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누구인가

41조 연수 폐지, 개선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교장의 주임무는 학생교육

[에듀인뉴스] 청와대 게시판에 “교육 공무원 <41조 연수> 폐지를 청원합니다.”(2018년)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6만명 이상이 서명하는 등 교육계가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미국처럼 방학 때 교사에게 월급을 주지말자는 뜻이다. 교육공무원 41조 연수는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 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다. 

방학 중에 교사가 재택근무를 하거나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이다. 굳이 교사 편을 들지 않더라도 여기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우선 미국은 교사월급이 없다. 연봉계약제이기 때문이다. 교직에 입문한 후 5년 정도는 정말 방학 중 급여분을 빼는 지역이 있지만, 5년이 경과하여 마스터 티처(정교사)가 되면 12개월 모두 포함하여 생활할 수 있는 연봉이 책정된다. 

미국에서 5년이하 경력의 교사 이직률은 50% 가까울 정도로 급여나 대우가 열악하다. 이 기간은 사실상 인턴기간이다. 

한국에서 교사가 방학 중 쉬는 것은 교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을 위해서다. 학생이 등교하지 않는 교실을 지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 기간에 재택근무와 연찬의 기회를 덤으로 얻는 것뿐이다. 

교사는 방학 중 쉬는 대가로 방학이 아닌 봄가을의 아름다운 날씨에 회사원들처럼 휴가를 내기 어렵다. 법적으로 연가가 보장되지만 학생이 쉬지 않는데 교사가 휴가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새삼 교사는 누구인가를 물을 필요가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교원의 임무에서는 ①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②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직무를 대행한다 ③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연구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④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로 정하고 있다. 

서로 간의 직무를 수평적으로 나열하였고, 이들 공통의 직무로서 ‘학생을 교육한다’로 못 박아 교장, 교감, 교사의 주 직무가 교수학습임을 분명히 정하고 있다. 

즉 교장은 “학생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무를 통할하고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는 것이다. 주 임무가 학생교육이다. 또한 ⑤행정직원등 직원은 법령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기타의 사무를 담당한다로 정하고 있다. 

법은 교원과 직원의 직무를 명백히 구분하여 분리시키고 있다. 이는 교원의 우선 존재 가치가 공통적으로 교수학습임을 전제한 법 정신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법에서 학교장에게 그 직무로서 학교의 경영권과 교원의 인사권, 징계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국의 초중고는 공·사립을 막론하고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고, 둘째 공영의 의미가 있는 공․사립학교의 운영에서 교장직은 별도의 양성과정을 통해 양성한 것이 아니며, 셋째, 교원은 스승이라는 교직의 성직관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교사, 교감, 교장의 자격을 보직으로 운용하지 않고, 일제(日帝)의 잔재에 따라 별도의 자격증제를 두어 상호간 칸막이를 한 것은 상당한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교감 직위는 원래 없다가 1961년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 이후 부활되었다. 부장교사도 본래 없다가 군사정권 때 교사의 승진욕구를 위해 신설되었다. 

교감, 교장 자격증을 따기 위한 교사들의 승진경쟁과 계급간 특혜로 인해 교원이 갖는 고유의 법률적 직무인 ‘가르치는 일’마저 흔들리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출처=참쌤스쿨)

교사를 망가뜨리는 사무분장  

법률상 교사의 자격과 직무를 이원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그 직무의 우선 원칙을 ‘학생교육’으로 고정시킨 것은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이고, 이를 위해 행정사무와 기타사무보다는 ‘학생교육’을 고유의 임무로 여기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하위의 시행령, 검정령, 시행규칙을 통해 교원의 자격과 직위의 개념을 하나의 개념으로 혼합하여 오․남용하였고, 학생교육을 최고의 직무로 정한 법률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그 결과 공통의 병렬적인 직위의 개념인 ‘학생교육’은 증발하고 승진상 자격에 따라 통할, 지도․감독, 관리 등으로 운용되어야 할 사무행정 업무가 교장, 교감의 주요한 직위․자격상의 직무로 자리 잡고, 나아가 교장이 교직원의 사무분장을 하도록 권한이 주어지면서 법률에서 분리시킨 학생교육과 사무행정의 원리가 훼손당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했다.
 
교육부, 교육청은 학교장으로 하여금 사문화된지 오래인 대통령령 사무관리규정 제5조(행정직 사무의 분장)에 준거하여 교사들에게 사무분장을 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동규정은 “각 처리과의 장은 사무의 능률적 처리와 책임소재의 명확성을 기하기 위하여 소관사무를 단위업무별로 분장하되 소속공무원간의 업무량이 균형되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사무관리규정 시행규칙 제18조(기안등의 표시) 제2항에서는 “처리과의 업무 분장 상 수개의 단위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소관업무를 분담하고 있는 자가 기안한 때에는 총괄책임자의 검토를 거쳐야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교사에게 적용한 것은 자다가 봉창 뜯을 일이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학교장들은 이 규정을 준용하여 교사에게 본연의 임무인 학생교육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과도한 행정업무를 부과하고 있다(교육부가 시킨 것이라서 교장도 억울한 일이다). 

그 사이에서 마찰이 빚어지면 교장은 교사를 ‘교원품위유지 위반’으로 걸어서 징계를 남발한다. 사무분장이 과도하여 못 받겠다는 교사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교사가 사무분장이 부당하여 거부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직무유기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에게 겸직발령 없이 사무분장을 부여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 제20조 위반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교사 사무분장은 범법행위라고 규정해도 무리가 없다. 교수의 직무는 고등교육법 제15조에서 수업과 평가만 적시하여 사무행정을 맡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 학생교육에 전념하기 위해 교사도 대학교수와 동등하게 사무분장을 금지시켜야 한다.

교육부는 어린 학생을 교육하는 초중고 교사에게 ‘겸직’에 해당하는 행정업무(사무분장)를 불법적으로 부과하고 조장하는 역할을 앞장서서 자행하고, 사실상 그 업무로 근평의 우열을 가리도록 방조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태도는 교육의 불신을 자아내게 한다. 학교장의 직무를 교사에게 떠넘기는 이러한 겸직 부과 행위는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포괄적 위임 금지에 해당한다. 

아마 청와대 신임 박경미 교육비서관도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교사의 사무분장 폐지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것으로 생각된다. 그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상기시키고 싶다.

무너진 교실을 다시 일으키고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겠습니다. 모든 교육은 교실에서 시작됩니다. 교실혁명으로 교육혁명을 시작하겠습니다.(대통령 후보 문재인)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