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에듀인뉴스] “의대생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사 이면을 모두 다 볼 수 있는 목격자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늘 마주하면서 훌륭한 글쓰기의 재료를 일상에서 이미 얻고 있죠.”

우연히 마주한 의사신문에서 한 의대생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다.

“맞아요. 우리 교사들도 일상에서 훌륭한 글쓰기 재료를 가지고 있는 듯해요.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가를 객관적으로 때론 주관적인 해석을 곁들이면서 변화 과정을 관찰하고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거든요.”

마치 그와 마주 앉아 있는냥 그의 말을 받아 한 마디 건네고 있는 나를 만난다.

그렇다. 외적 자극에 반응하는 학생들의 깨끗한 말과 행동, 눈빛, 표정, 몸짓을 읽어내고 그들의 미세한 변화에 머무르다보면 결코 이를 언어로 표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글쓰기가 책출판으로 완성되는 보람찬 책출판기념회.(사진=김경희 교사)
글쓰기가 책출판으로 완성되는 보람찬 책출판기념회.(사진=김경희 교사)

작년 11월, 광주광역시교육청의 ‘교사 저자되기 책 출판 프로젝트’ 에 응모하여 전문적학습공동체 동료들과 ‘교사, 자치로 깨어나다’ 책을 출판해본 이색적인 경험이 떠오른다.

책 출판 기회가 주어졌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던 2019년 5월 31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6~8월, 3달 안에 집필이 완료되어야 한다는 출판사 대표님의 말씀은 더 이상 축배를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줬다.

처음부터 쓸 글의 주제를 한정하기보다는 영감에 따라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고 추후에 집필된 글의 적절성을 고려하면서 내용 수정을 하기로 집필 방향을 정한지라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가능한 일이었다. 3달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촉박한 일정이 가져온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출판을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 덕분이었을까? 교육청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매일 1편씩 써야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니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불편해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되었다.

매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학교 생활을 돌아보는 습관이 저절로 완성되어갔다. 가끔은 중간놀이시간, 점심시간에도 수업 시간을 떠올리며 학생들의 말과 행동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일들은 메모나 녹음이 저절로 되어 버리기도 했다.

수업 장면들을 떠올리고 기록한 자료들을 살피며 나의 색을 입힌 글로 상황들을 엮어가는 글쓰기 과정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경험하던 순간에는 보이지 않고 발견되지 않던 것들이 글 쓰는 과정에서 희미하게 발견되다가 글이 완성될 쯤에는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이 아닌가?

교사로서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게 해주고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어떠한 원칙을 기억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주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교사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절호의 기회로써 글쓰기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 준 것이리라.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고 대화를 나눈 횟수와 글 편수는 정비례하였다. 흥미진진한 수업뿐 아니라 지루한 수업 속에서도 배움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생기 있게 생활하는 태도에 따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 또한 달라졌다.

책 집필 후, 달라진 변화 중 딱 한 가지만 말해야 한다면 학생들을 관찰하는 힘이 생겼다고 답하고 싶다. 아니, 학생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픈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시구처럼 학생을 관찰하다보니 내 안에 사랑의 마음이 부쩍 커버린 듯 했다.

이러한 일상의 나의 변화 과정을 돌아보며 혹 다음과 같은 교육정책이 생긴다면 어떨까 제안해보게 된다.

책출판을 앞두고, 매일 퇴근 30분 전,밴드에 모여 서로의 글을 읽고 상호피드백했던 추억의 한 장면.(사진=김경희 교사)
책출판을 앞두고, 매일 퇴근 30분 전, 밴드에 모여 서로의 글을 읽고 상호피드백했던 추억의 한 장면.(사진=김경희 교사)

현재 진행 중인 '독서마라톤' 형식으로 전학공 선생님들이 모여 걷고 싶은 글쓰기 올레길 코스를 정한다. 정해진 기간 안에 전학공 회원들이 바톤을 주고받으면서 릴레이 형식으로 글을 써나가는 것이다.

우리 팀은 365편 쓰는 코스를 선택했다면 오늘은 경희쌤이, 내일은 화정쌤, 모레는 정윤쌤이 계속 이어서 써나가는 것이다. 정윤쌤이 일이 생겼을 때는 영감이 생긴 회원 중 누군가가 이어서 쓰면 된다. 결국 우리 팀이 협력해서 함께 교육 이야기를 써나가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분명 앞 사람이 어떤 경험을 했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인간의 본능이리라.

자연스럽게 내 안에 자리한 또 하나의 나와 진솔하게 대화해 보는 자기과의 만남의 시간을 갖는 것 이상으로 동료를 통해 미처 다가가지 못한 확장된 경험까지 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협업을 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창조해나가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교육적 노하우의 나눔과 소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글쓰기라는 고독의 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분명 학생과 교사, 수업과 교육을 바라보는 교사의 인문적 시선이 높아질 것이다.

교사의 높아진 시선은 학생들의 시선을 업그레이드하는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 또한 예상되는 흐름이다.

이 코스에 놓인 글을 편집해서 책 출판으로 이어가보면 어떨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책 출판 사업의 장단점을 잘 살펴서 이 방향과 어우러져 아이디어를 모아봐도 발전된 정책으로 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성찰일지로 결과물을 제출하고 있는 수업나눔동아리 활동과도 연결지어볼 수 있는 지점은 없을까?

정책들 간 유기성을 발견하여 잘 버무린다면 그야말로 일상 속에서 집단지성의 힘으로 교사의 인문적 감수성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정책으로 업그레이드 될 희망을 그려보게 된다.

수업 또는 교육활동 성찰 글쓰기 릴레이 정책으로 교육현장의 동료 한 분 한 분이 서서히 '함께 글쓰기' 활동에 동참해 한 단계 성장해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소망해본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교사의 신분인 만큼 학생인권에 기초한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과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역량강화워크숍 및 회의진행법, 후보자교실 등을 강의하면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성과 주체성 신장 방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