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이봉셩 부산 용수초등학교 교사
이봉경 부산 용수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초등학교 영어 전담이 된 지 5년째다. 영어는 그 어떤 과목보다 학생들의 편차가 큰 과목이다.

빠르게는 영유아 때부터 영어 선행 학습을 하고 온 학생들도 있지만 학교에서 처음으로 알파벳을 배우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현 교과서와 교육과정은 알파벳을 충분히 익힐 수 있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알파벳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들은 단어 단계에 오면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누적된 학습 결손으로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물론 현재 초등학교에서 많이 진행되는 게임식 수업도 모든 학생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게임식 수업에서는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이 유리할 때가 많다. 그래서 게임식 수업에서 참여 못 하는 학생들을 고려하여 수준을 조정하면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은 지루해하면서 수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나의 고민은 선행 학습을 하고 온 학생들도 처음으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모두 몰입하여 각자의 배움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민이 깊어 갈 때 비주얼씽킹으로 단어 개념을 표현한 국어 수업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아하! 바로 이거다.’ 영어 단어도 이렇게 비주얼씽킹으로 수업을 한다면 단순 암기로만 끝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는 각자의 배움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영어 단어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4학년 수업에서 바로 시작했다. 수업 방법은 첫째, 오늘 배울 단어 보여주기, 둘째, 단어와 관련된 경험 떠올려서 생각 나누기, 셋째, 단어와 관련된 경험을 떠올리며 단어의 의미가 나타나도록 타이포그래피하기 순으로 진행한다.

수업 태도에서 변화를 보여주었던 학생의 영어 타이포그래피 작품.(사진=이봉경 교사)
수업 태도에서 변화를 보여주었던 학생의 영어 타이포그래피 작품.(사진=이봉경 교사)

이것은 수업에서 늘 집중 못 하고 단어를 적으라고 해도 교사가 알아보지 못하게 적고 다했다고 하며 수업 방해 행동을 하던 학생의 작품이다. 아직도 나에게 와서 작품을 보여주면서 말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선생님 보세요. 피자를 이렇게 구워서 먹을 수 있어요.”

cook을 표현한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빛나는 그 눈동자는 영어 시간에 처음 본 눈빛이었다.

이렇게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하는 타이포그래피 수업은 단어를 단순 암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학습하다 보니 학습의 효과는 높을 수밖에 없다.

이 학생은 알파벳도 어려워하던 학습자였지만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타이포그래피 활동에는 누구보다도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었고 이후 단어 시험에서도 이 활동을 통해 익혔던 단어는 모두 통과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영어 단어 학습에서 비주얼씽킹을 적용해 나가자 그동안 참여를 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비주얼씽킹 수업은 참여를 하지 못했던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의 참여도 이끌어 냈다. 각자가 자신의 수준에 맞게 표현할 단어를 선택하고 단어의 의미를 표현하기 때문에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도 지루해하지 않았다.

선행학습을 한 학습자의 작품. 잘못 알고 있던 영단어 스펠링을 교사의 개별 피드백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사진=이봉경 교사)
선행학습을 한 학습자의 작품. 잘못 알고 있던 영단어 스펠링을 교사의 개별 피드백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사진=이봉경 교사)

위의 작품은 선행 학습을 한 학습자의 작품이다. 자신이 너무 에너지가 넘쳐서 결국은 아프기까지 했다는 경험과 연관지어 Energetic 이라는 단어를 표현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단어를 ‘energent’로 표현을 했고 교사의 개별 피드백을 통해서 학생은 단어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교사가 제시한 단어 카드를 보거나 게임식 수업이었다면 선행 학습자는 철자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의 의미를 경험과 연결하여 생각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다보니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던 것을 교사가 확인하고 피드백까지 줄 수 있었다.

이렇듯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통해 모든 수준의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간다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

보통 영어 수업에서 단어 학습을 할 때 교사가 자료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자료는 짧게 집중하고 단순 암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 교과가 결국 일상생활의 의사소통으로 이어지려면 단어 학습부터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교수 학습 방법으로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타이포그래피로 단어를 표현할 때에는 학습자가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글자로만 외우던 단어를 글자+이미지 두 가지 방법으로 학습하게 되기 때문에 학습의 효과가 매우 높다.

타이포그래피 작업은 색을 사용해서 아름답게 꾸미는 게 목적이 아니다. 아이들이 단어의 의미와 삶을 연관 지어 문자를 익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사진=이봉경 교사)
타이포그래피 작업은 색을 사용해서 아름답게 꾸미는 게 목적이 아니다. 아이들이 단어의 의미와 삶을 연관 지어 문자를 익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사진=이봉경 교사)

단어를 학습할 때에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학습의 효과가 높다. 학생들도 그림을 통해 배우는 것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느낀다.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타이포그래피는 기존의 이미지 영어 학습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면서도 학습 격차가 나는 교실에서 각자의 배움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매 시간마다 비주얼씽킹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 단어 학습을 할 때 도입 부분이나 단원의 마무리에서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또한 학생들이 표현할 때 의미에 초점을 두고 생각할 수 있도록 색칠을 하지 않도록 안내를 한다. 학생들이 서로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에 중점을 두지 않고 어떤 의미를 표현했는지 관심을 갖게 할 때 학습의 효과가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경험은 모두 다르고 학습의 수준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이 어우러져 배우고 몰입하는 수업을 비주얼씽킹을 통해 만들어 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