칫 수행평가의 공정성 문제가 확산된다면, 지금껏 쌓아 올린 수행평가에 대한 신뢰도마저 무너질 형국이다. 과정중심 수행평가로의 대체를 더더욱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이유다.

가뜩이나 학교 일정이 평소와 다르게 뒤로 밀려, 계획했던 많은 것들을 수정‧폐기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여기에 급하게 짜내는 수행평가 계획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길 기대할 것은 어렵다.

이미 여러 교사 단톡방에서는 교실 자리배치를 시험대형으로 배치해야하냐는 고민들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교사들의 고민을 뒤로 한 채 수행평가 비중을 늘리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지금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할 일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접촉하지 않고 안전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기존의 접촉형 수업 진행 계획이었다면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교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아닐까?

언제가 개학이 되든 필연코 혼란스러울 이 상황에, 진짜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