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드V페라리' 포스터
영화 '포드v페라리' 포스터

[에듀인뉴스] 지난 연말, 영화 ‘포드v페라리’를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1960년대 매출 감소에 빠진 자동차 회사 ‘포드’는 스포츠카로 유명한 ‘페라리’와 합병인수를 추진하지만 페라리 회장에게 모욕을 당한다. 이에 회장 헨리 포드 2세는, 레이싱 대회인 르망 24에서 페라리를 박살낼 스포츠카를 만들라고 지시한다.

이 대회에 제대로 된 출전 경험조차 없고 스포츠 카를 만드는데 더더욱 능력도 없는 ‘포드’는 대회 6연패를 기록 중인 ‘페라리’에 대항하기 위해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고집불통이지만 열정과 실력만큼은 최고인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영입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개월. 양산형 자동차를 만들 줄만 아는 포드의 기존 노하우를 싹 거부하며 두 사람은 결국 포드의 스포츠카를 만들어낸다. 이 와중에 포드의 경영진들은 끊임없이 불필요한 요구를 해온다.

영화 속에서 켄 마일스는 여러 역경을 뚫고 마침내 르망 24에서, 경쟁자 페라리를 제치고 무려 한 바퀴 반 차이로 압도적인 1등을 달린다. 그런데 포드의 경영진들은 1, 2, 3등을 차지하고 있는 포드의 자동차들이 동시에 결승선을 밟는 그림을 원했다.

켄 마일스가 속도를 늦추면 가능했다. 경영진들은 이를 셸비에게 전달했다. 고민하던 셸비는 속도를 늦추라는 내용은 전달하되 결정은 켄 마일스에게 맡기는 모습을 보였다. 켄은 고민 끝에 윗선의 요구에 따라 세 명이 동시에 들어오는 결정을 한다. 그러나 세 명의 운전자가 출발점이 달랐기에, 켄은 우승이 아니라 2위를 하게 된다.


두 시간 반의 영화는 매우 빠르게, 마치 레이싱처럼 금세 지나갔다. 빠르게 지나간 영화와 달리 내 마음에 이 영화의 바퀴 자국이 오래 남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 영화 속의 장면들이 마치 교사들의 원격수업 도전기 같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스포츠카를 제대로 만들어보지 못한 회사 포드에서 1위를 할 수 있는 스포츠카를 만들어내기 위해 도전했던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의 모습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원격수업에 뛰어든 교사들의 노력과 겹쳐 보였다.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자신이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쏟아내며 원격수업을 이루어낸 교사들의 모습이 마치 그들 같았다.

두 번째로는 영화의 엔딩이 너무 씁쓸했기 때문이다.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지도 못하고, 이후에 새로 나온 자동차를 운전하며 점검하던 중에 켄 마일스는 자동차 고장으로 사망에 이른다.

사실 레이싱을 하는 자동차는 중간에 부품에 이상이 있어도 어쨌거나 한 바퀴를 돌아야 점검하고 수리를 할 수 있다. 그 사이의 위험은 모두 레이서가 감당해야 한다.

실제 위험을 감당하며 결과를 낸 현장의 레이서였지만 결국 르망에서도 토사구팽당하고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 것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포드 회사의 대응은 많이 아쉬웠다.

포드 회사는 자동차와 경주라는 본질이 아니라, 대외적인 이미지를 중요시 생각했다. 현장의 두 주인공은 본질에 최대한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경영진과 현장의 목표가 달랐다.

포드의 이미지를 위해 켄 마일스를 레이싱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충고를 하는 켄의 조언마저도 무시하며 실패하기도 했다. 이후 마침내 그들의 노력으로 우승을 눈 앞에 두게 되자 1, 2, 3등이 동시에 결승선을 돌파하는 ‘그림’을 만들 생각만 했다.

심지어 중간관리자에 가까운 캐롤 셸비조차도 중요한 결정은 켄 마일스에게 미뤄버리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속도를 늦추라는 내용은 전달하지만, 결정은 네가 해라’라는 것은 현장을 존중한 결정이 아니다. 떠넘기기에 가깝다.

영화 내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달리고 있는 현장의 고충이 아니라, 다른 것들에 신경을 쓰는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안타까웠다.

주인공들과 포드 회사의 목적은 달랐지만, 나는 교사와 교육 당국의 목적이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레이스를 무사히 끝내고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아직 코로나 레이스는 진행 중이고 교사들은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며 운전 중이다.

우리는 1, 2, 3등이 동시에 들어오는 기분 좋은 그림을 생각하기 어렵다. 지금은 위험을 실제로 맞닥뜨리는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여담 1. 영화 속 악당처럼 나오는 포드 경영진 레오 비비 부회장은 실제로, 누군가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영화 속의 연출일 뿐 현실의 경영진과 현장은 서로 협력했으니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담 2. 켄 마일스가 사고로 죽은 뒤에야 규제가 강화되어 자동차 회사들은 안전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다고 한다. 사후 약방문인 셈이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