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 법제화 논란 ②교사는 정말 이기적인 걸까

[에듀인뉴스] ‘거침없이 교육’은 ‘나’의 입장에서 본 ‘교육’을 ‘거침없이’ 쓸 예정이다. 글은 자기중심적이고 편파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글 중에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은 글이 얼마나 될까? 객관적인 척 포장할 뿐이다. 차라리 나의 편파성을 공개하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잘 될까 모르겠다. 다루는 내용은, 교육과 관련된 거라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비판적 시각에서 쓴 교육 제도, 교육 정책, 교육 담론, 교실 이야기 등에 나의 편파성을 실어 나르리라.

[에듀인뉴스] 지난 글에서는 ‘정치하는 엄마들’과 ‘민주노총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의 무례함, 혹은 잘못된 소통방식을 비판하고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 법제화 논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다뤄보고 내 생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진출처=https://blog.naver.com/jmj820920/220820216868)
(사진출처=https://blog.naver.com/jmj820920/220820216868)

방과후학교는 공교육인가


나는 초등학교 교사다. 따라서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 법제화에 대해 회의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교원단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고, 또 방과후학교나 돌봄 관련 단체의 의견에 귀 기울일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방과후학교 공교육 논란이다. 미리 얘기하자면 나는, 방과후학교가 넓게 보면 공교육에 속한다고 보는 편이다.

일부 교사 및 교원단체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고, 사교육업자들이 학교에 들어와 장소임대료나 시설사용료도 거의 내지 않고 공짜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장사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거, 돈을 받고 가르치니 더 그런 인식이 퍼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수강료를 받고 수업을 한다고 해서 단순 사교육업자로 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도 고교 1학년과(고교 2, 3학년은 의무교육으로 바뀌어 등록금이 없다) 일부 특목고 등 사립학교에는 꽤 많은 금액의 등록금을 지급하고 교육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런 교육을 사교육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 임대료 및 시설사용료를 내지 않고 교육하는 것은, 역으로 공교육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방과후학교가 일반 사교육과 다른 점은, 그 운영 주체가 어쨌든 학교와 같은 공공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학교 안에 들여놓을지, 어떤 강사를 뽑을지 등을 사교육 업체가 정하지 않고 학교에서 정한다. 나름의 교육적 방향성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두산백과에서는 ‘공교육’에 대한 정의를 ‘훌륭한 국민을 육성한다는 공공적인 목적을 위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 운영하는 학교 교육 또는 이에 준하는 학교 교육’이라고 요약해 놓고 있다.

정식 ‘학교 교육’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에 준하는 학교 교육’에 방과후학교가 포함된다고 할 순 있겠다.

중요한 것은 ‘공공적인 목적’이다. 방과후학교가 ‘공공적인 목적’에 의해 운영되는가? 비록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욱여넣다시피 학교에 들어왔지만, 방과후학교의 운영목적은 사교육 경감과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 특기 함양 및 돌봄에 있었다.

어쨌든 방과후학교는 시대 흐름을 타고 ‘공공적인 목적’으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이 이 의견에 쉬이 동의하진 않겠지만, 법제화 찬성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굳이 방과후학교 자체를, 학원과 같은 사교육업자들을 위한 수익사업이라는 식의 과한 비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도봉리포트 캡처)
(사진=도봉리포트 캡처)

방과후학교, 학교가? 지자체가?..."역량 되는 곳이면 어디든 가능"


그렇다면 방과후학교를 꼭 학교가 맡아야 할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역량이 된다면 지자체가 맡아서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교원단체가 주장하듯, 학교는 장소를 빌려주는 데 협조하고 지자체가 전체 관리를 하는 방식이다.

유독 이 문제에 있어, 민주노총 방과후강사지부 측에서는 ‘외주화’와 연결 짓는다. 사실 일부 학교에서는 방과후학교를 ‘업체위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학교가 직접 관리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대신, 프로그램의 질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업체도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기에 수수료를 떼야 하고 그 수수료는 강사 또는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가 하면, 강사들도 공정한 절차 없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선정할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실제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어 왔다. 학교의 방과후학교 ‘업체위탁’은 사실 아쉬운 부분이고, 학교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학교에서 ‘업체위탁’을 하게 된 저간의 사정은 이해되었으면 좋겠다. 학교가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면서 힘이 빠질 만큼 빠진 것이다.

그런데 어쨌든, 민간에게 맡기는 업체위탁과 지자체 이관은 다른 차원이다. 지자체도 공공의 영역인데, 그걸 어찌 민간업자에게 맡기는 업체위탁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은 ‘에듀인뉴스’에 기고한 <[위기의 방과후학교] ④덴마크 따라 갔는데, '가짜' 덴마크만 들여왔다>에서 “수수료가 없고 갑질이 조금 덜하다는 점에서 민간업체 위탁보다는 나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용이 불안하고 처우가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며 “학교-구청-강사가 맺는 3자간 계약 방식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사고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약자인 강사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서울의 몇몇 사례를 기준으로 말한 것일 뿐, 앞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고용이 불안하고 처우가 좋지 않은 것은 현재도 마찬가지며(안타까운 일이며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해야 한다. 다만, 지자체에 이관한다고 해서 그게 더 심해지지는 않다는 말이다),

책임소재의 불분명함은 다시 명확히 기준을 세우면 그만이다. 지자체 이관의 단점으로는 전체적으로 근거가 약하다.

게다가 서울시에서 지자체 주관으로 운영하는 학교-지자체 연계 방과후학교가 그렇게 나쁜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방과후학교는 오로지 학교만이 독점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사업인 것일까?

다만, 모든 지자체가 현재 각 학교에서 빠짐없이 이루어지는 방과후학교를 모두 맡을 정도의 역량이 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여태껏 학교는 역량이 돼서 했는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는 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방과후학교 업무를 맡아서 했다. 교사 외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방과후학교가 본질적으로 지자체 업무인지, 학교 업무인지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과연 어느 곳의 업무일까?

방과후학교가 ‘복지’의 영역에 가깝다면 지자체가, ‘교육’의 영역에 가깝다면 ‘학교’가 맡는 게 더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복지’라고 해서 ‘교육’을 못하라는 법 없고, ‘교육’이라고 해서 ‘복지’를 못하리라는 법이 없다. 서로는 일정 정도 겹치며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 또 다투는 분들이 계시지만, 내가 생각할 때 방과후학교는 ‘복지’와 ‘교육’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그렇기에 사실, 어느 곳이든 역량이 되는 곳에서 맡으면 될 일이다.

불행하게도 현재로서는, 그 어느 곳도 역량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저 지금까지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학교에서 버겁게 맡아서 해 왔을 뿐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초등돌봄, "보육인가 교육인가"


그런데 ‘돌봄’의 경우는 그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다. ‘돌봄’의 경우, 학교가 맡기 전까지, 보건복지부(보건복지부의 업무가 지자체로 넘어온다)의 업무였기 때문이다.

학령기 이전 아동의 돌봄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이상 아동의 방과후 돌봄도 마을의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관리했다. 물론 저소득층 위주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말이다.

학교 안 초등돌봄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학교 시설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가 정부 주도로 시행되는데, 처음엔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사업이었다.

‘방과후 아동보육 사업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초등학교 내에 보육 시설을 설치하자는 게 골자였다. 보건복지부가 1996년 서울에 있는 상암초등학교와 안산초등학교에 아동 돌봄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한 것이 첫 시작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주관 부서가 바뀌게 된 때는 2004년이다. 사교육비를 줄일 방편 중 하나로 제시된 ‘방과후학교’와 궤를 같이한다.

이 당시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 경감뿐 아니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복지, 방과후 아동 보호 등 다양한 목적을 담은 사업이었으며, 초등돌봄도 그 사업의 일부로 편입하게 된 것이다.

‘보육’이 ‘교육’의 영역인 ‘학교’로 들어온 것이다. 결국, 정권 정책상 이유로 학교로 들어온 것으로 ‘교육’과 ‘보육’의 분리를 외치는 교원단체들의 주장이 그리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교육’과 ‘보육’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교사들의 주장에 대해, “아이를 교육기관에 맡기는 초등 저학년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 안에서 교육과 보육은 구분될 수 없는 가치”라고 이야기한다.

“학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또 다른 목적은 학교라는 공적 영역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기를 원하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단체 생활을 하면서 건강한 사회성을 함양하기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사와 학교는 지금껏 “아이들의 건강·영양·상담 등 학습 이외의 돌봄 활동을 수행”해 왔는데, 그걸 거부한다면 차라리 더 잘 가르치는 사설학원을 이용하는 게 낫겠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교육’과 ‘보육’의 단어를 이리저리 자기들 입맛대로 끌어 쓰면서, 교사들을 무책임한 사람들로 비난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교육’과 ‘보육’이 아주 별개의 영역은 아니다. 교사들은 교육을 하는 와중에 그 아이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수업해 왔다.

그리고 ‘정치하는 엄마들’ 말대로 그게 보육이라면 교사들은 누구보다도 충실히 보육의 역할도 해 왔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법제화 논란의 와중에서 이야기하는 ‘보육’은 단순히 그런 의미의 ‘보육’이 아니다. 학교 안에 별도로 존재하는 ‘돌봄교실’을 이야기할 때의 ‘보육’을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보육’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하는 이 ‘돌봄교실’이, ‘교육’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하는 ‘학교’에 들어오는 게 과연 맞느냐 하는 물음일 뿐이다.

그런데 ‘정치하는 엄마들’은, 다른 영역에서의 ‘보육’ 개념(교사들이 교육을 하는 와중에 행하는 건강, 안전, 상담 등과 관련한 돌봄)을 가지고 와 교사를 필요 이상으로 까는 데 열중하고 있다.

불필요한 논란만 일으키는 ‘정치하는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하자. 다만, 초등돌봄교실이 학교에 들어와 있는 게 맞는지 여부와 별개로, 초등돌봄교실이 ‘보육’의 영역에 가깝고, 굳이 따지자면 보건복지부 혹은 여성가족부의 업무에 가깝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자.

(사진=대구교육청)
(사진=대구교육청)

돌봄이 학교에 있으면 안 되는가?..."교사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그렇다면 ‘돌봄교실’이 학교에 있으면 안 되는가? ‘돌봄교실’이 학교에 있으면 무슨 문제가 있길래, 그러는 걸까?

일단 돌봄 담당 교사의 업무 과중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교사들 일하기 싫어 그런 거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는데,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세한 건 뒤에 이야기하겠다.

다음으로, 좀 더 전문적으로 돌봄을 담당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와 여가부에서 책임지는 게 질적인 측면에서 좋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쉬이 동의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학교 초등돌봄이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기 때문이다.

일단 양적인 측면에서 2018년 기준으로 초등돌봄교실 이용 아동은 24만명으로, 지자체 마을돌봄 9만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매년 90% 이상 학부모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학교를 벗어나 길을 건너고 건너 다른 돌봄 장소로 찾아가는 것보다, 수업 끝나고 바로 같은 학교 건물에 있는 돌봄 장소로 가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학교 안 돌봄이 가장 이상적인 돌봄 장소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아이가 오전 오후 수업,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합쳐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 머무는 것이 정서학대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규 수업 후, 방과후와 돌봄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의 경우, 어떤 것이 정서학대가 될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방과후나 돌봄이 아니면 어차피 아이들은 학원, 지역아동센터 등을 전전하며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과연 그게 큰 차이가 있는 걸까?

교사 업무 과중만 해결된다면, 학교 안 돌봄을 단지 ‘교육’ 영역이 아닌 ‘보육’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어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 ‘교육’과 ‘보육’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다만, 문제는 교사의 업무 과중이며, 이는 가벼이 넘길 부분은 아니다.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은 어떻게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나


그래,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적어도 초등의 경우, 방과후학교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주지 교과 위주 공부에서 벗어나 비교적 다양한 예체능 및 체험 수업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아이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해 주며, 일 가정 양립을 위해 불완전하나마 대안을 제시해 준다.(더 근본적으로는 여성 또는 남성이 돌봄을 위한 휴가를 회사에서 쓰더라도, ‘경력 단절’이 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의 정비가 있어야 한다.)

이 좋은 것이 들어오는 데 교사들은 왜 반대를 할까?

아무리 좋은 게 들어오더라도, 학교 구성원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마음의 준비뿐만 아니라 물리적 여건 또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들어왔을 때, 학교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을까. 그리고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조금이라도 있었을까.

애석하게도, 절차 진행이 전혀 없었고,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다. 그냥 위에서는 까라고 했고, 밑에서는 하기 싫어도 까라니 깠을 뿐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원래 보건복지부 업무(돌봄의 경우)였던 것이 2004년, 사교육비를 줄일 방편 중 하나로 ‘방과후학교’와 ‘돌봄’이 제시된다.

이 당시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 경감뿐 아니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복지, 방과후 아동 보호 등 다양한 목적을 담은 사업이었으며, 초등돌봄도 그 사업의 일부로 편입하게 된 것이다.

학교의 사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 사업을 하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리라 생각했고, 시대가 원한다는 이유로 학교 안에 욱여넣었다.

학교는 준비되지 않은 채 받아들였고, 교사들은 꾸역꾸역 일을 처리했지만,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관련 사업을 시행할 인력이 충원되거나 하는 것 없이 그냥 있던 교사가 맡아 하게 되었는데, 업무 담당자는 다른 일은 제쳐둔 채 수업이 끝나면(어쩌면 수업 중에도) 그 일에 매달려야 했다.

프로그램을 짜고, 그에 맞는 강사 공고를 낸 후 선발, 채용하고, 강사료 계산하여 품의하고, 아이들 수강 신청을 받아 분류하는 등의 일을 모두 교사가 했다.

보통 10개 넘는 방과후 수업에 대해 일일이 그런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올려야 하는 기안과 품의는 상상하는 것보다 많다.

뿐만 아니라, 학교 교실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수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보통 저학년 선생님들은 교실을 방과후학교에 내줘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허겁지겁 교실을 내줘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실이 부족한 학교의 경우 심지어 교사 학년 연구실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교사들은 정말 학교를 배회하며 친한 선생님 교실에 빌붙어 있거나 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교무실에 교사 책상이 없으므로. 해야 하는 업무처리,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방과후 수업을 하는 교실에 들어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방과후 강사는 강사대로, 교사는 또 교사대로 불편하고 어색한 동거가 펼쳐지는 것이다.

돌봄교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돌봄교실을 맡은 교사들은 그와 관련한 모든 행정적 업무를 도맡아 하는데, 그 또한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서울 같은 경우, 돌봄전담사가 관련 행정을 거의 대부분 처리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학교 우선 순위는 수업, "정규교과 수업이 먼저다"


교사의 방과후 돌봄 업무 과중 문제가 가볍지 않은 이유는, 그 업무가 아이들 가르치는 것과 하등의 관련이 없다는 데 있다.

이 업무가 아이들 가르치는 것, 아이들 생활지도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해 내겠다. 물론 방과후 수업을 듣는 아이들, 돌봄교실에 가는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니 아예 없다고 할 순 없겠으나, 당장 내가 내 아이들 내일 가르칠 것도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그 업무들에 파묻혀 있는 것은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정규 교육과정 운영’이다. 그런 ‘정규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가 제일의 목표가 되어야 하며, 이것이 침해받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이렇게 말하면,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방과후학교도, 돌봄교실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정규 교육과정 운영’을 침해하면서까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정규 교육과정 운영’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존재해야 한다.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직접적으로 ‘정규 교육과정 운영’을 침해하진 않는다. 그러나 간접적으로는 상당히 많은 침해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에서 얘기했듯, 업무 과중으로 담당 교사는 정작 제 수업 준비를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하소연을 하면 교사들만 욕을 먹는다.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건드릴 수 없을 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담당 교사의 헌신이 있는데 말이다. 물론 방과후 강사와 돌봄전담사의 헌신 또한 있을 것이다. 그런 헌신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서울 중구청의 초등돌봄 운영 안내 포스터.(사진=서울 중구청)
서울 중구청의 초등돌봄 운영 안내 포스터.(사진=서울 중구청)

어떻게 해야 할까..."서울 중구청, 도봉구 사례와 도교육청들의 학교지원센터를 참고하자"


무언가 대책이 필요했다. 교원단체들은 방과후학교와 돌봄의 지자체 이관에서 대안을 찾았다. 여기서 많은 방과후학교 및 돌봄 단체들이 오해하는 게, 교사 본인들 편해지자고 멀쩡히 잘 일 하고 있는 방과후 및 돌봄 강사들을 학교에서 몰아내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자체 이관을 외주화니 뭐니 하면서까지 얘기하는데, 역시나 과하다. 보통 외주화는 공공의 영역이 민간의 영역으로 특정 부분의 업무를 넘기는 와중에, 또는 민간의 영역에서 또 다른 민간의 영역으로 일을 넘기는 와중에 생기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나오는 용어다.

그들이 미워 쫓아낸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일을 떠넘기는 대안인 건 솔직히 맞지만 교원단체들이 민간영역으로 업체위탁을 공식 입장으로 내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공적 영역인 지자체로의 이관을 주장했을 뿐이다.

실제 과거에는 지자체에서 학교 건물을 사용하여 관련 사업을 진행했었고, 현재에도 그런 시도는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런 주장이 그렇게까지 허무맹랑하거나 욕먹을 일인지는 모르겠다.

서울 중구청의 경우가 현재 진행형이다.

중구청의 경우 현재 남산초와 같은 학교 안 돌봄교실 5개와 학교 밖 돌봄센터 6개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돌봄 교사들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뽑았고, 1교실 2교사제를 실현하고 있다. 만족도는 99%에 이른다. 지자체의 돌봄교실 운영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서울 도봉구의 사례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도봉구는 2017년부터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학교의 방과후학교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학교와 마을을 연계하여, 지역 주민 중 재능을 가진 이들은 ‘마을 강사’로 육성하기도 하며, 마을의 자원을 최대한 이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기존 방과후‘학교’가 활동이 아닌 교육의 연장으로 인식돼 그 피로도가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학교’의 틀을 벗어나 좀 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방과후‘활동’으로 정책 개선을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진욱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은 위의 에듀인뉴스 기고에서 “심지어 ‘방과후학교는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기에 방과후학교가 아닌 방과후 활동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어이없는 주장도 한다“고 했는데, 본래 취지를 곡해했다고 생각한다.

방과후학교를 그토록 계속 ‘학교’의 틀에만 가둬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미 도봉구 내 방학초, 도봉초, 신방학초, 월천초, 방학중 등의 방과후학교가 지자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게 전국적으로 확산 가능한 모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자체가 하려면 못할 것도 없는 것이다. ‘지자체 이관’이 그렇게 뜬구름 잡는 얘기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자체 이관’과 비슷한 대안으로 ‘교육청 이관’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자체’의 역할을 ‘교육청’이 맡는 것이다. 학교의 방과후학교 업무 또는 돌봄 업무를 ‘교육청’이 가져가는 것이다. 이런 사례 또한 지역에 따라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몇몇 도에서는 학교지원센터를 열어 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제주도특별자치도교육청 또한 이 학교지원센터를 운영해 ‘초등돌봄교실’ 업무를 포함하여 다양한 업무를 지원했다. 초등돌봄교실 업무지원이 89.1%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전남교육청 또한 학교지원센터를 열어 학교에서 업무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폭력예방 및 사안처리, 기간제교사 채용, 방과후학교 강사 선정 등의 업무를 맡아 처리하고 있다.

학교에 관련 인력을 충원할 수도 있겠다. 기존에 있던 방과후학교 업무보조인력, 즉 방과후 코디는 방과후학교 업무경감에 큰 도움이 되었으나, 경기도교육청의 사업 종료로 대량 해고되면서 업무 공백이 생겼다. 현재 교무행정실무사가 맡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나, 그것도 학교마다 다르다.

이렇게 학교마다 다른 현재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학교의 상황에 따라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한 그런 상황 말고 말이다.

교육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교사들은 수업 외 업무 부담이 많다. 교육선진국의 교사들은 행정업무가 없다. 수업에 집중한다. 수업 후 남는 근무 시간을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그게 정상이다.

사람들은 교사들의 현재 그런 상황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게 곧 교육의 질로 연결되는 것인데 말이다. 교사들의 방과후학교,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 주장에 대해 그저 ‘이기주의’로 치부해 버리는 듯한 모습만 봐도 그렇다.

방과후학교, 초등돌봄, 모두 좋다. 학부모들이 원하고 시대가 원하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제발, 교사 수업 준비할 시간만 좀 만들어주라. 그것만 확보된다면 방과후든, 돌봄이든 환영이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 법제화에 반대한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