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번-아웃되는 학교, 멀리보다 가까운 것을 바라보자
[에듀인 리포터] 번-아웃되는 학교, 멀리보다 가까운 것을 바라보자
  •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 승인 2020.07.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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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 학철부어(涸轍鮒魚) 삽화.(출처=https://blog.naver.com/dal-mi/220731802353)
사자성어 학철부어(涸轍鮒魚) 삽화.(출처=https://blog.naver.com/dal-mi/220731802353)

[에듀인뉴스] “내가 어제 오는 중에 누가 불러 쳐다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에 붕어 한 마리가 죽어가고 있더군. 물고기는 한 되나 한 말의 물로 자기를 살려달라고 하더군. 그래서 그럼 월나라의 강물을 끌어다 주겠다고 했지. 그러자 물고기는 자기는 지금 당장 한 웅큼의 물이면 되는데, 그런 식으로 말할거면 그러다간 자기를 건어물가게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하더군.”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 있는 붕어처럼 곤궁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학철부어(涸轍鮒魚)라고 한다. 지금의 학교가 그렇다.

코로나19로 달려온 1학기가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교사들은 한 번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매일 오지 않는 학교를 경험했다. 수행평가를 진행하고 중간/기말고사를 출제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정말 정신없는 시간들이었다. 갑작스러운 원격수업 결정, 그로 인해 교사들은 대혼란기를 겪었다. 최상은 아니더라도, 우선 어떻게든 수업의 형태를 갖추어 진행했다. 마치 전쟁기에 천막에 칠판 하나 세우고 길바닥에 앉아 수업을 한 것처럼.

얼마 후부터 등교를 시작했고, 학생 개별상담을 했다. 학생들을 학교라는 공간에 다시 불렀지만 대면한 날짜를 따져보니 고작 3주다. 관계 쌓기로 말할 것 같으면, 예년의 3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아직 학생들의 행동이나 말투 하나 파악하기 힘든 상태지만 곧 학기가 끝날 상황이다.

학교는 지치고 힘들다. 겨우 진행되고 있는 수업 와중에도, 누군가는 미래와 행복을 얘기하며 지금의 학교 자체를 비난하고 있고, 누군가는 ‘비교과활동을 못하고, 쉬운 수행평가 등으로 변별력이 없다’며 경쟁의 논리를 말한다.

삽과 호미를 들고 겨우 터널을 만들며 뚫어오고 있는데, 터널 모양이 이쁘지 않다고 탓하는 셈이다.

교사들만 불안하고 힘들리 없다. 고3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다들 예민하다. 정해진 것 없는 불안감을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데, 학생들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생활기록부에 대한 걱정, 입시전형에 대한 우려, 수능에 대한 불안감 등이 고3을 잠식하고 있다. 늘 시끄럽던 점심시간도 운동장에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고1, 고2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격주로 등교하면서 학생들은 학급 SNS에 거주하다시피 한다. 계속해서 카톡이 울리고, 누군가는 예민해진다. 평소 갈등 해결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원격수업 기간 동안 생긴 갈등을 등교에서 풀어내지 못하고, 등교 거부를 호소한다.

예민함은 짜증으로 번지고, 갈등은 학폭으로 이어진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수행평가에 힘든 것도 당연하다. 아침 조회에 들어가 시간표를 보니, 4·5·6·7교시가 모두 수행평가로 잡혀있다. 교사들도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가벼운 수행평가를 내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부담이 없을리 만무하다. 학생들의 표정이 지쳐 보인다.

2학기도 과연 이렇게 진행되는 것일까?

코로나19의 가을 대유행이 예상된다는 전문가들의 얘기 저편으로는, 물놀이장과 해수욕장이 개장된다는 기사들이 보인다. 기온이 오르면 달라질 것이라던 예상은 사라지고, 이제는 일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숨 막히던 KF94가 KF80으로 바뀌고, 다시 비말차단 마스크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숨은 턱 막힌다.

등교 초기만 해도 우렁차게 들려온 옆 학교의 선생님 목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학생들이 적응을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 선생님도 목소리를 낼 힘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일까?

아직도 한 달이 남았다. 그러나 한 달 뒤에도 우리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시기다. 커다란 문제는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서 계속 곪고 있다.

올해가 끝났을 때 이 모든 원성은 누가 감당해야 할 몫인가?

지금 학교는 먼 나라의 강물이 아니라, 당장의 물 한 동이가 필요하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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