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쿨 원격연수 '학생부를 디자인하라' 오픈 박용성 여수 충무고 교사
학종 기재 '요령'에 매달리면 안 돼..."쓸거리 풍부한 학교생활 만들어야"

[에듀인뉴스-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 공동기획] 교사들의 배움 나눔이 교육현장에서 활발히 진행중이다. 과거, 연수(硏修)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딱딱하고 형식적인 강의를 넘어 교육현장에서 자신이 갈고 닦은 사례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에듀인뉴스는 티스쿨원격교육연수원과 함께 연수 프로그램을 개설자 소개 기획을 마련,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한 발 짝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미지=티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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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은 허용과 금지 사항만 나열, ‘어떻게’에만 머물러 있다. 쓸 만한 게 없는데 쓰는 방법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것과 다름 없다. 쓸거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나서 고민해야하는 것이 기재요령이어야 한다.”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학교 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를 주제로 연수를 오픈한 박용성 여수 충무고 교사는 “학종이 셀프학생부, 조작학생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쓸 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이 전제되어야 학종이 여러 오명에서 벗어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

박 교사는 “혁신이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이고 곱하기가 아니라 나누기”라며 “혁신의 출발은 학생들의 짐을 덜어 주는 것, 그래도 학생들이 힘들어 하면 어른들이 나누어지는 것이다. 교실수업을 혁신하고 학생자치를 혁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부에 적을 것이 없다는 하소연에 특수 상황에 맞춰 한정적으로 대입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그는 어떤 생각일까.

박 교사는 “대입은 4년 예고제에 따라야 하기에 임시방편으로 고칠 수는 없다”면서도 “안정적 환경에서 자신의 성장이 기록된 학생부를 가지고 응시하는 ‘재수생’과, 전혀 그렇지 못한 ‘재학생’ 간 형평성 문제는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촌놈들도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박용성 교사는 “학종이 입시의 중심이 되면서 학교현장은 다시 희망을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박 교사가 ‘학교 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라는 책을 낸 이유와 연수 개설, 그가 생각하는 학교와 교실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박용성 교사와의 일문일답.

박용성 여수 충무고 교사는 학교 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박용성 여수 충무고 교사는 '학교 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를 주제로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연수를 오픈했다.(사진=티스쿨)

▲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1984년에 교단에 발을 디뎠다. 올해 8월 정년을 앞두고, ‘지난 37년’을 반성하고 있다. 평소 강의를 다닐 때에는 “국어를 가르치며 책을 쓰고 사는 대한민국 교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해 왔는데, 요즘은 그것도 정말 민망하다. 그 민망함을 가리느라고 이런 일 저런 일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학교 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를 주제로 연수를 오픈했다. 교사 연수에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어느 대학은 학종에서 면접도 보지 않고 학생부 하나만을 평가하여 신입생을 선발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교사들의 학생부 기재 내용을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학종이다.

학종은 교사들이 적어 주는 ‘대리 시험’인 셈이다. 학종의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교사들은 정말로 학생부를 제대로 잘 쓰고 싶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기재요령’이라는 책자에 ‘허용과 금지 사항’만 나열해 놓고 있다. ‘어떻게’에만 머물러 있다. 이렇게 하면 잘 쓰고 저렇게 하면 잘 쓴다는 ‘기재요령’에만 매달려 왔다는 말이다.

하지만 쓸 만한 게 없는데 잘 쓰는 방법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리 힘을 써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으니, 학생부를 둘러싸고 ‘셀프학생부’니 ‘조작학생부’니 하는 험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였다.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쓸거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나서, 그 다음에 고민해야 하는 것이 ‘기재요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생활’을 제대로 디자인하고 나서, 그 다음에 고민해야 하는 것이 ‘학교생활기록부’ 디자인이라는 말이다.

현장에서 실천하면서 내린 이 결론을 전달하고 싶어 책을 만들었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연수까지 하게 되었다.

(이미지=티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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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 곱하기가 아니라 나누기다


▲왜 선생님의 연수를 들어야 하나. 연수를 듣는 교사들에게 당부한다면.

어떤 분이 그러더라. 우리나라 교육은 우리나라 아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히는 것이라고.

불고기를 먹어 배부른 아이에게 현미밥 좋다며 그걸 더 먹으라고 하고, 앉아서 천천히 먹는 아이에게 뛰면서 재빨리 먹으라고 한다.

앞엣 것을 학자들은 ‘교육내용’이라고 하고 뒤엣 것을 ‘교육방법’이라고 하며, 이 둘을 묶어 ‘교육과정’, 커리큘럼이라고 한다고 한다.

청소년들 죽음의 1원인이 자살이고, 자살의 1원인이 학교문제다. 흔히들 ‘교육혁신’이 우리 시대의 교육지표라고 하는데, 그렇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혁신(革新)이란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한다는 의미다. 날가죽에서 털과 기름을 빼서 부드럽게 하는 것을 ‘무두질’이라고 하는데, 혁신이란 바로 날가죽[피(皮)]을 무두질한 가죽[혁(革)]으로 아주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혁신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이고, 곱하기가 아니라 나누기라는 말이다.

학생들의 짐을 덜어 주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고, 그래도 학생들이 힘겨워 하면 그 짐을 어른들이 나누어지는 것이 혁신의 완성이다.

본 연수는 그런 의미에서 입시교육의 혁신방안이 담겨 있다. 아이들과 함께 ‘더 즐겁게’, ‘덜 힘겹게’ 대학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길을, 현장체험을 통해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말이다.

▲ 연수의 주 내용은 무엇인가. 연수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것을 소개한다면.

교육혁신이다. 교실수업을 혁신하고, 학생자치를 혁신하는 내용이다.

우선 교실수업을 확 바꾸자는 것이다. 학교가 앞장서서 교사중심수업에서 학생중심수업으로 수업방식을 바꾸고, 그러면서 결과중심의 평가에서 과정중심의 평가로 수행평가의 방식을 바꾸면, 학생부에서 가장 중요한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차고 넘치게 된다.

교육부도 이미 ‘학생중심의 교실수업 개선’과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 방법을 너절한 이론 없이, 현장에 맞게 정리해 주는 게 연수의 핵심이다.

다음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의 네 영역인 자율·동아리·봉사·진로 활동에서 학생들이 자치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북돋아 주자는 것이다.

때로는 되지도 않은 소리로 떠들더라도 그러니까 학생이려니 하고 기다려 주는 넓은 품이 학교여야 한다는 말이다.

학생들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대접하고, 그들에게 자유롭게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활동하는 공간을 마련해 주면, ‘학생부의 꽃’이라고 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은 그들의 빛나는 삶으로 가득 채워지게 된다. 그 길을 소상하게 안내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하고 수능 확대?..."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는 것"


▲ 현행 학교생활기록부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학생들의 ‘성적’과 ‘성장’이 담겨 있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학생선발의 기능이 매우 강하다.

교과학습활동의 ‘성적기재’란에 있는 성적(成績)이 ‘학생부교과전형’의 선발근거가 되고, 교과학습활동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과 ‘창의적 체험활동’란에 기록되어 있는 성장(成長)이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근거가 되고 있다.

문제되는 것은 정량평가에 의해 기록되는 성적이 아니라, 바로 정성평가에 의해 기록되는 성장에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등을 발표했는데, 골자는 이렇다.

학종과 논술위주전형으로 쏠림이 있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대해 수능위주전형으로 40% 이상 선발하도록 한 것이 첫째이고, 정규교육과정이 아닌 비교과활동은 대입에서 폐지하는 것이 둘째이다.

정규교육과정 위주로 학생의 ‘성장’을 기록하겠다는 이 둘째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공정성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첫째에 있다.

학생의 성적뿐만 아니라 성장에도 깊은 관심을 갖겠다는 것이 고교학점제인데, 바로 고교학점제를 교육혁신의 근간으로 추진해 온 정부가 수능위주전형을 강화한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누구의 표현처럼 ‘좌회전 깜빡이를 켜 놓고 우회전을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혁신이 더하기가 아닌 빼기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아니 학생들에게 지워진 짐을 덜어 주는 것이 혁신교육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이건 정말 아니다.

학생들에게 들어보라. 수험생들에게 철인 3종경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하소연이다.

우리나라가 OECD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지=티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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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도 학생부 충실하게...온라인으로 학생중심 프로젝트수업 기초 준비, 등교수업과 동시에 발표수업 진행


▲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길 것이 없다며 이런 상황을 반영한 한정적인 대입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온라인 개학은 학생부에 어떤 문제를 가져오나. 선생님은 이번 학기 아이들의 학생부 기록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얼만 전 교육부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연계 운영을 통한, 등교 이후 수업활동내용 학생부 기재”를 허용한다는 지침을 일선에 보냈다.

비대면 원격수업도 학생부에 적을 수 있도록 한 이 조치는 매우 현명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도 ‘비대면, 비접촉’을 강요하는 마당에서 무엇을 적을 것인가 고민이 크다.

성적이야 골방에서 혼자 해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 등의 평가요소를 따져보는 성장은 골방이 아닌 광장의 가치를 중요시하는데, 정말 걱정이 크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길 것이 없다며 이런 상황을 반영한 한정적인 대입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입시를 임시방편으로 고칠 수는 없다. 대학입시는 ‘4년 예고제’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정적 환경에서 자신의 성장이 기록된 학생부를 가지고 응시하는 ‘재수생’과, 전혀 그렇지 못한 ‘재학생’ 간의 형평성 문제는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이번이 학생부를 기록하는 마지막 학기라 정말 잘 하고 싶다. 이를 위해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온라인을 통해 학생중심 프로젝트 수업을 위한 기초 준비를 마쳤고, 개학하자마자 학생들의 발표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학기와 달리 모둠별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상 문제가 어려운 숙제다. 고3이라서 수능 최저학력도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과 논의하면 최적의 길이 열릴 것으로 믿고 있다. 늘 해답은 학생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 정시 확대 정책으로 인해 2022학년도부터는 실질적으로 50%가 넘어갈 것이라고 한다. 입시제도에서 수·정시 문제,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나. 대학의 자율로 하자는 의견을 계속 나오는데.

교육정책은 고시를 합격한 교육부 공무원이 결정하고, 교육내용은 교실과 동떨어져 있는 대학 교수가 결정한다는 말을 들었다.

해방된 지 50년을 훌쩍 넘긴 오늘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물어야 한다. 학생들을 살리는 쪽,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는 쪽으로 일대변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정시가 왜 문제가 많다고들 하였나? 영점 몇의 차이로 서열을 나누고 등급을 가르는 학교교육으로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욱 본질적인 것은 ‘이런 공부 더 못 하겠다’는 수포자, 학포자가 대거 나왔기 때문이었다.

일선은 정말 심각하다. 하지만 수시도 준비하고 정시도 준비해야 하는 그런 끔찍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정시위주가 낫다. 그게 학생들을 덜 죽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자율’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저간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무작정 대학에 맡기는 것은 절대 반대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우리나라에 와서 어떻게 뒤틀렸는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정답이 없는 철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바칼로레아가, 우리나라 입시논술에서는 더욱 정교한 정답을 요구하는 형태로 왜곡되면서 학교교육을 얼마나 파행으로 몰고 갔는가.

따라서 ‘공공재’라는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학 자율로 가는 것이 옳다.

예컨대, 서울대학교의 지역균형선발제도가 나왔을 때 얼마나 반대가 심했나?

하지만 이 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는 2017년 가을학기에 흑인·히스패닉·아시아 퍼시픽·인디언 등 소수인종 비율이 과반을 넘어섰는데, 이것이 미국을 지키는 힘이다.

박용성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입시의 중심이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다시 희망을 찾게 되었다"며 "촌놈들도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사진=티스쿨)
박용성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입시의 중심이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다시 희망을 찾게 되었다"며 "촌놈들도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사진=티스쿨)

▲ 박용성 교사가 그리는 교실,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 그 속에서 아이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오랫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수능은 참으로 넘기 힘든 벽이라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그렇게 3년 동안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쥐어짜도, 매년 수능성적통지일이면 억장이 무너진다. 학교 전체에서 모든 영역 1등급은 한 명 나올까 말까 하기 때문이다.

어느 해는 수학이 발목을 잡고 어느 해는 국어가 발목을 잡고아 시골에서 교사 노릇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웠다.

수능 1점을 더 맞으려면 20시간을 완전 학습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그날이 되면 그 말이 실감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입시의 중심이 되면서 학교현장에서는 다시 희망을 찾게 되었다. 교사가 조금만 힘을 보태면 시골학교에서도 하면 되는구나 하는 그런 희망을 보았다.

학종을 통해 아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학교도 가고, 그러면서도 사람답게 쑥쑥 자란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교사의 희열이었다.

나는 무슨 교육이론가도 아니고 교육학자도 아닌 평범한 시골교사다. 오죽했으면, 그런 사람이 아이들과 땀 흘리며 겪은 것을 세상을 향해 말하고 있겠는가?

하다가 좌절하여 몇 번이나 병원에 몸을 눕히기도 하였지만, 그러면서 이제 그만둘까 몇 번이나 주저앉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선 것은 ‘먼저 보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촌놈들도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세상’이다.


실용과 결합하지 않은 진보가 허상이듯, 입시지도와 결합하지 못하는 혁신교육은 허구


▲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실용과 결합하지 않은 진보가 허상이듯, 입시지도와 결합하지 못하는 혁신교육은 허구다.

수학능력시험이 학교를 장악하고 있던 시절에는 혹시 몰라도, 학생부종합전형이 새로운 교육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는 이 시절에, 아직도 ‘혁신학교’를 “입시위주의 획일화된 교육 체계에서 탈피해 주도적이고 창의적 학습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새로운 학교형태”라고 규정하는 것은 태만이다.

이 땅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밖에서는 혁신을 주창하고 전인교육을 역설하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 아이에게 성적만을 강조한다면, 그것은 끔찍한 기만이다.

이번 연수는 완전하지도 않고, 완전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허점투성이다. 하지만 그 허점은 늘 아이들이 채워 주었고 동료교사들이 메워 주었다.

그러면서 이 방법으로 아이들은 가고 싶은 대학을 갔고, 이 방법으로 아이들은 세상을 멋지게 열어젖히는 길을 찾았으며, 이 방법으로 아이들은 친구들과 더불어 세상 사는 것도 참 멋있겠구나 하는 꿈을 지니게 되었다.

교사인 나도 ‘인간의 얼굴을 하는 입시지도’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소박한 희망을 깊이 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한마디다. “선생님, 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