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4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9월 학기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특히 이재정 교육감은 9월 학기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사진출처=MBC)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4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9월 학기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특히 이재정 교육감은 9월 학기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사진출처=MBC)

[에듀인뉴스] 9월 신학년제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 서울, 경기 교육감이 MBC 100분 토론에 나와서도 9월 신학년제를 언급하기도 했고 아침 라디오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그러나 9월 신학년, 그것도 2020년 9월 신학년을 도입할 경우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만만치 않다. 내 주장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 글은 “2020년 9월 신학년제”로 좁혀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2020년에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하기 위해 가장 처음 부닥치는 것은 법령개정이다. 지난 4월에 총선으로 당선된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5월 30일부터다. 국회 임기가 시작한다고 바로 개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복잡한 정치적 문제를 차치하고 사실 그대로만 얘기하면 지난 20대 국회는 6월 13일에 개원한다. 이는 1994년 이후 가장 빠른 개원이었다. 의장단과 상임위 배분 등의 문제로 시간이 걸린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국회 개원으로 예정되는 6월 중순에 모든 학생들은 등교를 했고, 상당수 고등학교는 중간고사 전후일 것이다.

바꿔 얘기하면 이미 1학기를 절반을 보낸 시점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하기 위해 법적 검토, 전문가 의견 수렴 및 여론조사 등을 거친다면 그 동안 지나간 학기와, 9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문제가 될 것은 자명하다.

설령 개정이 된다고 해도, 다시 시행령 개정, 교육부 및 교육청의 관련 내용 수정 등 손대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9월까지 남은 시점을 생각했을 때 상당히 큰 혼란이 야기될 문제다. 9월 학기가 단순히 6개월을 미루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미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해 다른 토론에서 지적한 바 있으니, 정책과 무관하게 학교 교사로서 현장에서 고민되는 몇 가지 떠오르는 문제점들을 꼽아보자.

첫 번째는 학생들의 활동 내역이다.

이미 원격수업을 통해 수행평가를 진행했거나 세부능력특기사항을 입력한 선생님들이 있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학급 실장, 부실장을 선출하고, 동아리 회장, 부회장을 뽑아 운영도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이 활동들이 부실하다고 해 한 학기를 늦춰 다시 등교한다면, 그동안 진행해온 활동은 어떻게 되는가?

앞선 기록은 무효가 되고 실장, 부실장을 다시 선출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 학생의 지난 실장 기록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그냥 유지된다고 해도 5월부터 8월까지 한 활동 내역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가능한가? 수행평가와 세부능력 특기사항은 어떤가? 이미 진행한 평가는 무효로 하고 새로 진행해야 하는가? 같은 평가를 다시 진행해도 문제가 없는가?

두 번째는 학교 운영 문제다.

2020학년도 예산은 어떻게 회계 처리되어야 하는가? 만일 어느 시점에고 학기가 미뤄지면, 그 때부터 9월까지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야 하는가, 집에 있는가? 계속해서 나오지만 학기로 기록이 안 된다면, 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교사들의 인사발령도 3월이 아니라 9월로 변경되는가? 그렇다면 예비교사들의 임용시험은 어떻게 되는가?

만 19세가 넘어서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인 학생들의 음주/흡연 등 문제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대학 입시 원서를 쓰는 등의 경우에서 이 학생들은 앞으로 학부모 동의서가 필요 없는 성인으로 대우해도 되는 것인가? 

세 번째는 대학문제다.

대학교 역시 초·중·고교에 맞춰 변화되는가? 그렇다면 현재 대학생들의 1학기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초중고는 인위적으로 늦추는 게 가능하다지만 대학교도 가능한가?

2020학년도 1학기는 대학생들에게 있는 학기인가, 없는 학기인가? 이걸 미루면 기존 등록금은 환불하는가?

그대로 인정이 된다면 2021년도 9월에 입학할 21학번 학생들과 2020학년도 3월에 입학한 20학번 학생들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는건가? 1학기 수업이 두 번 열리나? 아니면 거꾸로 듣게 되나?

또한 고3이 문제가 된다지만, 그렇다면 재수생들이 1년 반 동안 학원을 다니며 사교육에 지출할 비용은 괜찮은가?

'2020년 9월 신학년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을 바꾸려면 당연히 바꾸자는 측이 많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이 상태에서 이런 의견들을 검토하고 답을 내리는데 지금 남은 3개월 반은 현저히 부족한 시간이다.

게다가 '2020년 9월 신학년제'를 언급하는 것은, 현재 고3을 위해서도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학을 1주 2주씩 계속해서 미루면서 이미 고3 학생들은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다. 될 듯 안 될 듯 질질 끄는 것을 우리는 희망 고문이라고 부른다.

9월 신학년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논의 끝에 결렬될 가능성도 충분한 상태에서 이 안을 언급하는 것은 고3 학생들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에 불과하다.

고3을 위해서라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대입을 늦추거나 2021학년도 대학 개강을 1개월 늦춰 4월에 시작하는 등의 실질적이고 당장에 이룰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도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고3 학생들을 들쑤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