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장착한 디자인..."산뜻하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 추세"
디자이너 아닌 아트디렉터..."교육과정부터 학습 흐름까지 명확히 이해하고 디자인 기획"
비상교육,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교과서 디자인 만들겠다"

[에듀인뉴스] 창의 융합형 인재를 기르겠다며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구성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현장에 안착 중이다. 교육과정이 변화하며 교과서도 새롭게 탈바꿈했다. 개정된 교과서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제시한 핵심역량인 자기관리·지식정보처리·창의적사고·심미적감성·의사소통·공동체 역량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을까. <에듀인뉴스>는 <비상교육>과 함께 각 교과별 교과서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비상교육이 발행하는 교과서 표지들.(사진=비상교육)
비상교육이 발행하는 교과서 표지들.(사진=비상교육)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디자인은 시각화된 생각이다.”, “좋은 디자인은 느껴질 수 있다.”, “디자인에서 기억해야 할 그것이 지니는 메시지다.”

디자인 명언으로 유명한 글귀들이다. 좋은 디자인은 무엇일까. 교과서를 만드는 데 디자인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기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고 하듯 인간은 시각에 민감한 동물이다. 백 마디 말을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는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렇듯 디자인은 대상의 가치를 시각화해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특히 책 표지 디자인은 전체 내용을 함축해 상징화하는 것으로, 표지만을 보고도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내지 역시 어떻게 편집하고 배열하느냐에 따라 필자의 메시지를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독자에게 이입할 수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교과서에도 중요하게 적용되고 있다. 표지만 봐도 어떤 과목의 책인지, 어떤 역량을 키우려고 하는지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컬러를 사용, 산뜻하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도 심어주어야 한다.

김재훈 비상교육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연구소장은 “학생과 학습 환경을 고려한 생동감 넘치는 컬러 사용과 트렌디한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한 디자인이 교과서의 추세”라며 “이는 디자인도 학습과 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교육 중학교 과학교과서 표지 일부.(사진=비상교육)
비상교육 중학교 과학교과서 표지 일부.(사진=비상교육)

◇ 2015개정 교육과정부터 다양한 정보까지...한 장에 표현하는 교과서 디자인

교과서 표지 및 내지에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교과서는 텍스트 및 디자인을 통해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함께 해야 한다. 즉 핵심역량인 ▲지식정보처리 ▲창의적사고 ▲공동체 ▲의사소통 ▲심미적감성 ▲자기관리 역량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게 개발해야 한다.

또한 초·중·고 학교급별로 추구하는 내용과 방향, 성장 주기에 따라 제각각으로 반응하는 아이들의 심리도 고려해야 한다. 더군다나 학생과 교사 간 의사소통의 매개체 역할도 해야 하니 단순히 몇 명의 생각만으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교과서 디자인을 기획할 때는 어떤 역량을 어떤 방법으로 키워줄 것인지, 어떤 가치를 담는 것이 적당한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교육과정의 핵심 키워드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참여 활동을 이끌어 내는 디자인을 위해 관계자들이 끊임없는 고민과 회의와 의견 교환 등에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이다.

유경미 비상교육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연구소 1팀장은 “교과서가 학생과 교사 사이의 매개체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과 내용 및 수업 흐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하고 있다”며 “즐겁고 흥미로운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판형부터 서체, 일러스트, 사진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활용해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과목마다 교육과정에서 중시하는 것이 달라 표현 방법도 달라야 한다. 그러면서도 학습 흐름은 놓치지 않아야 하며,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하기 용이하게 기획도 해야 한다.

유경미 1팀장은 사회과를 예로 들며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사진과 삽화를 활용해 정보 전달의 왜곡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양의 정보를 다루는 과목인 만큼 디자인의 강약 조절을 통해 학생들이 부담 없고 즐겁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등 고려할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비상교육에서 발행한 수학, 과학 교과서가 2019 iF디자인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사진=비상교육)
비상교육에서 발행한 수학, 과학 교과서가 2019 iF디자인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사진=비상교육)

◇ 디자인연구소 독자 운영하는 비상교육...“편집디자이너가 아닌 아트디렉터다”

비상교육은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연구소를 따로 운영해 교과서 디자인에 나서고 있다. 교과서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을 전문 분야로 인정, 교육과정 못지않게 시각화에 신경을 쓴다.

이 같은 비상교육의 방침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는 2019 iF 디자인 어워드(독일-수학 과학 교과서 본상)와 2019 A' 디자인 어워드(이탈리아-그래픽&비주얼/인쇄&출판 미디어)에서 국내 최초로 수상하는 등 한국 교과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비상교육 문학교과서는 2019 A디자인어워드에서 그래픽&amp;비주얼 커뮤니케니션 부문 silver 상을 수상했다.(사진=비상교육)
비상교육 문학교과서는 2019 A디자인어워드에서 그래픽&비주얼/인쇄&출판 미디어 커뮤니케니션 부문 silver 상을 수상했다.(사진=비상교육)

연구소 디자이너들은 단순한 편집 디자이너가 아니다. 교과서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 교육과정과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구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상교육은 이들을 아트디렉터라 명명한다.

김재훈 연구소장은 “아트디렉터들은 교육 환경과 학교 현장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학술 연구를 통해 꾸준히 아이들의 학습에 최적화된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어왔다”며 “이들의 노력이 디자인 어워드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공을 돌렸다.

그래서일까. 결국 교과서의 최종 소비자인 학생들은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다”며 개인소셜네트워크(SNS)에 교과서 사진을 찍어 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경미 1팀장은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감성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차별화된 디자인을 기획하며 보낸 몇 날 며칠 밤의 고된 시간을 단숨에 씻을 수 있었다”며 “갖고 싶은 교과서, 설레는 기분으로 첫 장을 넘길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상교육 과학교과서 내지 펼침. 기체의 부피 변화를 열기구를 활용해 시각화한 점이 돋보인다.(사진=비상교육)
비상교육 과학교과서 내지 펼침. 기체의 부피 변화를 열기구를 활용해 시각화한 점이 돋보인다.(사진=비상교육)

◇ 이제는 가상현실 시대...“100년 숨 쉬는 교과서 만들겠다”

시대는 또 변화하고 있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3D 입체 공간 구현이 가능해졌고 이는 AR, VR 등의 가상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상교육 아트디렉터들 역시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교과서에 홀로그램 기술 등을 적용하는 등 시대를 선도하는 교과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재훈 연구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맞게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교과서 디자인을 꿈꾼다”며 “VR이나 홀로그램 기술 등을 활용해 더 방대한 정보를 담는 교과서로 서책 디자인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매체 환경을 활용한 다채로운 디자인을 모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디자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늘 변화한다. 당시에는 굉장히 세련돼 보이지만 몇 년이 지나면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등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세계이다.

그러나 학생이 어른이 되어 학창시절을 돌아보았을 때, 많은 기억 속에 ‘그 교과서 참 예뻤어’ 하며 교과서 디자인이 함께 떠오른다면 그 교과서는 100년을 사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