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로 본 개인주의의 위험성
코로나19 "나 보다 공동체 생각하는 마음 가져야"

(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에듀인뉴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뉴욕주에서만 4만50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사망자가 하루 1000명 가까이 증가했고 확진자는 9000명이 넘었다.

사망자 처리를 다 하지 못해 시신을 방치하는 사례도 넘쳐나고 있다. 미국,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나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 소식은 내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린다.

오히려 동네에서 확진자 1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확진자 동선을 확인하고 혹시라도 동선이 겹쳤을까 봐 불안해 한다.

발열 증상이 있었음에도 모친을 비롯해 지인 4명과 함께 4박 5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간 미국 유학생 뉴스를 접했다.

모녀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제주도민의 피해가 막심하다. 부모님이 제주에 살고 있고 아버지는 매일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평소 제주도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와중에 들려온 날벼락 같은 뉴스였다.

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 표지.(한성옥 저, 문학동네, 2014)
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 표지.(한성옥 저, 문학동네, 2014)

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에는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이 있다.

가족은 미술관으로 봄 나들이를 간다. 현관을 나서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엄마가 핸드폰을 놓고 왔다. 엄마는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으라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가 핸드폰을 찾고 돌아온다. 다른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미술관에서는 음식물 반입금지 팻말이 버젓이 있는 잔디밭에서 김밥을 맛있게 먹는다. 야외에서 먹는 김밥이 맛있다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 외에도 가족은 행복 가득한 일들을 많이 하며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다른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로.

‘행복한 우리 가족’ 표지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표지를 보면 가족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지만 위태롭다. 폭탄이 매달려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가족만 모르고 있다.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하는데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표지를 넘겨 면지에 이르면 드디어 폭탄이 뻥하고 터지고 만다.

그림책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표지.(다니카와 슌타로, 국제엠네스티 저, 이세 히데코 그림, 김황 역, 천개의바람, 2017)
그림책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표지.(다니카와 슌타로, 국제엠네스티 저, 이세 히데코 그림, 김황 역, 천개의바람, 2017)

그림책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에는 친절하고 성실한 시란 씨가 있다. 동료가 아파서 쉬는 날이면 대신해서 회사에 밤늦게까지 남아 일을 한다. 어느 날 시란 씨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풀려나도록 편지 쓰는 일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시란 씨는 '불쌍하긴 하지만, 만나 본 적도 없는 먼 나라 사람의 이야기야. 나랑은 상관 없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란 씨는 친구들과 테니스를 치고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날 밤 시란 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에 의해 붙잡혀 감옥에 갇힌다. 모든 사람은 비 맞는 것을 싫어해 우산을 쓰고 다니는데 시란 씨만 비 맞는 것을 좋아해 우산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시란 씨의 친구들은 처음에는 시란 씨의 안위에 대해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시란 씨를 잊고 산다.

과연 시란 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나라의 안타까운 소식보다 동네에서 확진자 1명이 발생했다는 뉴스에 관심이 더 가는 나는, 시란 씨와 시란 씨의 친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나라면 억울하게 감옥에 간 시란 씨를 위해 편지를 쓸 수 있을까? 나와 전혀 상관없는 시란 씨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한창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중요한 시기다. ‘나 하나쯤은 어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한 행동이 공동체를 힘들게 한다.

폭탄이 ‘뻥’ 하고 터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폭탄의 피해는 나를 포함한 가족에 그치지 않는다. 마을, 도시,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존재다. 그 소중한 이들을 위해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폭탄이 ‘뻥’ 하고 터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