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운영자
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운영자

[에듀인뉴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이해서 교사들은 악전고투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교육부 정책 때문에 교육과정 계획을 수차례 바꾸고 있다. 힘들게 준비한 자료들이 온라인 사이트 서버의 문제로 사라지기도 했다.

서버 과부하로 접속이 되지 않아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며 애를 태우기도 했다. 하나하나 배워가며 어렵게 촬영해서 수업 영상을 올렸더니 사교육과 비교하며 교사의 자질을 논하는 여론 때문에 괴로웠다.

이 외에도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로 인해 교사들은 벌써 지쳤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막막함이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교사인 우리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 god ‘길’ 중에서

“인생은 길과 같다. 장애물이 나타나기도 하지. 그래도 걱정은 마, 뛰어넘으면 되니까. 온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말없이 걸어야 할 때도 있어. 이 모든 길들이 너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줄 거야.”

- 그림책 『두 갈래 길』 중에서

그림책 '가드를 올리고' 표지.(고정순 저, 만만한책방, 2017)
그림책 '가드를 올리고' 표지.(고정순 저, 만만한책방, 2017)

교사인 우리는 새로운 교육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떤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 확신이 들진 않지만 우리는 이렇게 또 걸어가도 있다. 아마 내일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새로운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권투 선수가 링에 오른다. 상대 주먹에 맞으며 힘들게 버틴다. 그만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조금만 더 힘내 보기로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상대의 주먹이다. 다운을 당한다.

지금 이곳이 어딘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 끝까지 시합을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도 없다.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다리에 힘이 풀려 한 걸음도 내디딜 힘이 없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한쪽 모퉁이에서 다시 가드를 올린다.

그림책 ‘가드를 올리고’ 뒤표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넘어지는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한다. 하지만 일어서는 것은 여전히 힘겹다. 때때로 나를 일으켜 준 이름 모를 권투 선수에게 이 책을 보낸다. 오늘도 일어서는 당신에게도.”

그렇다. 교사로 살아간다는 건 매일 링에 오르는 일이다. 교사로 살아간다는 건 사각의 외로운 링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일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사각의 외로운 링은 두렵지 않다. 외로움을 채워주고 보듬어 줄 동료 교사들이 있다. 서로 의지하고 나누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동료 교사들이 있어 매 라운드 힘겹지만 이겨낼 것이다.

매일 외로운 링에서 다시 가드를 올리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교사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