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및 원격 수업 스마트폰 장시간 이용 늘어
우울증, 심리적 불안감, 주의집중 장애 등 뇌기능 저하 가져와
"손글씨 쓰기, 집안일 하기, 독서하기 등 오프라인 과제 부여하자"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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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17건. 지난 4월 1일부터 약 2주간, 내가 학생들과 단체 SNS방에 올린 공지사항 메시지 개수다. 하루 평균 1건 이상이다.

이후 공지사항을 읽지 않은 학생, 읽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은 학생들과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한 것까지 세면 셀 수도 없다. 학업을 이유로 카카오톡을 없앴던 학생도 다시 가입했다.

청소년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8년 기준, 초등학교 저학년은 37.8%, 초등학교 고학년은 81.2%, 중·고등학생은 95.5%에 육박했다.

원격수업을 앞둔 지금 이 비율은 크게 상승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학생 모두는 온라인 클래스에 가입되어있고,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인터넷으로 수업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지난 4월 9일 고3, 중3을 대상으로 먼저 한 실시한 원격수업은 출석률이 100%에 육박했다고 한다. 16일에 나머지 중·고등학생과 초등학생 일부의 개학도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출석률 자체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학생들은 모든 전달사항을 온라인을 통해서 받고, 다시 온라인을 통해 제출한다. 어쩔 수 없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 과정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한번쯤 생각해야 하는 것은, 상시 접속의 문제다.

여러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장시간 이용은 우울증, 심리적 불안감, 주의집중 장애 등 뇌 기능의 저하를 가져온다고 한다.

지난해 발표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10세~19세 청소년의 30.2%가 ‘과의존 증후군’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심리상태의 문제를 스마트폰 중독에서 찾는 이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학생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원격수업의 자료를 찾기 위해 SNS계정을 만들거나, 오픈 카톡 등의 채팅방을 이용하여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2018년 케임브릿지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인 ‘노모 포비아’는 노모바일폰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로 스마트폰이 없을 때 초조하거나 불안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폰을 갖고 있지 않아도 진동이 울리는 것 같다거나 하는 기본적인 증세는 다들 겪어본 일일 것이다.

한편,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둔 것만으로 주의집중이 분산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에서도 유사실험을 하여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지 능력은 디지털 기기가 근처에 있기만 해도 크게 낮아진다. 디지털 기기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 눈앞에 놓인 작업에 쓸 인지 자원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꺼져있는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집중력 저하가 오는 것이다.

Log-on 시대가 되면서 도리어 더 중요한 것은 Log-off다.

기존의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은 핸드폰과 떨어진 시간을 보내왔다. 이들은 학교가 끝난 나머지 8시간 중 3시간 이상을 핸드폰을 사용하며 지내왔다. 여기에 이제는 학교생활 8시간마저 더해 11시간 가량 접속의 시간을 보낸다.

이들에게 오프라인의 과제를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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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손글씨를 쓰게 하자.

아직 읽고 쓰기를 배우지 않은 3~5세 유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손글씨 그룹과 타이핑 그룹을 나누어 결과를 살피었더니 손글씨를 배운 쪽이 더 빨리 글을 배우고 읽기 능력도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UCLA연구팀도 ‘펜은 키보드보다 강하다’는 연구를 통해, 강의 내용을 노트북으로 입력한 학생과 공책에 받아적은 학생을 비교한 결과 공책에 받아적은 학생이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하고 성적도 좋았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원격으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수업이지만 노트 정리는 아날로그로 할 수 있도록 해보자.

둘째, 집안일에 관심을 갖게 하자.

집안일이야말로 디지털이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학생들에게 집에서 움직이며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켜보자.

예를 들면 학생들이 집에서 하는 행동들을 기록하게 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효행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 빨래, 청소, 설거지 등의 일들을 학생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안내하자.

예를 들면 매주 단톡방에 ‘요리 레시피’같은 것을 올려주는 것은 어떨까? 학교급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학생들이 직접할 수 있는 일을 세분화시켜서 제공해보자.

셋째, 독서 과제를 내주자.

과제를 해야 출석을 인정해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강제로 시킬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읽는 일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든, 혹은 관련 도서를 직접 읽게 하는 시간을 주고 퀴즈를 내서 확인하는 방식을 겸하자. 동영상 수업도 좋지만, 학생들이 탈(脫) 디지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되고 각종 건망증 증세를 보이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학생들에게 온라인을 덜어내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온라인 개학 시대의 진짜 과업일 수 있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