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스쿨 특성 파악해보니...온라인 플랫폼 활용 오프라인 대학
우리는? "오프라인 중심 온라인 플랫폼 활용 스말로그 스쿨 만들어야"

미네르바스쿨 홈페이지 캡처.
미네르바스쿨 홈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 코로나19로 대학이 모두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면서 ‘미네르바 스쿨’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미네르바 스쿨은 온라인(사이버) 대학인가? 기존 온라인 대학과 차이는? 오프라인 대학의 특성도 가지고 있는데 그럼 오프라인 대학이라고 해야 할까?와 같은 어리석은 질문이 떠올랐다.

미네르바 스쿨은 대면 강의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온라인(사이버) 대학과 유사하다. 교수와 학생은 직접 만나지 않는다. 교수들은 대부분 미국에 그대로 거주하면서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강의는 자체 개발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 ‘포럼’을 통해 진행한다. 모든 강의는 학생 20명 이하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각 학생들의 토론 참여 정도에 따라 학생 아이콘 색깔이 바뀌기 때문에 교수는 참여가 적은 학생이 참여하도록 추가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게 되어 있다.

모든 강의는 녹화가 되고, 교수는 강의 영상을 돌려보며 지속적으로 일대일 피드백을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반 온라인(사이버)대학과 달리 학생들은 배운 것을 토대로 오프라인 상에서 동급생들과 함께 현장에 적용하고 경험하며 배운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성장해간다는 점에서는 오프라인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모인 학생들은 그룹을 형성해 과제를 수행하며 학업을 이어간다.(사진=미네르바 스쿨 홍보 영상 캡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모인 학생들은 그룹을 형성해 과제를 수행하며 학업을 이어간다.(사진=미네르바 스쿨 홍보 영상 캡처)

1학년 샌프란시스코, 2학년 서울·하이데라바드(인도), 3학년 베를린·부에노스아이레스, 4학년 런던·타이베이로 이동하며 학교와 연계된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각 도시에는 학생들 도착 전에 관련 기업 및 행정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생들이 도착하면 해당 기관에 연결시키며 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돕는 현지 담당자가 있다.

미네르바 학생들은 오프라인 상에서 수업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다양한 경험과 창업을 준비하는 데, 그리고 세계 기업인이나 리더들과 네트워킹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처럼 수업만 온라인으로 진행할 뿐, 대학이 밀도 깊은 체험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점에서는 일반 대학보다도 더 오프라인적 특성이 강함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이 세계 각국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학습에서도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및 교수와의 밀도 있는 소통을 유지하도록 하려고 보니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최적이어서 직접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대학의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는 데 온라인 강의 및 학생 지도 플랫폼이 더 나아서 그 방법을 택한 것이지 온라인 강의를 활용이 이 대학을 만든 1차적 목적은 아니었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해진 캠퍼스나 강의실 그리고 도서관 등의 부속 시설이 없기에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기존 오프라인 대학과 다르다.

하지만 동급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성장하며, 동아리활동 등 오프라인 대학만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일반 오프라인 대학생들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급생들과 밀도 깊은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진로 고민 등을 도와주는 상담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숙사는 각국의 정치·경제·문화 핵심 도시 그리고 해당 도시 내에서도 핵심 지역에 위치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모 기업이 무료로 수련시설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도심이 아니어서 거절하고 홍대 입구, 종로, 강남 등 핵심 지역을 대상으로 물색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보통은 한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기숙사로 사용한다. 기숙사는 반드시 주방시설을 갖춘 곳으로 선택해 학생들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일상 생활 적응력을 길러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첫 해에는 학생들이 애를 먹지만 잘 적응해 지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기숙사에는 우리 식 사감이 있고, 학생들이 해당 도시를 만끽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주말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운영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온라인대학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기존 온라인 대학과 오프라인 상에서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배운 것을 직접 적용하고 경험하며 성장해가도록 하는 오프라인 대학의 특성을 융합시킨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학이다.

일반인들이 믿는 것과 달리 일반 오프라인 대학보다 훨씬 더 오프라인적 특성이 강한 대학이라는 뜻이다.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수와 소통하며 지도를 받고, 동급생들과 함께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 학습하고 성장해간다는 점에서 볼 때, 미네르바 스쿨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활용하는 캠퍼스 없는 오프라인 대학’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네르바 스쿨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 ‘포럼’을 사용하고자 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400명의 학생이 동시에 플랫폼에 접속해 토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지금까지는 이 플랫폼을 사용하고자 하면 교수가 한달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비는 1인당 500만원 정도이다. 그리고 이 플랫폼을 활용하여 강의를 할 때 학생 1인당 일정 사용료를 부과한다. 소수일 경우에는 학생 1인당 금액이 커진다.

교수와 학생이 아예 대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 플랫폼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캠퍼스와 시설도 갖추고 있고, 교수와 학생이 오프라인 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상황일 경우에는 미네르바 스쿨과 그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직접 등교하기 어려운 해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혹은 세계에서 한국 대학의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네르바 플랫폼과 운영 체제를 도입·활용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초중등 교육 방향과 관련해 미네르바 스쿨 모델에서 따올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 초중등학교를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면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말로그(스마트와 아날로그 합성어) 스쿨로 만드는 것이다.

오후에는 가능하면 교사 지도 하에 다양한 센터(지역사회)에 가서 직접 경험하고 적용하는 프로그램을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송현(2010.05.11.). 미네르바스쿨 “올해 첫 졸업생 진로, 아이비리그보다 성과". CHOSUNBIZ.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9/2019050901277.html

이지현(2015.10.04.). “캠퍼스 없는 혁신대학, ‘미네르바스쿨’을 아시나요?”BLOTER.

http://www.bloter.net/archives/239571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