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호민애 서울대사범대학부속중학교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대표
호민애 서울대사범대학부설중학교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대표

[에듀인뉴스] 고등학교에서 비주얼씽킹 수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글을 읽기 싫어하는 학생들 때문이었다.

문학 작품을 주체적으로 감상하는 독자로 성장하려면 글의 맛을 스스로 느껴야 가능하다. 그런데 글의 맛을 느끼기는커녕 글을 읽기도 싫어했고 독서 시간을 주면 엎드리는 모습에 좌절을 맛보았다.

그래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글을 스스로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용한 것이 비주얼씽킹이었다. 단순한 동기로 적용을 했지만 비주얼씽킹을 학생들을 주체적인 독자로 성장시켜주는 훌륭한 도구였다.

문학 작품 내용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읽어야 하고 추상적인 의미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려면 글의 의미를 자꾸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생들의 성장을 보았기 때문에 남자 중학교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비주얼씽킹 수업을 지속했다. 중학생들은 고등학생들에 비해 표현하는 속도도 느리고 선이 삐뚤삐뚤했지만 비주얼씽킹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뽐냈다.

'비주얼 씽킹으로 자기 소개하기'에서 자신이 사자, 음악, 필기구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 학생.(사진=호민애 교사)
'비주얼 씽킹으로 자기 소개하기'에서 자신이 사자, 음악, 필기구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 학생.(사진=호민애 교사)

비주얼씽킹을 수업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전 활동으로 비주얼씽킹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활동을 했다. 이 활동의 목적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비주얼씽킹의 표현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사물의 전체를 표현하지 말고 특징으로 간단하게 표현하도록 안내함으로써 비주얼씽킹 표현방법을 연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시각적 사고를 훈련하는 것이다.

나와 연관된 사물을 떠올리고 그것을 표현한 이유를 적는 활동을 통해 시각적 사고 훈련이 되고 비주얼씽킹이 그림 활동이 아니라는 것도 인식하게 된다.

'비주얼 씨잉으로 자기 소개하기'에서 원숭이, 게임판, 글쓰기로 자신을 표현한 학생.(사진=호민애 교사)
'비주얼 씨잉으로 자기 소개하기'에서 원숭이, 게임판, 글쓰기로 자신을 표현한 학생.(사진=호민애 교사)

이렇게 비주얼씽킹 수업 활동의 기초인 시각 언어 활동을 하고 이오덕의 소설 ‘꿩’ 수업 계획을 세웠다.

비주얼씽킹 수업 설계를 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무엇을 시각화하게 할 것인가이다. 비주얼씽킹 수업에서 학습 목표에 맞게 비주얼씽킹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수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소설 수업에 비주얼씽킹을 적용할 때에는 소설 전체를 장면으로 줄거리를 표현하게 할 것인지, 등장인물을 표현하게 할 것인지, 자신에게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표현하게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이오덕 ‘꿩’의 학습 목표는 소설 속에 나오는 ‘꿩’의 상징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었고 소설 분량이 길지 않았다. 그래서 전체 줄거리 장면을 시각화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중요한 장면을 표현해보면 주인공의 변화 모습이 드러날 것이고 그것을 통해 ‘꿩’의 상징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업 설계 후 학생들에게 자유 독서 시간을 부여하고 이오덕의 ‘꿩’을 읽으면서 비주얼씽킹 활동을 하도록 했다.

한 번 다 읽은 사람은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이나 인상 깊은 장면을 비주얼씽킹으로 그려보세요”라고 안내했다.

교과서의 그림을 따라 그린 작품-처음에는 자신만의 의미를 먼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과서 그림을 잘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 그림들이 비슷하였다.(사진=호민애 교사)
교과서의 그림을 따라 그린 작품-처음에는 자신만의 의미를 먼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과서 그림을 잘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 그림들이 비슷하였다.(사진=호민애 교사)

그런데 학생들은 교사의 예상과 달리 교과서에서 가장 큰 그림을 찾아서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교과서에 가장 크게 그려져 있으니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는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중요한 장면을 선정하지 않는 것을 관찰하고 빨리 발문을 다르게 제시했다.

“교과서의 그림을 따라 그리지 말고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비주얼씽킹으로 그려 보세요.”

그러자 학생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생각을 그려요?”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맞아요, 생각을 그려보세요”라고 대답을 하자 학생들은 그제서야 “음....”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각적 사고 이후 비주얼씽킹 작품 – 주인공 행동의 의미와 꿩의 상징적인 의미가 드러나 있다. 비주얼씽킹 작품에 학생들의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에 비슷한 작품이 없었다.(사진=호민애 교사)
시각적 사고 이후 비주얼씽킹 작품 – 주인공 행동의 의미와 꿩의 상징적인 의미가 드러나 있다. 비주얼씽킹 작품에 학생들의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에 비슷한 작품이 없었다.(사진=호민애 교사)

글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생각하는 지점이 만들어지기까지가 발문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이후 나온 학생들의 작품은 정말 놀라웠다. 주인공의 내면의 변화부터 ‘꿩’의 상징적인 의미까지 다 표현이 되었다.

교사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학생들만의 작품만으로도 학습 목표가 달성이 되는 순간을 맛보았다.

학년이 낮을수록 학생들의 비주얼씽킹 표현은 서툴 수는 있지만 시각적 사고를 통한 지적 성장은 모두 가능하다.

비주얼씽킹 표현에 집중하지 말고 그러한 표현이 나오기까지 학생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관찰해주고 적절한 발문을 제시하고 인정해준다면 학생들은 점점 비주얼씽킹 수업에 몰입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