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수업·원격교육이 열어가는 새로운 교육·학습의 변혁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교육과 학습의 장(場)이 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스승의날 메시지를 통해 “원격수업 시스템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유례없는 전 학년 온라인개학을 이뤄낸 교사들의 능력과 열정을 세계가 기억할 것"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새로이 개척하고 있는 우리의 온라인개학, 원격교육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온라인개학과 원격교육의 과정에서 수많은 교사·교수들이 오프라인 수업보다 더 높은 열정과 더 많은 노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필자 또한 원격대학원 수업을 하고 있기에 더욱 그 어려움을 알고 있다. 특히 초·중·고교 교사들은 대학과 대학원의 수업보다 더 많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노력을 쏟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 교사들이 때로는 비교육적인 언사나 댓글로 또는 불성실한 교육으로 학부모들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이 글에서까지 그 사례를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일부 지역의 학교와 교사들은 그런 논란과 추가 노력 그리고 교육 책임을 피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 학생들의 EBS교육방송 시청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시청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학습 관리를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학교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수업은 이미 아이가 시청한 EBS강의를 돌려보는 식의 수업이 대부분(강원도민일보, 2020.05.17.)”이라는 학부모의 비판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원 원격교육을 포함해 15년 정도 온라인수업을 진행해온 필자가 판단할 때 이번 원격교육은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고, 끝없는 반복수업이 가능하며,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추가로 더 언급하지 않겠다. 

필자는 원격교육과 관련 교사·교수들이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교육과 학습을 변혁시킬 수도 있는 몇 가지를 새롭게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사실은 온라인수업이 곧 전면 공개수업이라는 것이다. 온라인수업은 학생만이 아니라 학부모, 그리고 다른 교사들과 교수들에게까지 자신의 수업이 공개되는 공개수업이다. 지금 학교 교실, 교사 개인만의 수업이라는 블랙박스가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가르치는 수업과 학습지도 행위까지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모두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다. 모든 온라인수업은 공개수업이다.   

둘째, 그래서 온라인수업은 학생만이 아니라, 학부모, 그리고 다른 교사들과 교수들에게까지 비교·평가의 대상이 된다. 블랙박스 안에 감추어져 있던 교사 개인만의 교육과 학습지도가 온라인 원격수업을 계기로 이제 다른 사람의 칭찬과 비판이라는 비교·평가의 대상이 된다.

수업을 녹화해 저장을 해놓는다면 비교와 평가의 증빙자료로 영원히 남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EBS교육방송 시청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것은 교사들의 합법적인 선택지(꼼수?)가 될 수 있겠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위한 교육책임을 다하는 것도 아니고 교육자로서 자긍심을 건 정면승부도 아니다. 

셋째, 학생에 대한 정성평가(과정평가와 학생부 기록)의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 현재 서울과 경기 등 진보교육감들의 교육청에서는 대부분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학생중심의 교육개혁을 위한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중학교까지의 일제고사(중간·기말고사) 폐지와 교사별평가’를 연계하여 전교조 등 교원단체는 교원의 수업권·평가권 강화의 핵심수단으로 함께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는 학생중심 교육개혁이 결코 아니다. 이는 교사중심의 교육·평가권 강화, 즉 교사중심의 교육체제 강화방안일 뿐이다. 설사 크게 양보해 학생중심 교육과정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교사가 ‘학생중심’을 명분으로 교사 개인이, 자기중심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교사의 어떤 수업도 마찬가지로 정당화된다.(재구조화는 필요하지만 모든 재구조화된 교육과정과 수업이 학생중심의 수업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평가와 기록이다. ‘학생중심의 평가와 기록’이라고 하면서 “사실은 학생의 수업 과정과 결과를 ‘교사가 중심이 되어’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기록”(필자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교육부는 원격교육 매뉴얼에서 평가는 오프라인 지필평가를 강조하고 있지만, 40% 수준에 달하는 수행평가(과정평가를 포함한다)와 학생부 기록은 교사의 주관적인 정성평가와 주관적인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학생을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에 대한 정성평가는 그 객관성과 신뢰성이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사의 주관적 정성평가와 주관적 기록이 교원의 수업권과 평가권 강화의 핵심수단으로 강조되면서 학생의 객관적인 역량 성장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본학력의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이기에 작년에 서울시교육청에서 시행하고자 했던 ‘기초학력진단’을 전교조가 끝까지 전면 거부하여 결국 좌초시켰던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결국 ‘기초학력진단’을 포기하였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철저하게 2015개정교육과정이 강조하고 있는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핵심역량 중심의 교육과정 실천을 위한 핵심역량 중심의 수업, 그리고 ‘학생의 객관적인 핵심역량 성장을 확인하는 평가’와, 교사의 주관을 배제한 객관적인 사실 위주의 기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 관건이 바로 ‘학생의 객관적인 핵심역량 성장을 확인하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역량평가’다. 이것을 포기하고 교사의 주관적 정성평가와 주관적인 기록에 의존하면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과 수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결코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과 수업도 될 수 없다. 

넷째, 온라인수업, 원격교육은 학교와 교사의 교육책무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수업을 자신이 녹화하여 탑재하고 있다. 대학교육이기에 EBS교육방송 시청이 불가능하고, 교과목 특수성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케이무크(K-MOOC) 강좌도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초·중·고 교사가 EBS교육방송 시청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으며, 거기에 학습관리까지 소홀하게 하고 있다면 그런 학교와 교사가 대체 필요하기는 한 것일까? 수업의 일부 내용을 온라인 동영상으로 대체하는 것은 필요하고 효과도 높을 수 있다. 하지만 EBS교육방송 시청으로 수업을 전면 대체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교육책임을 다하는 방법이 아니다. 

원격교육이 오히려 학교와 교사의 교육책무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학교와 교사·교수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사·교수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학부모들은 ‘온라인수업, 원격교육을 통한 학교평가, 교사평가’ 방안을 정부와 교육청에 전면 요구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 관리와 학습 지도의 어려움 때문에라도 코로나19 상황이 정상화되어 하루 빨리 등교수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온라인수업, 원격교육을 통해 전혀 어려움 없이 학교에 직접 가지 않고서도 학교평가와 교사의 수업평가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온라인수업, 원격교육을 통한 학교교육 평가, 교사평가 방안 ‘제도화’를 정부와 교육청에 강력하게 요구하여 관철시켜야 한다.

사실 우리의 학교와 교사들은 막대한 국민세금을 지원받으면서도 그에 걸맞은 학생·학부모·국민들의 평가로부터 사실상 자유로웠다. 교사능력계발평가조차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 우리 현실이었다. 이제 이러한 학교교육의 무(無)책무성 현실을 교육책무성이라는 당위로 바꾸어야 한다.   

대구 수성고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이 원하는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 운용하고 있다. (사진=대구 수성고)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이 원하는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 운용하고 있는 학교. (사진=대구 수성고)

여섯째,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 확대를 온라인수업, 원격교육으로 확대할 수 있다. 현재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고교학점제는 현 정부시기의 전면 실시가 이미 포기되었고 현재 시범운영 정도로 그치고 있다. 이것도 역시 전교조의 반대가 주요 원인이다. 전교조는 ‘선택교과목 확대,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 확대가 아니라’ ‘공통필수과목 확대’를 원한다. 철저하게 ‘교사 중심적’이다. 

따라서 2022년으로 예정된 고교학점제 관련 교육과정 개편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고교학점제를 적극 추진하되 개별 고등학교가 해결(개설)해 주지 못하는 교과목은 온라인으로 개설하고 교사는 학습관리와 평가와 기록만 담당하면 될 것이다.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더 나아가 EBS, 사이버고등학교 또는 공신력 있는 온라인교육기관의 교육프로그램의 인증을 통해 고교수준의 학점은행제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는 ‘학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일부 교원단체가 대입에서 수시 학생부중심전형(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을 전면화하고 정시수능전형을 무력화(자격고사화)하려는 것은 사실상 학교를 절대적이고 유일한 교육기관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관점은 ‘평생교육·평생학습과 원격교육의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구시대적인 관점’이다. 필자는 학교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절대성을 비판하려는 것이다. 학교 밖에서도 얼마든지 교육과 학습이 가능하다. 그것도 타당하고 효과적이며 자유로운 교육과 학습도 가능하다.

그렇게 본다면 대입에서 수시 학생부중심전형(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을 전면화하는 것이, 평생교육·평생학습과 원격교육의 관점에서 본다면, 얼마나 보수적이고 반동적이며(변화의 흐름에 대한), 얼마나 교사 중심적인가? 학교 밖 청소년, 검정고시 준비 청소년과 성인들에게는 얼마나 배타적인, 시대착오적인 행태인가? 이제는 학교만이 유일하고 절대적 교육기관이고, 학교교사의 개인적 주관이 평가와 기록의 가장 절대적 기준이라는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세상은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교육의 장(場)인 온라인수업, 원격교육은 우리가 원하거나 원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교육과 학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 급변하는 교육과 학습을 기성세대가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지원 촉진하고 응원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면 이제라도 바꾸어 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바꾸어가려는 노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급변하는 교육과 학습의 흐름·추세에 저항하는 보수적이고 반동적 행태를 학생과 학부모들의 깨침과 적극적 요구로 극복하고 이겨나가야 한다. 

안선회 중부대 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안선회 중부대 대학원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