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행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교육 행정이 발목 잡는 학교교육 "무능력한 학교 누가 만드나"
코로나19에 원격수업 준비로 벅찬 교사에게..."정보공시하세요"
의사소통 메신저 싼값에 통합..."싼 게 비지떡인 것을 몰랐을까"

[에듀인뉴스] 코로나19 심각 단계다. 누차에 걸쳐 휴업이 연장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종료시점은 아무도 기약하지 못한다. 전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휴업 연장이 실시되었다. 온라인 수업이란 낯선 환경에 교사도, 학생도 적응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행정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하 교육행정기관)은 오프라인 개학을 염두에 두고 관행처럼 실시하는 계획과 사업들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법률로 지정한 범교과 수업 시수 걱정해야 하는 학교, 화상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각자 구입하는 교사, 그 와중에 교육행정기관들은 스포츠 클럽 예산을 신청하라고, 19가지 항목에 걸쳐 2020년도 학교정보공시 정시 1차(4월) 입력을 마감하라고 공문을 내려 보냈다.

교육청이 학교 현장에 내려보면 1차 정보공시 항목.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 준비에 정신 없는 이 시국에 저 빽빽한 정보공시 항목을 보고 있자면 답답함이 밀려온다.(자료=천경호 교사)
교육청이 학교 현장에 내려보면 1차 정보공시 항목.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 준비에 정신 없는 이 시국에 저 빽빽한 정보공시 항목을 보고 있자면 답답함이 밀려온다.(자료=천경호 교사)

몇몇 교육청은 학교 내 교사들 의사소통에 필요한 메신저는 교육청 예산 절감 때문에 일괄로 통합했으나, 교육청이 만든 메신저는 낮은 비용을 지불한 만큼 효용은 떨어지고 시스템은 불안해졌다.

현장을 지원해야할 교육청이 현장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 학교교육 효율성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왜 행정과 교육의 괴리감이 커질까?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고, 교육행정기관은 교육을 관리 감독하고, 지원하는 곳이다.

학교는 교육에 필요한 것을 우선시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관리 감독과 지원에 필요한 것을 우선시 한다. 학교는 교육을 기준으로 공문을 해석하고, 기관은 규정과 감사를 기준으로 공문을 해석한다.

예를 들어보자. 당장 내일 개학을 하려면 교사는 교육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 개학으로 원격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들은 수업에 필요한 기기들이 무엇인지 살펴야 하고, 접속 가능한 프로그램이나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 직접 사서 써봐야 한다.

사용하면 반드시 문제점이 발견된다. 기기마다, 플랫폼 마다, 프로그램마다 문제가 생긴다.

기기와 프로그램은 누가 구입하고, 플랫폼은 누가 검색해 사용할까? 전부 교사다. 교육행정기관이 하는 일은 학교내 기기와 프로그램 사용이 법과 규정에 저촉되는지만 따진다.

나를 비롯한 많은 교사들이 교실 내 와이파이 구축을 위해 공유기를 직접 구입해서 쓰다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회수했다.

휴업을 연장하고 원격 수업이 대두되자 학부모 및 학생과 소통 방법이 어려워졌다.

메일은커녕 클라우드도, 카톡도, 밴드도 막혀 있는 학교에서 원격 수업이라니.

선진 경기라고 외치는 경기도교육청은 마지못해 한시적으로 제한을 풀어주었다. 그들에겐 수업과 생활지도보다 규정과 감사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사진=교육부 조직도)
(사진=교육부 조직도)

사실 규정과 감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조직의 구조다. 교육부 조직도를 보면 많은 부서들이 있으며, 이들이 추진하는 계획과 사업이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여기가 포인트다. 수업과 생활지도에 관여하는 교육부 계획과 사업은 전면 제고되고 있을까? 아니면 그대로 시행하고 있을까? 아마 후자가 아닐까?

(사진=00교육청 조직도)
(사진=00교육청 조직도)

교육청은 어떨까? 20여개 부서가 연간 계획에 의거해 각종 계획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을 것이다.

이 계획과 사업은 대부분 어디와 관련이 있을까? 바로 학교다.

교육부와 교육청 내 수많은 부서들의 계획과 사업이 전부 학교로 내려온다. 저 많은 부서들의 계획과 사업이 학교로 내려온다. 학교마다 하나씩이 아니라 전부 모아 학교로 모이는 것이다. 대도시의 학급 수가 많은 학교도, 지방의 학급 수가 적은 학교도 전부 같은 공문을 받는다.

교육행정기관은 수업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온라인 개학을 통한 원격수업과의 상관이 낮다. 그래서 본인들의 계획과 사업을 법과 규정에 따라 집행한다. 정말이지 그들은 잘못이 없다. 자신들의 일에 그저 충실할 뿐이다.

이 답답함. 끝없이 이어질 헛수고에 대한 절망감. 이걸 누가 나서 해결해야 할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과연 저 많은 부서들이 정말로 수업과 생활지도에 반드시 필요한 부서들일까? 저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학교인가?

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교 교사
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