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개 이상 전문 분야로 풀어갈 협력 리더십 갖춰야"

[에듀인뉴스] 소프트웨어, 코딩을 넘어 인공지능까지.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응응 기술의 발전이 교육에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이효섭의 Tech 인사이트’를 통해 최신 기술 동향과 역사 간 접점을 찾아 새로운 기술의 개념과 응용 예시를 보다 쉽게 소개한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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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지난 9회에 걸쳐 신화와 전래동화 그리고 역사 속 이야기를 통해 첨단 기술 동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글을 통해 본 연재물을 마무리하며 21세기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게 지혜로운 진로 계획이란 어떠한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작년 5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 우리나라 13세 이상 청소년이 가장 고민한 문제는 직업(30.2%)과 공부(29.6%)라고 한다.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고민의 유형이 분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13~18세에서는 공부(47.3%)와 외모(13.1%)가, 19~24세에서는 직업(45.1%)과 공부(14.9%)가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공부와 직업에 대한 고민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왜 통상 대학 진학 이후의 나이(19세)부터 직업에 대한 고민과 공부에 관한 고민을 따로 하게 되는 것일까?

이는 어쩌면 학교를 다닐 때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공부한 것들이 구직 시 또는 취직 이후에 상당 부분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막상 진학한 학과에 대한 흥미를 꾸준히 유지하여 전공과 연계된 직업을 찾기 어려운 현실 때문일 것이다.

정보의 범람 속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진로와 학업에 관해 깊이 있는 차분한 생각보다는 경쟁을 바탕으로 얻어낸 성적을 바탕으로 특정 학교 또는 학과에 진학만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러나 공부의 유용성에 대한 고민과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진정한 답을 얻으려면 단순히 ‘가능한 상위권 대학의 상위학과에 진학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는 부족하기 쉽다.

현대 교육의 원형은 근대 서구의 계몽주의와 합리주의가 태동한 시기에 설계되어 세계 1, 2차 대전을 거치는 동안 그 원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21세기에 진입한 지금 엄청난 기술 발전의 속도에 발맞춰 교육의 내용, 방식, 목적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변화의 흐름과 이에 대한 세 가지 대응 방안을 정리함으로써 진로와 학업에 대한 고민에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사고의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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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컨텐츠 변화에 대응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


첫째, 교육 콘텐츠가 변화하고 있다.

근대 교육은 미래의 시민들로 성장할 학생들에게 ‘상식’을 가르치고, 고난도의 지식 노동을 통해 생업을 이어가려는 ‘전문가’ 지망생들에게 별도로 심화 전공지식의 숙달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과거에는 학벌과 전문가로서 인증을 받게 되면 그 자체로 상당한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 설정된 ‘상식’과 커리큘럼의 범위는 세계화와 정보화가 온전히 궤도에 오른 2020년에 요구되는 그것과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는 중에 진입하고자 하는 산업 분야의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한다면, 미래에는 ‘전문가’라는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이 활용되는 분야의 기술 및 경영 동향을 파악하는 주기적 ‘업데이트’가 요구될 것이다.

교육 콘텐츠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날마다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맥락 별로 핵심을 파악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 즉 비판적 사고력을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길러 나가야 한다.

대학에 진학 후, 학부 수준에서의 전공 결정이란 앞으로 기본이 되는 사고의 체계 (framework)를 가지고 세상을 볼 시각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고등학교에서는 관심있는 분야의 첨단에서 어떠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사회의 변화와 동향이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 무엇을 시사하는 지 스스로 고민해보는 연습을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점수가 높은 학과에 진학하는 것보다 내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고유한 시각을 즐겁게 개발할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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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방식의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


둘째는 교육 방식의 변화이다.

근대 교육 환경은 언어와 통신 장벽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형식을 갖춰 지식을 전수하는 공장형 교육을 보급하였다. 학생들은 지식을 암기하고 정형화된 시험을 통해 교육 결과를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 적인 교육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판데믹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일상을 보더라도 교육의 비대칭성과 정형성이 크게 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는 해체되어가고 있다.

언어의 장벽이 실시간으로 무너져가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의 깊이, 또는 우수한 교육 컨텐츠를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와 세계 명문대학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온라인 학위 및 비학위 과정을 보면, 언제 어디서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암기하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의 양보다 그 질과 깊이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교육 방식의 변화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틀에 박혀 있는 학습 방법을 고집하기 보다는 나만의 학습 방법의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잘 들인 사람이 더 많은 운동량을 소화해내기 쉬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몸의 유연성을 기르듯 공부의 유연성을 길러내면 방대한 양의 정보의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서는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의 공부 방법을 찾고, 매일 규칙적인 학습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대학 진학 시에는 즐겁게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해야 하고, 다변화되고 효율적인 학습 채널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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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목표의 변화에 대응하는 협력적 경쟁의 자세"


마지막으로 교육의 목표가 변하고 있다.

근대 교육은 장래에 교양 있고 준법정신을 갖춘 엘리트 시민들을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양성하는 것을 추구하였다. 이렇게 양성된 시민들은 사회의 생산성과 경제 발전을 담당하는 중산층이 되었고,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오늘날 교육의 목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한편, 다양한 개인의 역량과 개성에 따라 인적 자원을 사회 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지적 노동을 상당 부분 보완하거나 심지어 대체하게 될 미래에는 창의력의 원동력이 되는 영감을 위한 공부가 중요해질 것이다.

교육 목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협력적 경쟁의 자세를 갖춰 나가야 한다. 새롭게 등장한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나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소통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대학교 진학한 후에는 최소한 2개 분야의 심도 있는 전공 지식을 조합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해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 특히, 한 과목은 순수학문을 다른 하나는 응용학문을 공부한다면 보다 폭넓은 지식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학부에서 공부하는 전공은 앞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의 체계를 결정하게 된다. 이를테면, 철학과 경제학을 조합한다면 경제 정책과 그 사상적 배경과 논리에 대한 고유하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갖출 수 있다.

또는, 생물학과 법학을 조합하여 생명윤리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갖추는 한편, 사회적 규범이 사회라는 생태계와 어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지에 대해 자신만의 시각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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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공부 "나만의 이야기 풀어갈 2개 이상 전문 분야 갖춰야"


첨단 기술이 인간의 지식 노동과 생산성을 대체하는 4차 산업 혁명은 이미 상당 부분 실현되었으며, 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이 중요하다.

앞으로 조직은 더 유연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집약적이고, 더 다양해져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며, 개인은 전문 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정통하며, 통찰력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데 약 7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제 기대 수명이 100년 정도 된다고 하니, 20세에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면, 무려 10개 분야의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란 그 분야의 다양한 변수와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관련 데이터의 경중을 분별하여, 데이터가 없는 부분을 ‘그럴 것이다’라고 채워 넣을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전문지식체계를 활용한 날카로운 분석력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소거하는 안목, 즉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상도를 높여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적인 힘으로 이어진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 중이던 시대에는 더 희소한 지식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상위권 대학의 상위권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는 입시 위주의 공부가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한 지금,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storytelling) 능력, 2개 이상의 전문분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량, 그리고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과의 협력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는 학습과 진로 전략이 필요하다.

#이효섭의 Tech 인사이트는 10회를 끝으로 마감합니다. 그간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효섭 HEC Paris MBA/Sciences Po 정책학석사(Digital, New Technology and Public Policy) 복수학위 과정=고려대 법학과/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효섭 씨는 전 국방부 국제정책관실 통역장교,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KF-X 및 APT 사업 계약협상 담당과장을 지냈으며 Palantir Technologies 런던사무소 근무 예정이다.

"억지로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대학원도 왔지만, 공부하는 재미를 이제서야 깨우친 아저씨입니다. 한번에 읽히는 글, 진실이 담긴 글, 겸손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