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는 분석철학은 잊자

[에듀인뉴스] 국내외적으로 한국인은 흔히 속마음을 드러내거나 표현하는 데 인색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내면으로 삭이는 감정이 한(恨)이 되고 그것은 심각한 국민 정서로 발전해왔다. 

속마음을 전달하지 않으니 당사자 이외의 사람들은 오해를 하거나 심지어 왜곡 현상이 빈번하다. 그래서 ‘표현하지 않으면 무효다’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자기표현, 이는 갈등을 해소하는 삶의 기본이고 한국인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생활교육의 기본이다.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타인에게 ‘나는 모른다’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아니면 자존심의 훼손으로 간주하여 차라리 모르쇠로 일관하는 성향이 강하다. 즉, 타인에겐 마음을 터놓고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하거나 협조를 요청하기를 꺼린다. 

교사집단이 특히 그러한 성향이 강하다.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직업적 특성이 개인의 성향으로 굳어져 자신도 모르게 보편적인 특성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소크라테스 성인은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도 ‘나는 모른다’라는 사실을 앎으로써 그 시대 가장 위대한 현자로 인정을 받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다만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죄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먼저 나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존심이 걷잡을 수 없는 소통의 부재를 일으키고 이는 커다란 삶의 갈등과 집단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필자는 작년에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2/3년차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학생 선택중심의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해서 1/3년차 연구학교 시작에는 담당자나 모든 교사들이 고생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이 됐다. 오죽하면 ‘맨땅에 헤딩하기’라며 볼멘소리를 했을까? 본교는 그렇게 1년 차를 마무리했고 새로운 기대 속에 2년 차를 맞이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심각한 소통 부재가 장애물로 드러났다. 담당자는 나름대로 고생을 하면서 처음 가는 길이라 ‘나는 모른다’라는 사실을 감추고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스스로 엄청난 학습을 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내부의 소통에는 다소 부족했다. 또 중간 관리자와 함께 큰 틀을 세우기를 주도하면서 구성원들에게는 거의 일방적인 지시를 통한 운영방식을 적용하였다. 그러니 상세한 지침의 배경을 전달받지 못한 구성원들은 막막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적 대의(大意)를 따르고자 묵묵히 순응하면서 내면적으론 불만이 누적되었다. 

그 불만이 2/3년 차에 폭발하여 부서별 협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소통의 결여를 진단하고 즉시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전 구성원 간에 소통의 시간을 마련하였다. 서로의 진심을 표현하지 못해 그동안 오해를 초래하였던 사실들이 하나 둘 씩 밝혀졌다. 

그렇게 조금씩 앙금을 털어내면서 만족감을 표출하였고 그 결과 우여곡절 끝에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대폭 늘렸으며 2/3년 차를 결산하는 보고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올해는 3/3년 차를 맞이하여 비록 온라인 수업 상태이지만 담당자의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통을 중시하며 출발 단계부터 사전 협의와 조정을 거치고 교육과정위원회를 통해서 교과별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상호 의 자기표현과 이를 통한 협의의 중요성은 더욱 의미를 부각시켜 주었다.

‘나를 표현하자.’ 이는 한국인에게 절실한 시대적인 요청이다. 

과거엔 부부간에도 오랜 작별 후에 상봉의 자리에서조차 반가움과 기쁨의 표현을 자제하던 것이 우리의 전통문화였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 

‘말하지 않거나 표현하지 않으면 무효다’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하자.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지나치게 표현을 억제하지 말자. 희노애락의 감정표현은 신체나 정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나를 알리고 상대방을 아는 지름길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를 알게 되고 알면 보이며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 이것이 생활교육의 원리가 되어야 한다. 

이제 ‘나는 표현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를 삶의 슬로건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는 분석철학은 잊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마음은 거리를 좁혀 서로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갈등을 예방하는 처방전으로 삼아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 나가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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