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운영자
김준호 경기 시흥 장곡중 교사/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운영자

[에듀인뉴스] 온라인 개학을 했다.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마주하면서 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교사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사들은 온라인상에서 쌍방향 수업을 하면서, 수업 영상을 올리고 과제를 제시하고 답변 제출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온라인 출석을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며 학생들과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위해 애쓰고 있다.

수업, 학급운영 등 교육의 핵심은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다.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교사의 방법적 테크닉보다 학생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눈, 학생의 도움 요청에 응답하는 다정한 손길, 학생의 성장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 등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교사가 자신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학생들은 교사가 자신을 사랑으로 대한다고 느끼면 받은 사랑만큼 돌려준다. 그럴 때 마음으로 연결되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생과 관계 형성을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그림책 '적당한 거리' 표지.(전소영 저, 달그림, 2019)
그림책 '적당한 거리' 표지.(전소영 저, 달그림, 2019)

“네 화분들은 어쩜 그리 싱그러워?”/ 적당해서 그래. 뭐든 적당한 건 어렵지만 말이야.

- 그림책 『적당한 거리(전소영)』 중에서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적당한 햇빛, 적당한 흙, 적당한 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애정이 넘쳐서 더 많은 흙을 담아주거나 더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적당량을 넘는 물을 줄 경우 식물이 죽어버릴 수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다.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추운 날 뜨거운 난로를 적당한 거리에서 마주하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따뜻해지고 싶어 난로에 가까이 다가가다가는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반면 너무 멀리서 난로를 마주하면 따뜻함을 느끼지 못한다.

학생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가만 보면 식물들도 성격이 모두 달라. 어떤 식물은 물을 좋아하고, 어떤 식물은 물이 적어도 잘 살 수 있지. 그렇게 모두 다름을 알아가고 그에 맞는 손길을 주는 것. 그렇듯 너와 내가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

- 그림책 『적당한 거리(전소영)』 중에서

학생들의 성격은 모두 다르다. 어떤 학생은 공부를 좋아하고 어떤 학생은 운동을 좋아한다. 그렇게 모두 다름을 알아가고 그에 맞는 손길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서로 다름을 학생과 교사인 내가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다. 학생에게 좋을 것이라는 교사의 판단으로 억지로 무엇을 하게 해서도 안 된다.

교사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당한 거리에서 애정 어린 마음으로 학생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일 뿐이다.

교사는 학생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행복하다. 지금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쌍방향 수업이 재미있다는 학생들의 말에, 학생들이 정성껏 작성해서 제출하는 과제를 보며, 학생들의 온라인 출석률 100% 되는 것에 행복해하고 있다.

면대면 만남을 통한 관계 형성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단히도 애쓰고 있다.

진정한 교육은 교사와 학생과의 ‘적당한 거리’로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을 직접 만나 따뜻한 눈빛으로 따뜻한 손길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