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 김진경 시인이 교육문화비서관을 맡았고, 김성근 전교조 초대 조직위원장은 행정관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에서 국가교육회의 의장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경, 김성근 

[에듀인뉴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초기 교육권력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교총과 교육관료들이 쥐고 있었다. 겨우 설치된 교육혁신위원회와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실에 전교조 출신의 진보인사들이 진입하면서 개혁의 물꼬가 트이는가 싶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료들도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다. 청와대에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 김진경 시인이 교육문화비서관을 맡았고, 김성근 전교조 초대 조직위원장이 행정관 역할을 담당했다. 

제1기 교육혁신위원회에는 유상덕 전교조 수석부위위원장과 전성은 샛별중학교 교장이 상임위원과 위원장을 맡아서 개혁의 선봉에 섰다. 

당시 교장선출보직제와 학교자치 실현의 염원을 갖고 1000명의 회원이 스크럼을 짰던 학교자치연대(대표, 이상선/김대유)는 이분들을 찾아가 개혁 드라이브를 요청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우리를 개혁의 장애로 치부하고 회피하는 느낌이 역력했다. 

그들은 개혁 정책에 시동을 거는 일을 원치 않았다. 개혁을 하려면 담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천천히 담론을 통해 관료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설득해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교장자격증제도 폐지니 학생회 법제화니 하는 것을 앞세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신들이 과격하게 나서면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개혁은 우리가 알아서 하는 것이니 당신들은 가만히 있으라.”

그들의 주장은 말하자면, 한마디로 그렇게 들렸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 

결국 2기 교육혁신위원회에 이르러 설동근 위원장과 김신일 교육부장관의 주도로 인해 교장자격증제 폐지를 위한 313개 학교 교장, 교감 보직제 시범학교 실시안이 부결되었고, 학교자치연대 제안으로 국회에서 발의된 학교자치법과 교장공모제 법안이 표류하다가 소멸되었다. 

전교조 1호 교장이었던 이상선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TV 생방송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대선공약으로 제기되었던 교장보직제가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으니 추진해 달라”는 발언에 힘입어 대통령 지시로 교육혁신위원회에서 논의되었던 교장보직제는 이렇게 꺾였다. 

(출처=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개혁의 참사였다. 그 길로 노무현의 교육개혁은 주저앉았다. 교장들과 관료들이 대통령의 교육정책 실패에 박수를 보냈다.  

다만 당시 교장보직제 시범학교 실시 부결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6개의 보직형 교장공모제 시범학교를 2007년에 전격 도입했고, 여기에서 전교조 출신의 이중현, 서길원 등이 공모교장 등으로 취임하면서 혁신학교의 씨앗이 태동되었다. 

동시에 20여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공동대표, 김대유 등)의 노력으로 교육감주민직선제가 추진되었다. 이 두 가지 성과는 서로 맞물리면서 혁신교육과 진보교육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교장보직제 시범학교 실시와 교육감주민직선제는 전교조 내 참실련과 학교자치연대의 협력으로 추진되었지만, 2006년 마지막 참실련 출신 이수일 위원장이 도중 사퇴하면서 교찾사 출신 위원장이 들어섰고, 그들이 장악한 전교조는 이 두 개의 개혁과제에 제동을 걸었다. 

아무리 옳든 그르든 내부의 반대 정파가 추진하는 정책은 안 된다는 식이었고, 교육부와 교총이 이 틈을 파고들었다. 

교육감 주민직선제 역시 당시 학운위원들의 간접선거로 당선된 23명의 전교조 출신 교육위원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머리를 삭발하고 농성을 했다. 교육감주민직선제를 추진하는 필자에게 항의하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배신자 소리를 많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분들의 상당수가 현재 교육감으로 선출되어 일하고 있다. 

이 과제를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김병준 지방분권혁신위원장과 이기우 전문위원이 필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역설적이게도 전교조와 학교자치연대, 보건교육포럼(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이 포함된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가 교육감주민직선제를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했으니 세월이 무상하다. 

코로나19가 번성하는 2020년 3월의 봄날,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권력 시스템은 여전히 전교조 참실련 출신 인사들로 구성되었다. 

노무현 때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낸 김진경 시인이 국가교육회의 의장으로 장기간 눌러앉아 있고, 청와대에서 그와 함께 일하던 김성근은 교육부의 핵심요직인 학교혁신지원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진경의 국가교육회의는 처음의 기대와 달리 홈페이지 밖으로 뛰쳐나온 적이 없고, 김성근의 교육부는 교장보직제와 학점제를 여전히 미루고 있으며, 진보 교육감들은 그런 교육부와 협조하는 것이 교육개혁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서울시교육청의 빅3에 해당하는 핵심요직 교육감 비서실장(한만중), 정책기획관(한민호), 교육정책국장(강연홍) 역시 전교조 간부 출신들로 올인되어 있지만 서울 교육현장에서 혁신의 물결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냥 학교를 통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분들의 얘기를 자세히 쓸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봄날은 변덕스럽고 내 마음도 그렇다.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