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 아니야’ 속 피해자 1명, 다수는 가해자 또는 방관자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오롯이 피해자, 가해자는 거의 없어

[에듀인뉴스] 좋은 수업이 되려면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관계 형성을 위해선 먼저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림책은 마치 마법처럼 학생들의 얼어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관계 형성을 통한 수업에서 그림책은 그림책 작가의 삶, 교사의 삶, 학생의 삶을 연결시켜준다. <에듀인뉴스>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을 통해 그림책 작가, 교사, 학생이 동행하는 그림책 수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 표지(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저, 김상열 역, 고래이야기, 2007)
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 표지(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저, 김상열 역, 고래이야기, 2007)

[에듀인뉴스] 온 나라가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지 꽤 오래지만 정녕 학교에 있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녹녹치 않다. 늘 홀로 아파하는 아이들은 여전히 있다.

이들은 아픔이 드러날 때마다 그림책의 등장인물처럼 모두 내 탓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 누구의 잘못인가?

아파하는 사람들이 늘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그들이 덜 아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그들의 아픔을 그냥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첫 시간에는 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그냥 들어주는 느낌으로 ‘등장인물 감정 읽기’ 활동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에도 피해자는 단 1명이다. 다수는 가해자이던가 방관자이다.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오롯이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인 사람은 별로 없다.

아이들의 속내가 듣고 싶다. 때론 친구의 이야기이며 때론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먼저 그림책을 읽고 기쁨, 슬픔, 화남 등 다양한 감정을 담은 카드를 활용하여 등장인물의 감정을 공감하며 읽어 내는 활동을 한다.

감정 카드를 이용하는 것은 의외로 아이들이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 형식을 갖추면 훨씬 학생들이 역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등장인물 감정 읽기’ 활동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모둠 활동으로 4~6명 정도가 적합하다.

2. 모둠원이 각각의 감정 카드를 종류별로 나누어 갖도록 한다. 카드에 5개 종류의 감정이 들어 있다면 각 1개씩의 감정 카드를 나누어 갖고, 기쁨과 같은 긍정의 감정 카드는 1장을 더 갖도록 한다. 긍정적인 마음의 표현 기회를 더 갖게 하기 위해서이다.

3. 카드의 감정이 다른 모둠원에게 보이지 않게 펼쳐 든다.

4. 모둠원들이 돌아가며 등장인물의 감정을 읽어 내며 카드를 내려놓는다. 한 번에 2장까지만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한계를 둘 수도 있다. 게임에 이기기에만 집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5. 카드를 내려놓았을 때 나머지 모둠원들이 억지스럽다며 인정해주지 않으면 내려놓은 카드를 다시 집어 들어야 한다.

6. 모둠원이 감정을 읽으며 카드를 내려놓을 때 다른 친구들은 자신의 카드만을 들여다보지 않고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카드를 내려놓으며 감정을 읽어주는 모둠원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7. 자신의 차례에 감정을 쉽게 읽어 낼 수 없을 때 ‘패스’도 허용해야 한다.

8. 가장 먼저 자신의 카드를 모두 내려놓는 모둠원이 우승하는 게임이다.

9. 우승한 모둠원이 나와도 모둠원들이 카드를 모두 내려놓을 때까지 게임을 진행한다.

10. 끝까지 카드를 내려놓지 못하는 모둠원이 있으면 내려놓고 함께 감정을 읽어주도록 한다.

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와 다양한 감정을 담은 감정 카드(사진=조형옥 교사)
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와 다양한 감정을 담은 감정 카드(사진=조형옥 교사)

모둠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활동 대화 내용을 들어 보았다.

모둠원 1 : 가해 학생은 피해자를 얕보았을 것 같아요.

모둠원 2 :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들의 태도에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고 느꼈을 것 같아요.

모둠원들은 친구들이 내려놓은 카드가 합당하다고 느낄 때 긍정의 끄덕임을 자연스럽게 한다. 자신이 읽어 내지 못한 감정들을 다양하게 듣고 공감하는 순간이다.

모둠원 3 : 피해 학생도 학교생활을 즐겁고 유쾌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두 장의 카드를 내려놓는 학생이 생기면 다른 모둠원들은 ‘와우!’하는 반응을 보이며 자신도 더 게임에 승부욕을 가지게 되면서 의욕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받는다.

모둠원 4 :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불안하고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자녀를 학교로 보낼 것 같아요.

모둠원 1 :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모두 돌봐야 하는 선생님은 너무 막막할 것 같아요.

학생들은 이 게임이 진행될수록 바로 위 두 학생처럼 그림책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현실과 연계시켜 이면에 있는 인물 즉 선생님이나 피해 학생의 학부모의 감정까지도 읽어 내기 시작한다.

모둠원 2 : 방관하는 학생은 피해 학생을 도우려는 마음이 있어도 자신도 피해자가 될까봐 두려웠을 것 같아요.

모둠원 3 : 패스

어떤 학생은 그림책 등장인물의 감정에 ‘개운한’, ‘멸시하는’, ‘울적한’ 감정을 끝까지 감정을 읽어 내지 못했다. 이럴 때 감정 카드를 내려놓고 함께 감정을 읽어주며 마무리하도록 지도한다.

모둠원 1, 2, 3 : 왕따 당했던 친구는 자신이 멸시당한다고 생각해서 울적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모두 노력해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모두 마음이 개운해질 것 같아요.

교사는 모둠별로 활동이 잘 이루어지는지 돌아보며 질문을 받는다. 돌아보며 활동하는 것을 보면 바로 느끼겠지만 학생들은 다른 친구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을 듣기보다 자신이 말할 것을 구상하느라 자신의 카드를 보는 데 더 집중한다. 이럴 때 교사가 한번 주의를 환기해줄 필요가 있다.

활동이 끝나고 “어떤 사람의 감정을 제일 많이 읽었어요?”라고 물어보면 변함없이 가해자라고 대답한다.

이 상황에서 가해자의 감정을 가장 많이 읽어 내고 들여 다 볼 수 있는 능력이 우리 아이들에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조형욱 경기 도래울중학교 교사
조형옥 경기 도래울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