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로 살펴보는 학교폭력 예방
숨기는 '피해자 방관자', 알려지길 두려워하는 '가해자'

[에듀인뉴스] 좋은 수업이 되려면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관계 형성을 위해선 먼저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림책은 마치 마법처럼 학생들의 얼어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관계 형성을 통한 수업에서 그림책은 그림책 작가의 삶, 교사의 삶, 학생의 삶을 연결시켜준다. <에듀인뉴스>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을 통해 그림책 작가, 교사, 학생이 동행하는 그림책 수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 표지(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저, 김상열 역, 고래이야기, 2007)
그림책 '내 탓이 아니야' 표지(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저, 김상열 역, 고래이야기, 2007)

[에듀인뉴스] 긴 학교생활에 꽤 많은 아이들은 피해자 경험이 한 번쯤은 있다. 이런 아이들일수록 더더욱 더 그 아픔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피해자였던 아이들은 때론 방관자로 남기도 하고 가해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그림책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충분히 읽어 내었다면 이제 본격적인 ‘핫시팅’ 활동을 전에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분석하고자 한다.

‘내 탓이 아니야’라는 그림책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는 한 명의 아이와 모두 내 탓이 아니라고 독백하듯 말하는 14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14명의 아이들은 모두 내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 독백의 글을 함께 분석하며 등장인물을 가해자와 방관자로 나누어 보았다.

다음과 같이 등장인물의 독백만으로 캐릭터를 분석해 가해자와 방관자로 나누는 과정을 통해 글에 담겨진 생각을 찾아내어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나갈 수 있다.

교사 : 15쪽 등장인물은 가해자일까? 방관자일까?

학생 1 : ‘그 앤 멍청해. 바보처럼 서서 그냥 울기만 했어’라고 이야기한 걸로 보아 방관자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2 :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 앤 멍청해’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3 : 저도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바보처럼’이라고 그 친구를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교사 :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나요?

학생 4 : 멍청하고 바보라고 말했다고 해서 가해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지켜내기를 바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그렇게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 :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거수로 결정하겠습니다. 가해자라고 생각한 친구가 25명, 방관자라고 생각한 친구가 6명이므로 가해자로 분류하겠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등장인물의 독백을 분석하며 가해자와 방관자를 분류하는 토론을 거치고 나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듣는 이에 따라 매우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학생들과 토론활동을 통해 등장인물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온다.

(사진=조형욱 교사)
(사진=조형욱 교사)

이제 본격적인 핫시팅 활동을 시작한다. 핫시팅 활동은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이들을 집중 취재할 질문자로 역할을 나누어 질문과 답변으로 진행하는 활동이다.

핫시팅 활동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로 분류해 놓은 각 역할을 할 지원자를 받는다.

2. 각각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질문자들이 질문할 예상 질문을 생각해서 답변을 준비한다. 이때 답변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주인공의 심정으로 답변을 준비하도록 안내한다.

3. 역할을 맡은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집중 인터뷰를 위한 질문을 준비한다.

4. 준비가 되면 세 그룹의 역할을 맡은 학생들에게 동시에 질문을 진행하기 위해 질문자들도 세 그룹으로 나눈다.

5. 각각의 역할을 맡은 학생과 질문자 세 그룹은 동시에 활동을 전개한다.

6. 1차 활동이 끝나면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고 질문자들만 왼쪽으로 이동한다.

7. 2차 활동을 시작하고 활동이 끝나면 다시 질문자들이 왼쪽으로 이동하여 3차 활동을 시작한다.

8. 세 차례에 걸쳐 역할을 맡은 학생들과 질문자들의 활동이 끝나면 소감을 나누며 마무리한다.

핫시팅 인터뷰 장면.(사진=조형욱 교사)
핫시팅 인터뷰 장면.(사진=조형욱 교사)

학생들의 활동 내용을 들여다보면...

질문자 1 : 왜 선생님을 부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았어?

피해자 : 가해자의 폭력 수위가 높아질 것 같았고, 버티기 위해서 소리를 내지 않았어. 경험상 선생님은 여건상 도와주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거든.

질문자 2 : 선생님을 부르지 않은 이유가 뭐야?

방관자 : 일이 더 커질 것 같았고, 또 내가 제2의 피해자가 될까봐.

피해자도 방관자도 답변이 일이 커질까봐 두려워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교사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교사를 믿고 신뢰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 교사로서 반성이 되며 가슴이 아팠다.

이러한 수업활동을 통해 교사도 학생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핫시팅 토론 활동 답변 내용 정리.(사진=조형욱 교사)
핫시팅 토론 활동 답변 내용 정리.(사진=조형욱 교사)

질문자 3 : 네가 피해자라면 어땠을 것 같아?

가해자 : 선생님에게 빨리 이야기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폭력은 결코 피해자 혼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해자 학생의 대답을 의외였다. 피해자나 방관자가 선생님이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가해자 학생은 선생님에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가해자 학생들도 어른들이나 선생님에게 이야기해서 알려지는 것을 제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피해자들이 신고 후에도 안심할 수 있도록 일을 진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입장이 다른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며 들여다볼 수 있었으리라.

조형욱 경기 도래울중학교 교사
조형옥 경기 도래울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