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등교를 기다리는 교실.(에듀인뉴스 DB)

등교 수업을 언제 해야 하나?

[에듀인뉴스] 최근 코로나 국내 감염자가 0명까지 떨어졌다가 이태원 클럽 사건 이후 다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 관련 확진자가 최소 약 120명 정도가 발생하여 꼬리를 무는 N차 감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의를 끄는 것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학원 강사로 인해 학생, 학부모 등 10여명이 확진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어민 강사와 교직원, 고등학생들도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것이 드러나면서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일부 학부모들은 등교 수업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등교일을 13일에서 20일로 1주일 연기한 상황에서 또 다시 등교 수업을 연기하게 되면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고3의 경우, 생활기록부 작성 문제, 1학기 중간고사, 수시 입시 준비가 있기에 5월 등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온라인 수업의 한계와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력 문제, 학생 생활 지도 및 자녀 돌봄 문제, 교우 관계를 통한 사회성 발달 문제 등은 등교 수업이 이루어져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게다가 강사, 조리사, 학교 물품 납품업자 등 학교 지원 인력의 경제적 문제까지 관련이 있다.

이미 학원의 경우, 대부분 등원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등교 수업만 미룬다고 해서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문제는 유행과 감소의 반복적 주기 형태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에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면역력이 충분히 생기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코로나19는 인류에 또 다른 풍토병처럼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완전하게 해결된 다음에 등교 수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등교 수업을 하지 않고, 1학기 내내 온라인 수업을 한다면?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하여 일부 사람들은 이번 1학기 수업을 전격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장단점이 분명하다.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비대면 수업으로 인하여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은 상대적으로 상위권 학생에 비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불리하다. 온라인 상 개별 피드백에 대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수업 시간에 딴 짓하는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강의식 수업에 기반을 둔 ‘인강’은 기초적 지식과 이해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적용, 분석, 종합, 평가 등 고차원적 사고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온라인 수업은 보여주기는 가능하지만 실기와 실습, 활동 등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심 역량을 기르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실기실습이 중요한 전문계 고교생이나 예체능계열 고교의 경우, 온라인 수업의 한계는 명확하다. 

실기 실습을 온라인 수업은 지식정보처리 역량을 기르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자기 관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 역량을 기르는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은 평가도 문제다. 과제수행형 수업의 경우, 학생 입장에서 별로 배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숙제만 많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온라인 수업 과제에 대한 수행 결과를 출석 확인 정도로 점검하지만 평가로 연결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온라인 평가 시 다른 사람의 과제를 복사해서 올려놓거나 각종 부정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교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 문제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나서 등교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코로나19 감염예방관리가이드북에 따라 등교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교육 활동에 대한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일단 교사의 생활지도 업무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기존 생활지도 외에 등교 시나 점심시간 급식실 이동 전 발열 체크, 손씻기 등 감염 예방 지도, 중식 지도 등을 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수업보다는 방역에 따른 생활지도를 하다가 하루가 다 지나갈 수 있다. 

수업 관련 방역 지침들을 살펴보자. 

○ 학생 간 최대한 거리 확보를 할 수 있도록 책상 배치, 학급 모둠 좌석 배치 금지
○ 학생 간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수업시간 및 쉬는 시간 조정 
○ 비말 또는 접촉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학습활동 제한
○ 실내 휴게실, 다기능 활동 공간 등 다중이용공간 일시 이용 제한
○ 학생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업자료를 이용하는 교육활동 자제 등  

쉽게 말해 학생 자리 배치를 시험 대형처럼 개별 자리 배치를 하고, 모둠 활동을 하지 말고, 교과교실을 사용하지 말고, 학생참여 수업 방법으로 수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방역 관점에서는 대면 기회를 최소화해 예방하자는 입장이지만 교육의 관점에서는 협동학습 등 학생 참여 수업을 하지 말고 일제학습, 개별학습만을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역 지침 하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면 학습 효과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등교 수업을 일제학습과 개별학습으로만 진행하라고 한다면 차라리 온라인 수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 등교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방역 지침대로 대면 활동을 최소화하기 힘들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가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친구들끼리 노는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힘들 것이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교사가 부재한 경우가 많은데, 학생 상호 간 대면 활동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등교 수업 이후 코로나가 재확산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코로나 특성상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일시적으로 확진자 수가 감소될 수 있어도 다시 재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에 등교 수업 이후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 대한 수업 대안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교육당국이 정신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중장기적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이러한 일이 생긴다면 학교 차원에서 일시 등교 수업을 정지하고 방역하면서 그동안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교육부 차원에서 등교 수업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일단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면 교육부보다는 지역교육청이나 단위학교 차원에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제주의 어느 학교에서 감염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전국 모든 학교를 휴업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온라인 수업의 장단점은 어느 정도 파악되었다. 이제는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단점을 어떻게 최소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노력해야 한다. 

일부 사립학교나 대안학교들은 일반적인 공립학교에 비해 온라인 수업에 잘 적응하면서 교육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이유는 공립학교의 경우, 교육부나 교육청 등 상급기관 지침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학교차원의 대응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학교에 대한 자율권을 보다 강화하고 학교자치 관점에서 온라인 수업 내실화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면 좋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하기 위해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교사별로 다양한 온라인 수업을 실천하고 있는데, 이러한 성과들을 학교차원에서 잘 기록하고, 공유하고,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적 사례 뿐 아니라 실패 사례를 공유함으로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내실있는 온라인 수업을 위한 정책연구나 사례 개발 및 공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완벽한 해결 방안은 없다. 그렇다면?

온라인 수업이든, 등교 수업이든 간에 어차피 현재 상황에서는 모두 문제가 있다. 최선의 방안이 없을 때는 차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의견대로 분위기에 휩쓸려서 대안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현장 교사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수업의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수업 관련 TF팀을 조직하고 운영해야 한다. 교육전문직원만이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현장 교사들이 참여하여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TF팀은 방역 차원의 TF팀이 아니라 교육 차원의 TF팀을 의미한다. 

이번 문제는 방역과 교육 두 가지 차원을 모두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방역 차원의 생활지도 매뉴얼은 나왔지만 교육 차원의 수업 매뉴얼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코로나 문제로 인하여 예상되는 수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상황별, 문제별 시나리오 작성 시 1가지 방안이 아니라 복수의 방안을 마련해 1안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안, 3안을 마련하여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안에 따라 교육부,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단위학교의 영역을 구분하고 그에 따른 자율성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업 일수나 수업 시수 문제 등 위기 대응에 따른 법령과 제도 문제는 교육부가 해결해야 한다. 교육청은 교육부와 협력하여 수업 가이드북을 제시하고, 학교가 수업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인정하고 내실있는 수업을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단위학교는 현실적 방역체제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수업과 생활지도를 내실화하는 매뉴얼을 마련하여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위기가 우리 교육계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장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