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월배초의 원격수업 테스트 모습.(사진=대구시교육청)
 원격수업 테스트 모습.(사진=대구시교육청)

[에듀인뉴스] 모든 유치원, 초중등학교가 불과 2개월 보름 남짓 전인 4월 9일 온라인 개학으로 전환하면서 원격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현재 초중학교는 학생 1/3 등교의 원칙을, 고등학교는 2/3의 원칙을 준수해 격주 내지 격일 등교를 실시하고 있다. 왜냐면 고3은 5월 20일부터 매일 등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입학을 위한 학사 일정상 불가피한 조치로 고3 학생을 배려하는 차원이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랫동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 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 이런 감정을 갖게 되었을까? 무슨 일이든 처음으로 시행하는 일은 그만큼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고통의 시간을 갖게 마련이다. 

처음에 준비 과정에서 모두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고 막연한 심정이었지만 우리의 학교와 교사들은 보란 듯이 원격수업의 흐름을 이해하고 운영의 기법을 익히면서 교사들의 높은 수준만큼이나 잘 개척하여 발전해 오고 있다. 

이제는 그동안의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를 찍은 것처럼 여유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현재 전 세계의 학교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격수업이 점차 정착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교육의 질이 낮아질 거라는 추측이 많았다. 세계적 전문 매체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NY타임스 등에서 나온 분석 기사는, 원격수업에는 소통의 비언어적 측면이 빠져 있다는 인지과학적 측면의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려하는 것처럼 정말 교육의 질이 낮아졌다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는 국가적인 큰 문제가 아닌가. 그렇다면 각급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의 문제점을 냉철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려는 지나친 기우이고 기대에 반(反)하는 사례는 상당히 드러나고 있다. 

이미 고등교육 온라인 교육의 대명사 미네르바 대학의 학생들은 전통적 방식으로 교육받은 학생들에 비해 비판적 사고나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다. 

학생들은 필요한 지식을 온라인에서 얻지만, 글로벌 IT 기업들은 졸업생들을 모셔가기 위해 줄을 선다. 비결은 19명 이내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실시간 화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K-MOOC'(K무크) 홈페이지 캡처<br>
K-MOOC'(K무크) 홈페이지 캡처

교수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수업의 핵심이고 프로젝트 등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해결에 도전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이버대학이나 무료 온라인 MOOC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각 학생이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이나 수업 참여 정도는 모두 인공지능 방식의 시스템으로 분석되고 평가되어 교수에게 제공된다. 

한 학기 동안 특정 학생의 비판적 사고나 문제해결 능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지도 시스템이 추적한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은 내년 여름까지 전면 온라인 수업을 결정했다. 

우리도 이런 가능성을 예측하고 또 적용력을 높여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구체안을 준비해야 한다. 원격수업의 두 방식, 즉 사전 제작한 동영상을 올리거나 실시간으로 얼굴을 보면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혼합한 협력 강의 방식을 구상해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엔 원격수업 환경 구축에 따른 지원과 수업자의 운영에 혁신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초중등학교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디지털 세대인 젊은 교사와 경력 교사의 기술적 갭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예로 한 경력 교사는 “겨우 카카오톡과 인터넷 쇼핑하는 수준인데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수업을 하라니 명예퇴직까지 생각했다”며 “그래도 하나씩 배우니까 할만 했다. 젊은 교사를 많이 괴롭혔다”며 고백한다. 

또 다른 교사는 “소리가 안 난다든지 뭔가 빼놔서 학생 앞에서 당황하기도 했는데 익숙해지니 별거 아니었다”고 웃음 짓는다. 

두 경력 교사는 전체 교사 연수로는 부족해 같은 과목 교사나 같은 사무실의 교사와 별도의 교실을 이용하여 서로 교사와 학생으로 역할극을 하며 틈틈이 원격수업 프로그램을 익히기도 하였다. 

또 다른 경력 교사는 노트북을 최신형으로 구입하여 두 대의 컴퓨터를 활용하여 수업 자료를 제작해서 올리고 있다. 

혹자는 이미 사이버 방송으로 노하우를 체득한 방송통신고등학교의 강의 시스템을 참고하기도 한다. 이제 EBS의 e배움터와 프로그램 등은 보편화 되어 교사에 따라서는 초보적인 수준이 되어 간다. 

학교 현장의 모습을 좀 더 살펴보자. 온라인 수업에 임하는 교사들에게도 다소간의 여유가 묻어나 학생들이 올린 댓글에도 성실하게 응대하고 자상한 지도를 병행하고 있으며 녹화 방송이 아닌 실시간 수업을 시도하기도 한다. 

과거 교실의 대면 수업에선 학원 수강으로 선행 학습한 학생들이 질의응답을 독차지해 평범한 학생들의 생각할 기회를 빼앗았다면 원격수업에선 ‘생각을 댓글로 올려라’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응대한다고 뿌듯해한다. 

이제는 처음에 힘들어하던 경력 교사들도 적응이 끝난 모습이다. 원격수업의 운영에 다소 여유가 있으니 교사들의 다양한 관심과 시도가 가능해졌다. 

미래 학교와 온라인 수업에 대한 각종 독서를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생각의 관점을 현재에서 미래로 향하는 것은 어쩌면 미래 교육을 위해서 첫 발을 내딛은 현재에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올 가을엔 2차 팬데믹(pandemic)이 유행할 거라 확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번 코로나19는 앞으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언택트(untact) 교육의 진화를 보여주어 우리 의 미래 교육에 든든한 보험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젠 잘 할 수 있다”는 교사들의 용기와 지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꾸준하게 진화하고 있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