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수업 현실화, 여전히 아리송한 매뉴얼에 불안감 가중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처는 메르스에 대한 반성에서 나와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에듀인뉴스] 마침내 등교일정이 발표되었다. 낯설었던 것이 익숙해질 때 즈음이 되니 원래 익숙했던, 하지만 지금은 낯설어진 그것으로 다시 돌아간다. 예년 같으면 중간고사를 보고 있을 이 시기에 여전히 등교조차 못하고 있지만, 예정대로면 다음 달 이 맘 때는 드디어 모든 학교에 학생들이 가득찰 것이다.

등교가 마침내 결정됐지만 여전히 교사들은 걱정이다. 등교만 결정되었을 뿐 아직 대답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당장 늦은 등교로 인해 평가계획이 변할 거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대처 매뉴얼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학부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식을 학교로 보내면서도 이런저런 불안감들에, 아침부터 마스크를 비롯한 안전 수칙에 관한 당부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열리지만, 마음 놓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는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몫일 것이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작하고,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최근 며칠 불거졌던 에어컨 문제는 인터넷에서 괴담처럼 떠돌면서도 어느 누구 하나 그것이 제대로 된 매뉴얼인지 속 시원하게 밝혀주는 사람이 없었고, 문제가 되자 바로 재검토하겠다며 사라졌다. 이런 식의 매뉴얼이어서는 곤란하다.

메르스 백서 표지 일부.(자료=보건복지부)
메르스 백서 표지 일부.(자료=보건복지부)

한국의 코로나 대처는, 지난 메르스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많다. 메르스 사태 때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메르스 백서를 발간했다. 이 내용들이 지금의 코로나에 대한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보건, 의료계의 평가다.

우리 교육계도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평가를 거쳐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미래교육만 언급되고 있는데 원격수업에 대한 논의가 아닌, 코로나 사태에서 교사, 교장, 교육청, 교육부는 제대로 대응을 했는지 그 동안 우리 교육에서 미흡했던 규정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무슨 책임공방을 하자는 것도 지금 당장 다음 시대를 준비하자는 것도 아니다. 좀 더 객관적으로 이 사태를 바라볼 수 있을 때 그 동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정리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시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핵심은 사실을 털어놓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겪은 일련의 과정에서 교육계가 가장 부족했던 일이 아닐까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애써 크게 보거나 보이는 것을 굳이 감춰 볼 필요가 없다.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부족했던 점을 먼저 반성하고 그 다음에 잘한 점을 살핀 뒤에서야 비로소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급하게 대처 위주의 대응을 했지만, 이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은 계속해서 가능성 얘기만 하고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건 잘못이지만, 내일 해야 할 일을 굳이 오늘 하는 것도 잘못이다.

또한 평가를 위해서는 현장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메르스 백서는 정부시각의 대응기록 위주의 자화자찬으로 끝났던 기존의 백서와 달리, 현장전문가 등 관계자 46명과 대응인력 245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평가와 제언에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도 교육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평가들은 다수의 교수에 교사 1인을 추가해 구색 맞추기 형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장의 다양한 고민은 교사 1인으로 대표될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겉으로 잠잠할 뿐 속으로 많이 곪아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구성원 간에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급식 문제, 돌봄 문제, 몇몇 발언들, 그 외에도 서로 소외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올 것이다. 한 번 일어났던 일이 모두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코로나의 경험은 모두에게 강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지는 다시 또 우리의 몫이다.

지난 2달 간의 긍정적, 부정적 경험들이 모두 내일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어떤 슬로건이나 프레임에 기반한 주장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