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사진=김경희 교사)
(사진=김경희 교사)

[에듀인뉴스] “장학사님, 8절지와 유성매직 준비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어디에 사용하실 계획이세요? 무언가를 적고 나누는 활동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까 해서요. 주거니 받거니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 같기도 하구요. ”

“컨설팅 참석하신 분들의 컨디션과 여러 상황에 따라 시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즉흥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회의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나에게 있어 도구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구가 준비되었을 때에는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다양한 변수들을 도구를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진행에 활력을 준다.

“이 컨설팅은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분도 컨설턴트로 함께 한다면 저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컨설턴트 한 분을 더 모셔 볼까요?”

“예. 그분과 저는 컨설팅 시작 1시간 전에 미리 만날 수 있도록 해주실래요?”

세팅된 도구가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도와준다면 파트너와의 협업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콘텐츠의 질을 높여준다.

모두가 함께 시작할 수 있게 협의회 시작 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간단하게 8절지에 궁금한 점들을 기록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천장이 높은 집에 사는 사람이 낮은 지붕 아래 사는 사람들보다 창의성이 높다는 한 연구 결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8절지를 준비해 본 것이다. 나 또한 작은 종이보다 큰 종이가 주어질 때 생각이 확장되는 듯한 경험을 해서이기도 하다.

한 개의 포스트잇에 하나의 생각을 적어 분류하고 구조화하는 목적이 아닌, 확산적이고 종합적 사고를 끌어내는 데 목적을 두다 보니 취하게 되는 도구가 달라짐을 경험한다.

“종이가 크니 저희는 같은 팀이라 1장의 종이에 의논해서 적어볼게요.”

기대했던 대로 팀 단위로 오신 분들은 팀원들과 상의해서 한 종이에 질문을 적고 싶어 하셨다. 자발적인 팀 협의가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교사들이 김경희 교사에게 남긴 질문.(사진=김경희 교사)
교사들이 김경희 교사에게 남긴 질문.(사진=김경희 교사)

궁금한 점들을 개조식으로 정리하면서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명료하게 찾아가고 계시는 여정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리 모두는 올해 나올 책에 대한 설렘과 함께 약간의 초조함과 두려움도 기꺼이 짊어지고 가야 함을 공유할 수 있었다.

“대화 도중 연결된 추가 질문이 생기신 분은 질문들 사이에 자유롭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선생님들께서 해주신 질문들로 생각의 맵을 그리고 도입 질문부터 부드럽게 시작하여 ‘책 집필 후, 선생님들의 삶에 달라진 부분은?’이라는 울림이 큰 마지막 질문으로 부드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위해서 여러 질문이 서론, 본론, 결론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바로 적용하는 나를 지켜보면서 크고 작은 강의와 워크숍을 통해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에 익숙하게 진행해왔던 컨설팅의 틀을 자발적인 문제의식으로 작게나마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끊임없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픈 내 안의 열망에 감사하게 된다.

컨설팅의 모든 상황이 운이 좋게도 잘 어우러져서 기대했던 대로 부드럽게 마무리되었다. 마음 한켠에 잔잔한 희열과 보람이 느껴졌다. 기분 좋은 느낌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생각들을 가져다주었다.

'도구의 노예'가 아닌 '도구의 주인'이 되다는 것이 아마도 이런 경험이지 않을까?

도구 사용에 따라 시간 관리와 팀 협력 활동을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구나.

컨설턴트의 전문성을 신뢰하면서 컨설팅의 방향성과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들을 적극 수용하고 반영해주시는 장학사의 태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현장 교사들이 바라는 관리자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온전히 수용되는 '책임감'은 마음껏 모험해볼 수 있는 '자율'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자율’을 만끽하기 위해서 자신 있게 자신의 관점을 펼칠 수 있는 '전문성'을 어떻게 갖춰나가야 할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확장된다. 오늘까지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으시던 한 선생님의 질문이 귓가에서 맴돈다.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혹, 선생님 또 책 내실 계획 있으세요?”

책 출판 경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계획해볼 수 있게 만들어버리는 좋은 질문인지라 울림이 큰 듯하다.

“그럼요. 당연하지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김경희 교사가 지난해 출간한 '교사, 자치로 깨어나다' 표지.
김경희 교사가 지난해 출간한 '교사, 자치로 깨어나다' 표지.

먼저, 작년에 출간된 ‘교사, 자치로 깨어나다’ 2000부 중 남은 400여권이 완판되면 2쇄 들어가기 전에 1쇄의 아쉬운 부분을 보충할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 출간된 책 속의 스토리를 디딤돌 삼아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우리들의 배움과 성찰을 담아낸 ‘학생자치, 교사자치’ 스토리를 또 다른 어여쁜 옷을 입혀 내년에 탄생시킬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