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과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사진=고유진 학생)

# 5월 20일 아침

[에듀인뉴스] 신학기 첫 등교 개학이 시작되는 오늘, 늘 그랬듯 핸드폰으로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에 참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 셔틀버스 정류장에는 체온 측정을 위해 봉사하는 학부모님께서 학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정상체온임을 확인하고 올라탄 버스가 어느새 학교에 도착하면 학생들은 약간의 간격을 두고 모여 자신의 캐리어가 꺼내지기를 기다린다. 

한 줄로 서서 캐리어를 끌고 중앙문으로 걸어가는 길엔 우리를 환영하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학교 벽엔 플랜카드가 붙어 있었다.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 엘리베이터에 캐리어들을 실어 보내고 계단으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앞, 면학실에는 학생들로 북적북적하다. 엄격한 거리두기가 유지되려면 이러한 활기는 포기해야겠지.

송호고 3학년 12반 교실에는 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높이는 적당한 지, 불편함이 없는 지 등을 시범운영을 통해 확인하고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사진=지성배 기자)
투명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고3 교실.(사진=지성배 기자)

# 5월 20일 1교시

처음으로 마주한 반 친구들이지만 제대로 인사할 틈 없이 앞으로 학교생활에 필요할 살균 소독 티슈, 마스크, 얼굴 가림막, 손 소독제 등이 담긴 봉투를 받고 책상에는 가림판을 놓는다. 

마스크 때문에 옆줄에 있는 친구 얘기조차 잘 들리지 않아 각자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긴 힘들지만 곧이어 이어진 담임선생님의 안내 사항에 귀를 기울인다. 

이동 수업이 많은 탓에 항상 자리에 앉기 전 소독용 티슈로 책상을 닦아야 하고 자율 배식할 때도 일회용 장갑을 껴야 한다고 한다. 

유의할 점을 듣다 보니 문득 ‘하루에 밥은 3번, 이동 수업은 7번 정도 되는데 과연 하루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약 140명 정도 되는 3학년 학생들이 일회용 마스크를 하루에 두 개씩 착용한다고 해도 정말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 

우린 공부하기 위해 환경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 때에는 이런 걱정이 덜 했으니 말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무릎 쓰고 환경을 오염시켜가며 학교에 왔으니 아마 내 최선은 쓰레기 배출은 최소로 거리두기는 최대로 노력하는 것이다.

# 5월 20일 2교시

등교 개학 전 면학 시간에 학생들 간의 거리를 최대화하기 위해 미리 배치한 자리를 닦고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놓는다. 이동이 필요한 친구들은 또 한 번 짐을 옮겨야 하는 수고를 하고 정리가 끝나면 교실에 돌아와 자습한다.

# 5월 20일 3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노트북과 소독용 물티슈를 챙겨 친구들과 함께 수업받는 교실로 이동한다. 물티슈로 책상을 한번 닦고 휴지로 한 번 더 닦은 뒤에야 의자에 앉는다. 

다음 주에 중간고사를 봐야 하기 때문에 수업하고 남은 시간 동안 자습하려고 노트북을 켜는데 메시지가 하나 왔다. 

‘경기, 인천서 고3 등교 첫날 75개교 등교 중지 명령’. 

놀란 나머지 뒤에 앉은 친구에게도 그 기사를 보여주었고, 뉴스는 떠들썩한데 이상하게 학교는 조용한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반장이 허겁지겁 달려와 문을 열며 말했다. 

“긴급상황인데 지금 확진자가 나와서 다시 집에 가야 한데!” 

교실이 있는 층으로 내려오니 친구들은 이미 캐리어를 꺼내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반가운 인사를 한 지 몇 시간 만에 다시 작별인사를 하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 5월 20일 3시간 만에 다시 집으로

학교에서 보낸 시간은 비록 3시간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물리적 거리두기’란 절대로 불가능하다. 부차적으로 소독이나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등은 열심히 하지만 접촉은 불가피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기하고 섣불리 개학해 현재 인천의 많은 학생들은 모의고사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다시 온라인 학교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3일, 5일, 일주일 뒤에 개학한다고 해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선생님들도 수업뿐만 아니라 방역까지 신경 쓰느라 고생하시고, 환경도 고생하고, 학생들도 대학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공포, 소독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개학일까? 대책 하나 없이 그저 일정 변경의 수고를 덜기 위해 교육의 3주체는 이 모든 걸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걸까? 

완벽한 방역이라는 것은 없다. 다시 찾아온 위기를 학생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함께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