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임미현 경기 포천 왕방초등학교 교사
임미현 경기 포천 왕방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비주얼씽킹을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주로 저학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나에게 비주얼씽킹을 만난 후로 계속 이어지는 고민이자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보라고 하는 것은 기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뛰어보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학년 친구들에게도 생각은 있다. 어떤 생각들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하고 참신한 생각들이어서 소름끼칠 정도로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생각은 정말 창의적이구나!’ 하고 감탄을 하다가도 한편 교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앞에 서 있는 나는 그러한 기발한 생각들의 싹을 키워주지 못하고 매일 뛰어보라고 강요하면서 조금씩 잘라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정말 많이 좋아한다. 그런데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냥 ‘재미있다’ 한마디로 책을 읽으며 들었던 오만가지 생각들을 일축해 버린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단순히 재미가 있고 없고를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을 읽고 난 후에 드는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여기에서 다양하게 표현한다는 것을 장면 중심의 여러 가지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단순화 시키고 싶지 않았고 표현보다는 사고하는 과정이 드러나게 표현하게 하고 싶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기의 주인은 바로 ‘나’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주인공이나 책 속 인물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자신과 연결하여 생각한다.

그림책으로 생각주머니 여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그림책 읽어주기

2단계-‘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질문 제시하기

3단계-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생각 열기

4단계-비주얼씽킹으로 자신의 생각 표현하기

5단계-문장으로 완성하기

위와 같은 단계를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보다 쉽게 적용해 보고자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학습지를 제작하였다.

아직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서툰 아이들을 위하여 생각한 것을 빈칸에 넣으면 문장이 뚝딱 완성되는 친절한 학습지로 말이다.

1학년 아이들의 꼬물꼬물 생각주머니 성장기를 몇 가지 사례와 함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임미현 교사)
(사진=임미현 교사)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활동 작품이다. ‘너희들이 엄마라면 무엇을 빨았겠니?’라는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빨랫감에 치중한 대답들이 나왔지만 그 속에서 상상력이 플러스 된 한 명 학생의 답이 나오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생각주머니가 말랑말랑 커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오염된 지구, 코로나 바이러스에 전염되었을지 모르는 가족 등 아이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대답들이 쏟아졌다.

(사진=임미현 교사)
(사진=임미현 교사)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 활동 작품이다. 너희들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지? 어떤 음식인지 떠올려 볼래?’라는 질문을 던지자 교실은 곧 수만 관중이 가득 찬 경기장 응원석으로 돌변한다. 그림책의 내용처럼 먹기 싫은 음식을 한 가지씩 떠올려 그림으로 그려보게 한 후 책의 주인공처럼 절대 안 먹는 음식에 재미있는 별명을 붙여보게 하였더니 정말 기발한 새로운 이름들이 많이 탄생하였다.

(사진=임미현 교사)
(사진=임미현 교사)

「알사탕」 활동 작품이다. ‘주인공처럼 목소리가 들리는 요술사탕이 생긴다면 어떤 모습의 사탕이고 누구의 목소리가 들릴까?’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쉽고 정말 알사탕을 손에 들고 있는 기분이 들도록 그림 학습지를 만들어 주었다. 증조할아버지, 대통령, 공룡, 지구, 태극기, 무지개 등등 책에서 나온 목소리 이외에 셀 수 없이 많은 요술 알사탕이 쏟아졌다.

아이들이 깊이 생각하는 사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알게 하고 싶었다. 또한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기발한 생각들이 이분법적인 평가의 잣대 속에서 숨어버리는 일이 없게 하고 싶었다.

비주얼씽킹을 통해 그림책 속에 ‘나’의 생각을 넣어 표현해보면서 단순히 그림책의 내용을 그대로 기억하고 감상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이 조금씩 자라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렇게 키워진 생각하는 힘은 더 복잡한 사고의 과정도 거뜬히 즐기며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믿음으로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생각 주머니에 후후 따뜻한 입김을 불어 넣고 있다.

커져라~ 생각 주머니~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